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제재 해제에 ‘올인’하나

“금융제재 때문에 핵실험을 했다.”

북한의 관리들이 핵실험의 이유로 금융제재를 꼽으면서 이 문제만 풀리면 6자회담에도 복귀하고 핵문제도 풀릴 수 있을 것이라는 언급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1일 방북 중인 일본 교도통신사 대표단과 면담한 자리에서 추가적인 핵실험 실시 여부는 미국의 대응에 달려있다면서 금융제재만 풀리면 6자회담에 복귀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 뉴욕의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한 국내언론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와 적대행위가 핵개발의 근본원인”이라며 “미국의 금융제재가 풀리면 북한의 핵문제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11일 담화에서 “우리의 핵시험은 핵무기와 현존 핵계획 포기를 공약한 9.19공동성명에 모순되지 않고 그 이행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라고 말해 6자회담 복귀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걸림돌이 되고 있는 금융제재 해제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핵실험을 해가면서까지 금융제재 해제에 목을 메고 있는 것으로 보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동결자금이 북한에게는 사활이 걸려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북한 외무성이 지난 1월 BDA 은행의 동결조치를 “핏줄을 막아 우리(북)를 질식시키려는 제도말살행위”라고 표현한데서도 이 은행 동결조치가 북한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이 은행에 묶여있는 북한 자금은 2천400만 달러로 추산되고 있으며 노동당내 부서를 비롯해 주요 기관의 계좌 60여 개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과 일가족의 생필품을 마련하는 노동당 38호실, 39호실, 서기실 등 주요 통치자금이 이 은행을 통해 거래됐지만 동결조치로 돈줄이 막혀버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노동당내 부서 외에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내각의 주요 기관과 은행들도 BDA 은행을 자주 이용했다는 점에서 이 은행의 북한계좌 동결조치는 가뜩이나 외자 부족에 허덕이는 북한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2천400만달러는 작년 북한 예산의 대략 1%에 육박하는 금액이고 1달러당 3천원에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작년 북한의 한해 예산은 1억2천만 달러에 불과한 셈으로 시장환율 적용시 BDA에 묶인 북한의 자금은 예산의 20%에 달한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 금융제재에 더 민감한 것은 중국의 국유상업은행인 중국은행(BOC) 뿐 아니라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제재의 범위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피터 벡 국제위기감시기구(ICG) 동북아 사무소장은 북한이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를 6자회담 복귀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것과 관련, “북한이 걱정하는 것은 이 자금 자체라기보다는, BDA는 미국이 북한의 모든 금융활동에 타격을 가하기 위한 첫 단계이자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금융제재를 미국의 대북태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여기에다 동결된 돈이 김정일 위원장의 통치자금이나 군부의 비자금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북한은 핵실험이라는 초강수를 감수하면서까지 이 문제를 푸는데 올인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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