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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북한 시장의 진전을 꼽으라면 이동수단의 다양화와 발달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연유(燃油)가격이 요동쳤지만 교통수단 이용요금은 비교적 안정됐다. 오히려 수요에 맞게 가격이 조정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특히 버스·택시·오토바이 등 각각의 교통수단은 고객의 편리에 따라 진화했다. 맞춤 서비스 전략으로 고객을 유치하면서 시장 수익을 챙기고 있다.
일단 개인 버스는 상인들이 가진 물품 중량에 따라 가격을 매기면서 상품 이동을 용이하게 해주고 있다. 개인택시는 지정된 장소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급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토바이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제일 빠르게 목적지로 배달한다. 일종의 ‘퀵 서비스’다. 자전거는 저소득 주민들의 이동수단으로 인기다.
주목되는 점은 개인 버스·택시·오토바이 이용 가격 모두 국영열차보다 100배 정도 비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장사열차’로 알려진 함경북도 라진-황해북도 사리원 열차표 국정 가격이 북한 돈 3500원이라면, 평안남도 평성-양강도 혜산 개인택시 가격은 200위안(元, 북한돈 24만 원정도)이다.
비싸지만 장점은 분명하다. 개인택시는 국영열차보다 7배 정도 빠르다. 20여 년 시장을 체험한 주민들은 시간을 생명처럼 여기면서 이동 수단의 현대화는 진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올해 도시와 농촌에 ‘손 뜨락또르(트랙터)’(우리의 경운기와 유사)가 새로운 유통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무역과 밀수를 통해 중국에서 유입되고 있는데, 유통· 판매되는 과정에 ‘몬트라지’로 통용되는 지역도 있다.
함경북도 무산군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에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 좁은 길을 이용할 때 ‘몬트라지’가 유용하다”며 “농촌에서도 알곡을 거둬들일 때 국영농장 달구지보다는 ‘몬트라지’을 돈을 주고 빌려 사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회령 출신 탈북자는 “지난 11월 북한에서 살고 있는 남편이 ‘몬트라지’로 돈 벌고 싶다며 송금을 부탁해 2만 위안(약 한화 328만 원)를 보내줬다”면서 “이제는 운송수단만 보유하고 있으면 남자들이 여자보다 돈벌이는 더 잘하는 시대가 됐다”고 내부 실상을 전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중국제 ‘손 뜨락또르’는 운전면허도 필요 없고 버스나 택시처럼 수익금을 징수하는 (당국)통제도 받지 않아 농촌보다 도시에서 인기가 많다”며 “1톤 가량을 적재할 수 있고, 물동량에 관계없이 한 번 이용하는 가격은 5리(里, 약 2km)당 12달러(약 북한돈 10만 원)이다”고 전했다.
손 뜨락또르 조작이 비교적 간편해 물동량이 많은 평성시장 입구에서는 여성들이 직접 운전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고 한다. 또한 시장물품을 운반에 있어 기존 구루마(수레) 짐꾼들과의 고객 확보 다툼도 잦았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또한 올해 ‘손 뜨락또르’는 중국 세관의 통제로 대부분 밀수로 수입돼 판매되어 왔다. 신품 가격은 900~1000달러, 중고는 400~500달러 정도다.
올해 평안남도 시장에서 판매된 차량은 대체로 버스 5천~1만 달러, 25톤급 트럭 4~6만 달러, 농구방(승합) 택시 8천~2만 달러, 오토바이 600~800달러 정도로 가격이 형성됐다.
북한에서 각종 차량은 당국의 암묵적인 허용 안에 외화벌이회사를 통해 암거래되고 있다. 다만 등록 할 때 국영 명의가 필수이며 수익금을 바쳐야 한다. 이동 수단까지 공식 제도하에 두면서 통치자금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읽혀진다.
반면 오토바이는 국영 명의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지만, 운전면허증과 번호가 발급돼야 운행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500달러 뇌물이 추가된다.
2017년 교통수단의 다양화는 다른 시장분야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쳤다. 세차업 뿐 아니라 수리 및 부품 판매, 연유판매소 등 관련 사업이 확장되고 있다. 여기서 물류 시장은 주로 남성이 종사한다. 여성 사업주에게 남성들이 운전수(운전사)로 채용되기도 하고, 택시와 버스, 트럭을 구매한 남성들은 유통시장을 장악하거나 사업주로 활동하기도 한다. 때문에 최근 북한 시장에서는 남성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
또 국영철도 화차(貨車)는 국경지역 이동에 비법(불법)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탈북 차단 정책에 국경 출입 통제가 강화되면서 백암-혜산역(국경) 간 단거리를 이동하는 데도 이용가격은 북한 돈 5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 요금은 화차를 운행하는 국영철도 직원들의 수익으로 착복된다.
2018년에도 북한 교통수단은 시장화와 더불어 당국의 묵인, 활용에 힘을 받으며 보다 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북제재라는 난관에서도 시장수익을 고민하는 주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