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6자 프로세스’…협상동력 주목

‘결국 BDA(방코델타아시아)로 시작해 BDA로 끝난 회의였다.’

제5차 6자회담 2단계회의가 22일 BDA 문제에 대한 입장차를 해소하지 못한 채 차기 회담 날짜도 잡지 못하고 마무리됨에 따라 6자회담의 전망은 또 다시 안개 속에 빠졌다.

각국은 당초 이번 회담에 앞서 초기 핵폐기 이행조치와 상응조치를 담은 이른바 ‘조기 이행방안’(early harvest)에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결국 BDA의 벽을 넘지 못함에 따라 가시적 성과없이 회담을 일단락지었다.

하지만 북미를 중심으로 각국이 회담이 열리지 않은 13개월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던 상대방의 요구와 입장을 자세히 파악함으로써 본격적 핵폐기 협의에 돌입하기 위한 징검다리를 놓았다는 점은 평가해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날짜 못 잡고 휴회’..여파 작지 않을 듯 = 13개월 만에 재개됐던 이번 회담은 각국이 서로 기본 입장을 확인하고 쟁점을 압축시킴에 따라 차기 회담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다리를 놓았다는 긍정적인 면도 없지는 않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하지만 북한이 BDA를 우선 해결해야 핵폐기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초기 이행조치에 대한 실질적인 협상을 거의 진행하지 못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특히 차기 회담의 일정을 잡지 못했다는 점에서 북미가 BDA 해법에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는 한 언제 쯤 회담이 열릴지를 장담키 어렵게 됐다.

차기 회담 시기와 관련, 의장성명에 담긴 ‘가장 이른 기회에’ 란 표현은 지난해 11월 5차 1단계 회담에서 북한이 처음 BDA 문제를 제기, 회담이 흐지부지 끝난 뒤 의장성명에 담겼던 ‘가장 이른 시기’라는 표현보다 더욱 모호하다는 게 현지 소식통의 평가다.

또 이번 회담이 6자회담의 동력을 살리는데 기여했느냐는데 대해 회의감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첫 술에 배부르랴 싶지만 앞서 11월28~29일 북.미.중 3자 회동에서 미측이 이번에 던진 제안의 초안을 북한에 던졌고 북은 그 후 19일간의 검토를 거치고도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북한의 무반응이 검토의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BDA를 핵폐기 논의에 연계한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기 때문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과 일본측이 ‘회담 무용론’과 연결되는 발언까지 내놓으며 강력한 실망감을 드러낸 점은 회담 진전 여부와 관련, 불길한 징조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은 또 자국이 건넨 제안을 북한이 경청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BDA 레퍼토리를 반복하며 가타부타 답을 주지 않은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회담이 성과없이 끝날 것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제기되던 21일(현지시간) “6자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 외교 트랙을 재평가해야 한다”며 워싱턴의 기류를 전하기도 했다.

◇‘결국 BDA 극복 못했다’..가시적 성과 못낸 배경 = 이번 회담이 가시적 성과없이 마무리 된 것은 우선 BDA 문제에 대해 북미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북한은 회담 이틀째인 19일 요구 사항을 ‘BDA 우선해결’로 좁히는 듯한 분위기 속에 ‘BDA 만 해결되고 조건만 맞으면 핵폐기 초기 조치를 이행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 관련국들의 기대치를 높였다.

그런 기대 속에 미측은 몇가지 초기 핵폐기 이행조치와 그에 대한 상응조치들을 몇 개의 패키지로 구성, 북측에 제안하면서 ‘워싱턴 수뇌부의 의지’라는 설명과 함께 수용을 촉구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는 BDA 문제만 이야기하겠다고 작심한 듯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결국 회담은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마무리 됐다.

표면적으로는 북한의 강경한 태도 때문에 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 꺼풀 벗기고 들어가면 BDA 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인식차와 불신의 골이 깊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은 이번 회기 내내 BDA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상징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 같은 인식의 기저에는 미국이 BDA를 통해 핵폐기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는 불신감이 자리잡고 있어 보인다.

반면 미국은 BDA 실무그룹을 통해 이 문제를 6자회담 이슈에서 분리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기본적으로 법집행 차원의 문제이므로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언제쯤 회담 재개될까..전망은 = 이제 관심은 6자회담의 미래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회담이 징검다리가 될지 ‘파행’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다음 6자회담이 언제쯤 열릴 수 있느냐가 6자회담의 향후 전망을 가늠하는데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초 이번 회담에 앞서 각국은 이번 회담에서 모종의 합의를 거두든 그렇지 못하건 1월 중에는 회담을 속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뜻밖에 이번 의장성명에 ‘가장 이른 기회에 재개한다’는 극히 모호한 표현을 담은 것은 그 만큼 북미간 입장차가 단시간에 좁히기 힘들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아니냐는 해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때문에 조속히 다음 단계 회담으로 넘어가기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각국은 차기 회담의 조기 개최에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이들도 있다.

이번 회담을 위해 미국은 이틀 간의 사전 접촉을 통해 북측에 제안의 초안을 던졌고 그 후 약 19일간의 후속 준비과정을 거쳐 회담이 재개됐음에도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때문에 여건이 무르익기 전에 ‘현장의 다이내미즘’에 기댄 채 섣불리 일정을 잡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또 미국을 비롯한 일부 참가국들이 계속 인내심을 갖고 북한의 입장변화를 기다릴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미측이 회담 개시를 즈음해 ‘인내의 한계’를 운운한 터라 이번 회담 후 최근 보여온 대화 우선 기조를 틀어 다시 제재 쪽에 무게를 두게 될 경우 상황은 더욱 짙은 안갯속으로 빠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이 강경 기조로 돌아설 경우 북한이 또 다시 ‘자위적 조치’를 언급하며 추가 도발에 나서는 등 강대강 전략을 구사하면서 새로운 위기국면이 조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결국 BDA 문제가 회담 재개의 핵심 난제로 부각된 만큼 다음 달 중 뉴욕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 금융그룹회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의를 통해 북미가 BDA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본격 핵폐기 협의로 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될 경우 회담 일정을 잡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2차 BDA 실무회의에서도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회담 일정 잡기는 요원해 질 수 있다.

그러나 BDA 실무회의를 통해 뾰족한 수가 나올 수 있을까하는 회의적 전망도 만만치 않으며 일각에는 벌써부터 차기 BDA 회의의 성사 가능성까지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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