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 처한 6자회담…’검증 고비’ 못넘나

북핵 6자회담이 ‘검증 고비’를 넘지 못하고 좌초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은 북핵 협상의 특성상 전문가들은 조만간 새로운 변화의 단초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도 버리지 않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26일 성명을 보면 북한의 논리와 의지는 단순하고 견고하다고 할 수 있다. 비핵화 2단계를 규정한 10.3합의에 따라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겠다는 것이다.

10.3합의에는 북한이 이행해야 하는 조치로 불능화와 함께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규정하고 있지만 검증에 대한 내용은 없다.

따라서 자신들이 6월26일 핵신고서를 제출한 만큼 미국은 약속대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의 이름을 삭제해야 하는데 이를 ‘검증’을 이유로 미루고 있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항상 그렇듯 파국의 원인을 미국 쪽에 돌린 셈이다.

북한은 특히 ‘10.3합의에 따라 진행 중이전 우리 핵시설 무력화(불능화) 작업을 즉시 중단하기로 하였다. 이 조치는 지난 14일 효력이 발생했으며 이미 유관 측들에 통지되었다’고 했다. 또 ‘우리 해당 기관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영변 핵시설들을 곧 원상대로 복구하는 조치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14일이라면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유예된 것을 확인한 직후다.

특히 성 김 미 대북특사가 14일 급히 중국 방문길에 올랐고 베이징에서 그의 협상 파트너인 리 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을 만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국 리 국장과의 만남은 무산됐다.

중국과의 협의를 통해 검증 방안에 대한 일종의 절충안을 마련해놓은 성 김 특사는 워싱턴 귀환 직후 북한측과 연락을 취했고 그 결과 22일 뉴욕에서 북.미 회동이 성사됐다.

미국은 뉴욕 회동에서 현재의 상황을 종합한 ‘검증방안’을 북한에 제시했고, 북한측도 답변을 해주기로 약속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미국의 약속위반을 비난하며 ‘불능화 중단과 원상 복구’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북한이 뉴욕 회동에서 미국이 제시한 ‘검증방안’에 대한 수용불가 입장을 상징적으로 선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검증방안에서 기존의 입장에 탄력성을 부여했지만 완전하고 정확한 검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샘플채취와 불시방문, 미신고시설에 대한 검증허용 등이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990년대초의 북한의 핵활동과 우라늄농축문제 등을 규명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미국은 이를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거부했다. 이날 외무성 대변인 성명은 “미국이 이라크에서처럼 제마음대로 가택수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보면 전혀 접점이 없어보인다. 특히 미국의 대선국면 진입 등 상황을 감안할 때 얼마 남지 않은 부시 행정부의 임기안에 북핵 협상이 큰 진전을 이루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차기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야 이른바 본격적인 핵폐기 협상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북한이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중단하고 이미 불능화한 조치를 원상복구할 경우 위기감은 더욱 고조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행태를 분석해볼 때 위기지수가 높은 상황에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경험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그동안 진행돼온 북.미 협의에서 북한은 매우 협조적으로 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북한이 새로운 뭔가를 얻기 위한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6자회담 의장국 중국이 올림픽 폐막 이후 본격적으로 북한과 미국 사이의 중재노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어려운 국면이지만 막판 변화 가능성은 상존한다는 것이 북핵 외교가의 기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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