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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문제를 우려하는 미주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지난 2004년 결성된 KCC(북한자유를 위한 한국교회연합)는 2004~2005년에 걸쳐 미주 전역을 돌며 ‘통곡기도회’를 개최해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이 ‘통곡기도회’가 2월 한국에도 상륙한다.
2월 28일과 3월 1일 양일에 걸쳐 북한주민과 탈북자들의 인권개선을 염원하는 ‘KCC 서울통곡기도대회’가 서울 영락교회에서 개최된다.
해외 한인교회들이 모국에까지 돌아와 대규모 기도회를 여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북한인권운동의 모체가 되는 한국에서의 기도회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통곡기도회’를 확산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울대회 이후로 유럽, 아시아, 남미 지역까지 이 기도회를 확산시키겠다는 것. 이들은 언젠가 평양에서 감사통곡기도대회를 열기까지 이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KCC 서울통곡기도대회’는 전국 1만여 명의 기독교 신자들과 5천여 명의 국내 목회자, 전 세계 1천여 명의 한인교회 목회자가 참석하는 대규모 기도회다. 이날 대회는 북한인권실태에 대한 영상상영, 탈북자들의 증언, 북한 내 지하교인들의 증언, 7번에 걸친 통곡기도, 해외 인사들의 강연으로 이뤄진다.
대회 준비로 한창인 6일 오후 ‘KCC 서울통곡기도대회’ 김윤태 준비위원장(천안대학교 기독교학부 교수)을 만났다. 그는 “사랑을 실천하는 기독교인으로서 북한의 인권문제에 침묵하는 것은 죄악에 가깝다”고 말했다. 의지만 가질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나설 때라는 강조도 잊지 않았다.
– ‘KCC서울통곡기도회’에 대해 소개해 달라
북한인권개선을 염원하는 통곡기도회는 미주지역 한인교회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우리의 목표는 이 통곡기도회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는 것인데, 그러기 전에 모체인 한국 교회에서 힘을 모아야 할 필요를 느꼈다. 서울 통곡기도회가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인교회에 기도운동을 확산하는 하나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는 시위를 하려는 것이 아니고 순수한 기도모임을 열려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우리의 활동이 이슈화 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제안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한국교회, 하나로 힘 합쳐 기도운동 펼쳐야
또 기도회가 열리는 영락교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과거 전 주민의 70%가 기독교인이었던 평양은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렸었다. 영락교회는 바로 평양에서 내려온 교인들이 세운 교회다. 북한 출신 기독교인들이 세운 교회에서 북한인권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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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CC의 통곡기도대회가 미주 전역에서 개최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한인 교포사회의 반응은 어땠나?
미국에 3,000개 정도의 한인교회가 있는데 이 중 2,300 개 교회가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거의 모든 한인교회가 참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미국 12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통곡기도대회를 열었는데, 처음에는 목회자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평신도들까지 참여가 확산됐다.
11개 도시에서 총 5만 명이 참가했고, 마지막 12번 째 도시인 LA에서는 1만 2천명 이상의 한인들이 모였다. 한국에서 1만 2천명 모였다고 하면 별 거 아니지만, 교포 사회에서 1만 여 명은 한국의 백만 명과 같은 의미다.
한인교회의 통곡기도운동은 미국 교포사회에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미국 한인교회도 한국교회만큼이나 상처와 갈등이 많았는데 북한동족을 위한 기도대회로 인해 모두가 마음을 합해서 연합할 수 있었다. 한국 교회에서도 이와 같은 연합이 가능하다고 본다.
– 일부 기독교 진영에서는 UN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이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것이라는 등 기존의 북한인권운동에 대한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인권문제는 보편적 가치라고 하는 관점에서 다뤄야지 정치적, 사상적 관점에서 다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UN인권결의안이 채택된 배경이자 의미일 것이다. UN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됐다는 것은 지구촌 시대에 인권의 문제는 어느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보편의 문제라는 것을 분명하게 나타낸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북한인권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해 주는 결과다. 전 세계는 정치적 배경을 내세우면서 인류 최악의 인권 상황에 놓여있는 동족에 대해 침묵하는 우리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동족의 인권문제에 대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서울 통곡기도대회가 한국교회 뿐 아니라 남한에 있는 국민들에게 북한 동족 및 탈북자들의 인권문제를 바로 알리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교계 인사가 아닌 학계 출신이 기도대회 준비를 맡았다는 것이 좀 의외다
목사님들도 많은데 교수가 이렇게 앞장서서 하는 것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다. 지난 해 11월 KCC 대표간사인 베델 한인교회 손인식 목사님으로부터 한국대회 준비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처음에는 내가 부족하다 싶었지만 두리하나선교회 이사로 3년간 북한인권을 위해 활동해왔고, 아내도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하늘꿈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한 만큼 이 일을 더 열심히 하라는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한국 교회는 목사님들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그런 그룹이 없다보니 조직적인 부분에서 미흡한 단점이 있더라. 그러나 좌우로 갈리는 이념적 지향이나 목회자 그룹 중심으로 나뉘어져 있는 한국교회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장점도 있다. 어느 한 그룹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에 북한동족과 탈북자들을 위한 기도회에 온 교회가 연합하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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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인권개선, 행동으로 나서야
– 통곡기도회를 통해 북한인권을 구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있나
한국 교회는 그동안 미국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로 선교사들을 파송, 한국 교회를 세웠다. 이러한 한인교회들이 연합해 북한 동족의 인권상황 변화를 위해 기도할 것이다.
전 세계 흩어져 있는 한인교회와 성도들이 각 나라에 있는 신문이나 방송, 정부 기관에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청원함으로써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르게 할 것이다. 세계 한인 교회 성도들이 모여 북한 주민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북한 주민들에게는 큰 희망이 소식이 될 것이다.
또 교회들이 힘을 합쳐 중국 정부에 ▲ 탈북자들을 북송하지 말라 ▲ 난민지위 인정하라 ▲ 탈북자들이 제 3국으로 이동하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는 세 가지 사항을 요구하려고 한다.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한인교회 뿐 아니라, 국제인권단체와도 연대해서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운동을 펼칠 것이다.
– 북한에도 교회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 교회들이 진짜 교회냐, 아니냐는 것에 대해 논쟁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평양의 칠골교회나 봉수교회가 개척교회를 만들고, 복음을 전파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나?
정말로 북한에 기독교 신앙의 자유가 있어서 교회가 세워졌다면 교회의 가장 큰 사명인 복음 전파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 탈북자들을 통해서도 북한에서 기독교 복음을 전해 들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복음 전파라는 교회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지 않는 북한의 교회들은 체제 선전용일뿐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 기독교인들이 북한인권문제 개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성경에서도 나의 동족부터 살피라고 말씀하고 계신다. 동족을 사랑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나라의 민족을 돌본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한국교회는 지금껏 자선단체도 많이 돕고 해외 선교도 왕성히 해왔다. 지금은 우리가 북한의 인권문제나 탈북자의 아픔에 대해 세계 선교만큼 관심을 가졌나 돌아볼 때다. 동족의 아픔을 외면하면서 다른 사람의 아픔에 관심 갖는다는 것은 교회가 이름을 남기고 업적을 나타내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기독교인으로서 북한인권에 침묵한다는 것은 죄악이다.
지금은 침묵할 때가 아니다. 한국 사회를 볼 때 가장 큰 문제가 실용적 개인주의다. 자기가 희생을 해야 한다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족과 조국의 앞날을 생각할 때 실용적 개인주의를 깨지 않으면 함께 어려움에 빠질 것이다.
따라서 북한인권운동에 그저 동의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직접 참여해야 한다. 홍해가 갈라질 때 갈라진다고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 물 위로 한 발자국 발을 내딛어야 갈라지는 것이다. 북한인권개선도 단순히 의지만 가져서 될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 서울대회 이후 ‘통곡기도회’는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
우리는 이 기도운동이 일회성으로서 끝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서울대회가 끝나면 부산, 대구, 광주, 인천, 대전 등 한국의 중요 5개 도시에서 확산할 것이며, 이 열기는 중소 도시들로 이어질 것이다. 동시에 매 주 금요일 철야기도 때마다 지속적으로 북한인권개선을 주제로 기도할 것이다.
한국에서 뿐 아니라 유럽이나 아시아, 남미 지역까지 이 기도운동을 계속 확산시킬 것이다. 평양에서 감사 통곡기도대회 열릴 때까지 ‘통곡기도회’는 쉬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 김윤태 준비위원장
–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83년)
– 고려신학대학원 졸업 (89년)
– 영국 노팅험 대학 조직신학 전공
– 천안대학교 기독교학부 교수 재직
– 두리하나 이사 겸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