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적인 화폐·경제통합 통한 조기통일이 바람직

북한정권이 붕괴된 상태에서 한국정부는 신속하게 통일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통일을 어떻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한국정부의 급변사태 대응방향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북한 급변사태 이후 통일방안을 다룬 연구는 정상돈·김진무·이강규의 연구가 거의 유일하다. 정상돈·김진무·이강규는 북한의 안정화를 거친 점진적 통일을 주장한다. 이 통일방안은 1단계에서 북한의 자유선거를 통해 민주합법정부를 세우고, 2단계에서 한국정부와 북한의 민주합법정부사이에 국가연합을 추진하며, 3단계에서 완전한 통일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 급변사태 이후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따른 통일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는 단계적 통일의 실현가능성, 단계별 이행조건과 실행방법, 이행 시기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정상돈·김진무·이강규는 단계적 통일방안과 함께 즉각적 통일의 필요성도 제안했다. 이들은 즉각적 통일과 점진적 통일이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조기통일방안이 급변사태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통일을 추진할 경우에도 점진적인 경제통합과 화폐통합을 추진할 경우 과도기 동안 많은 논란과 잡음이 발생하면서 통일로 가는 길이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론적으로는 점진적 경제통합과 화폐통합을 통한 점진적 통일방식이 그럴 듯하게 보여도 실제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때문에 한반도에서 급진적인 경제통합과 화폐통합을 통한 조기통일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다만 독일처럼 화폐통합의 비율을 무리하게 적용하지는 말아야할 것이다.

이들은 콜 정부의 조기통일 정책을 예로 들면서 점진적 통일방식의 문제점과 즉각적 통일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콜 정부가 급진적 경제통합과 화폐통합을 추진한 배경을 보면서 즉각적 통일의 장점과 점진적 통일의 문제점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콜 정부는 동독의 사회주의 경제시스템을 점진적으로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이행시키는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화폐통합을 실시하면 과도기 몇 년 동안에 많은 잡음과 논란이 발생할 수 있음을 걱정했다. 또한 이 기간 동안에 서독이 동독에 엄청난 경제지원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우려했고, 점진적으로 통일이 추진되는 과도기 기간 동안 동독의 기존 엘리트들이 사회주의적 유산을 지키려고 할 것이라는 점도 우려했다. 그리하여 점진적 경제통합과 화폐통합 대신 급진적 화폐통합을 추진하면서 조기통일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북한 급변사태 이후 통일추진방안도 즉각적 통일이냐 아니면 점진적 통일이냐가 대립한다. 즉각적 통일론은 신속하게 남북한 정치·경제 제도를 북한에까지 확장해서 단일한 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점진적 통일론은 남북한 정치·경제 체제를 분리해서 운영하자는 주장이다. 이 경우 한국정부는 북한의 체제전환과 신정부 수립을 지원하고 특구, 한시적 분리방안, 연방제 등 남북한 정치·경제 체제를 분리·운영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점진적 통일론은 우리 사회에서 주류적 통일방안이다. 한국의 정책결정자들과 전문가들은 점진적 통일이 과도한 통일비용과 남북한 간 이질성을 극복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과도한 통일비용은 한국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고 남북한 간 이질성은 통일 이후 심각한 사회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통일비용과 남북한 간 이질성을 해결하거나 완화하기 위해서는 북한체제의 점진적 변화를 유도해서 통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점진적 통일은 실현가능성만 있다면 통일의 부작용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상적 대안이다.

그러나 점진적 통일은 북한체제의 현실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낮다. 무엇보다도 북한체제가 개혁개방을 통해 변할 것이라는 핵심 가정이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정권은 민주개혁을 추진하지 못할 것이다. 민주개혁은 수령이 자신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킴으로써 자신의 권력기반을 허물어뜨리는 일이다. 그런데 북한의 ‘술탄주의적’ 전체주의 체제는 공포통치와 압제에 의해 유지된다. 북한정권이 민주개혁을 통해 공포통치와 압제를 포기하거나 크게 완화시키면 쿠데타나 민중봉기와 같은 강력한 정치적 저항에 부딪쳐 붕괴할 가능성만 높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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