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개성공단…근로자 철수 vs 신중론 ‘팽팽’

개성공단 조업이 잠정 중단된 지 열흘째를 맞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으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도발 가능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장기화될 경우 개성공단 내 우리 근로자들의 신변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는 만큼 ‘전원 철수’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은 1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개성공단 조업중단 사태를 거론, “개성공업지구를 위험천만한 전쟁 발원지로 만들려 하면서 ‘운영 정상화를 위한 대화’요 뭐요 하는 것은 한갓 요설에 지나지 않는다”며 단시일 내 개성공단 조업을 재개할 의지가 없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전날에도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이 식자재와 의약품 반입을 위해 방북을 신청했지만, “현 정세의 책임이 남측에 있다”며 방북을 불허했다. 현 한반도 정세의 변화가 개성공단 재가동에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오는 22일 중소기업 대표단도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해 방북을 신청했지만, 현재로서는 북측이 호응할 가능성이 낮다.


개성공단은 몇 차례 입·출경이 제한된 적은 있지만,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인한 ‘5.24조치’와 연평도 포격 사태에도 유지되면서 남북관계의 ‘최후의 보류’로 인식돼 왔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마중물’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한 북한의 변화를 위해서도 개성공단은 쉽게 버릴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우리 근로자들을 인질로 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북한은 대남기구와 선전매체 등을 통해 “예고 없는 보복”을 위협하고 있어, 만일의 경우 기습도발을 감행하면 현재 공장관리를 위해 남아 있는 근로자들은 의사와 관계없이 인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북한은 대화 재개의 요건으로 유엔 제재철회와 훈련 중단 등 한미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최춘흠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북한이 어떤 협상 요구를 해올지 파악이 안 되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근로자 철수를 안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에서 개성공단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근로자들의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장기화되면 근로자들이 볼모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무기차원의 볼모, 인적차원의 볼모가 돼 남북관계에서 박근혜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라며 “중국도 이런 상황이 된다면 나오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 측 근로자 ‘철수’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근로자 철수가 오히려 김정은의 내치에 ‘혹’을 떼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개성공단이 북한 내 변화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내부 결속에 힘을 싣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은 현재 한반도 긴장 국면이 우리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개성공단 조업중단도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먼저 철수를 결정하면 북한의 ‘남한 책임론’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가 먼저 철수를 하게 되면 모든 책임을 우리 쪽으로 돌리는 명분을 줄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북한의 전략에 넘어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그러면서 그는 “근로자 인원을 최소화해 남는 것이 북한에게 조업을 정상화하라는 압박의 효과는 물론 폐쇄까지 가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면서 “완전 철수를 하게 되면 우리가 (북측에) 이야기할 수 있는 명분을 잃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우려에 정부도 아직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이 남북 간의 분단과 대결 구조를 해결하고 평화와 번영으로 가고자하는 남북한의 미래”라며 “북한이 부당한 조치를 철회하고 개성공단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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