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남북관계

이명박 정부들어 남북간 현안 협의를 위해 북한 땅에서 이뤄지는 첫 당국자간 만남으로 기록될 21일 `개성 접촉’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건 남북관계에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북한이 작년 3월말 이후 남측 당국자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불허해오다 이번에 방북을 허용하면서 접촉을 갖자고 한 만큼 이번 접촉을 남북대화 모멘텀 복원의 계기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번 접촉이 남북관계 개선의 신호탄이 될지, 파국의 예고편이 될지는 결국 대화의 상대방인 북한이 어떤 태도로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후 영변 핵시설 재가동, 6자회담 탈퇴선언 등으로 외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터라 그간 위협 일변도였던 대남 관계를 풀어가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북한이 우리 당국자를 초청하면서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한 중대문제를 통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통지할 내용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북한이 지난달 30일 이후 23일째 구금 상태에서 조사해온 유씨를 범칙금 부과.경고.추방 등 남북합의에 명시된 조치를 넘어 기소하겠다는 등 입장을 통보하거나 유씨의 행위를 문제삼아 개성공단 운영에 제약을 가하는 모종의 통보를 할 경우 남북관계는 심각한 국면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유씨 문제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지며 남북간 합의 준수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북측이 유씨를 기소하려 한다면 정부는 규정 위반자에 대해 범칙금.경고.추방 등 외의 제재를 가할 경우 남북간 합의를 거치도록 한 출입.체류 관련 남북합의문을 들어 북측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는 국민의 신변안전이 걸린 이번 사안의 특성상 개성공단 인원의 일시 철수와 같은 `초강경 카드’를 검토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또 북한이 현재 정부가 시기를 검토 중인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에 대해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PSI에 전면 참여할 경우 군 통신선을 다시 끊고 개성공단을 왕래하는 육로 통행을 재차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그 경우 정부는 PSI 전면 참여 문제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와 무관하게 검토 중이라고 설명해온 PSI 문제가 북한의 의도에 의해 사실상 남북관계와 연계된 상황에서 정부가 과연 PSI전면참여를 발표할 것인지도 관심이다.

이번 접촉에 대해 긍정적으로 예상하는 쪽에서는 북한이 유씨에 대한 조사결과 설명과 함께 접견 허용 또는 석방을 한 뒤 우리 당국자에게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우리는 남측 인원의 신변안전 보장을 위한 남북간 출입체류 공동위원회 설치를 제의하는 시나리오를 기대하고 있다.

그럴 경우 남과 북은 출입체류 공동위원회 설치 문제를 놓고 실무 협의를 진행함으로써 대화의 모멘텀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개성공단 기숙사와 출퇴근용 도로 건설, 원활한 통행 관리를 위한 군통신 자재.장비 제공 등 공단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현안들도 협의함으로써 남북간 신뢰 회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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