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고이즈미 對北정책

일본 정부의 대북(對北) 외교정책이 기로에 섰다. 북한이 제공한 납치관련 물증이 모두 엉터리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은 유골을 비롯한 물증에 대한 정밀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신속하고 성의있는 대응이 없을 경우 강경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외상은 `강경한 조치’의 내용에 대해 “선택방안에 경제제재가 포함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여ㆍ야 정계도 한목소리로 제재발동을 촉구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 대리는 “내년 어느 땐가로 북한의 답변시기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대표도 “기한을 정하지 않으면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시한을 정하지 않은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제재에 신중했던 공산당도 “북한의 대응여하에 따라서는 경제제재도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의 하나”(이치다 서기국장)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대화와 압력’을 표방하면서도 `대화’쪽에 비중을 둬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대북(對北)외교정책의 무게중심이 `압력’쪽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정부 조사결과가 발표된 후 “많은 사람들이 제재를 포함한 압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모든 선택수단을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와 정계 일각에서는 일본 단독의 제재는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동참하지 않으면 6자회담에서의 입지를 포함, 향후 대북관계에서 소외돼 오히려 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은 이런 현실을 잘 알지만 그렇다고 제재여론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곤혹스런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을 다독거릴 필요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일본 정부의 공식 재조사 요구로 공은 다시 북한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부시 2기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켜본다는 속셈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요구에도 불구, 내년 1월 미국 대통령 취임식때까지는 반응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정책 윤곽이 드러난 후에도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소외를 각오하고라도 일본정부가 제재를 발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일본 국민의 대북감정을 더는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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