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피살 10일째..남북, 극명한 대조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발생 열흘 째인 20일 사건의 진상을 둘러싼 의혹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지만 이 사건에 대한 남북 당국의 태도가 극명하게 갈려 사태추이를 점치기 어려운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 조사단 수용과 관광객의 안전보장 조치 등을 촉구하며 연일 강경한 대북 정책을 시사하고 있지만 북측은 사건 발생 이틀째인 지난 12일 금강산 관광 담당 기관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의 대변인 담화 이후 이 사건에 대해 일체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정부의 요구에 호응함으로써 원만한 해결을 모색할 것이냐, 아니면 `강대강’기조로 맞설 것이냐에 대해 지금으로선 누구도 쉽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증폭되는 의혹 = 북한은 12~15일 방북한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 일행에게 최초 자신들의 설명과 일부 달라진 사건 경위를 밝혔지만 이후 북측 주장의 신빙성을 의심케 하는 증거와 증언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무엇보다 북측이 밝힌 고(故) 박왕자씨 피격 시각(11일 오전 4시55분~5시)에 대한 의문점이 부각되고 있다. 총성을 오전 5시20분쯤 들었다는 현장 관광객 이모씨 진술이 나온데 이어 다른 관광객이 총성을 듣기 직전인 오전 5시16분에 찍었다는 현장 주변의 사진까지 나왔다.

특히 5시16분에 찍은 사진 상의 금강산 현장은 대낮처럼 환한 것으로 나타나 북측의 과잉대응 의혹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정부 강경 기조 = 사건발생 후 정부 대응은 합동조사단을 통한 진상 규명과 조사단 파견을 비롯한 우리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대북 압박 조치 등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정부는 현장 조사가 이뤄지기 전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진상규명 조치는 다 한다는 차원에서 14일부터 진상조사단을 가동, 현장의 CCTV 등 각종 참고자료들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또 정부는 북한이 조사단 수용 요구에 응하지 않자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조치를 마련하기 전에는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없음을 못박은데 이어 개성관광 중단까지 검토할 수 있음을 밝혔다.

이어 19일부터 북과 금강산 및 개성관광 사업을 진행해온 현대아산에 대한 범 정부 차원의 점검.평가를 시작했으며 예정돼 있던 대북 물자 제공과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 논의를 보류하고 지자체의 대북 지원성 교류협력사업도 자제시키고 있다.

사실상 이번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미 막혀버린 당국간 대화와 교류는 물론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도 정상화될 수 없다는 기조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22~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등 국제공조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침묵하는 북한 속내는 = 반면 북한은 이상하리만큼 긴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사건 다음날인 12일 현대아산의 금강산 사업 파트너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담화를 내 사건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고 조사단 파견을 거부한 이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대남 매체를 통해 명승지 지도국 담화를 소개하긴 했지만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한 매체로는 이 사건을 알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남측이 `올인’ 기조를 보이고 있는 반면 북의 일반 주민들은 그런 일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과 관련, 많은 전문가들은 북도 우리 정부의 강경 대응 기류를 지켜보면서 향후 대응 방향을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국민이 북한 군인에 의해 살해된 사건의 성격상 당국이 나설 수 밖에 없으며 북한도 상응하는 당국에서 나와서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길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북측은 우리의 요구에 부응, 최소한 이번 사안에 한해 당국자의 방북 금지 조치를 풀고 대화를 할 것이냐, 계속 침묵을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강대강의 `맞불작전’으로 나갈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향후 전개 방향은 = 공은 북한 쪽에 넘어가 있는 형국이어서 향후 북한의 대응에 따라 사태를 수습하는 쪽으로 가느냐, 남북이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협력의 끈마저 놓는 쪽으로 가느냐가 갈릴 전망이다.

우선 북한이 개성관광 중단 가능성까지 언급한 정부의 강경기류에 반발, 개성관광을 먼저 중단하고 더 나아가 개성공단까지 문을 닫는 쪽으로 나갈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대로 가다가는 관광사업 중단에 따른 외화 수익 감소와 대외적 이미지 훼손 등 자신들이 잃을 것도 적지 않다는 점을 북도 모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또한 이 사안에 관한 한 국내 여론도 정부의 강경 기류를 대체로 지지하고 있어 북의 대남 전략 측면에서도 강경 대응은 득보다 실이 클 것이 분명해 보인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남측의 요구에 호응하는 쪽이다. 정부 조사단 방북을 곧바로 수용하지 않더라도 우선 당국간 대화에 나설 경우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사건에 군부가 개입돼 있는 만큼 북한 내부 상황 상 남측과 대화를 하자는 목소리가 채택될 수 있을 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북한의 고민이 길어질 것이라는 점을 들어 남북이 현재의 기싸움을 좀 더 이어갈 것으로 점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사건 해결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면서 “다음 달 11일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계기로 조성될 한반도 안보기류의 변화가 이 사건에 대한 북측의 태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도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정부도 일단 쓸 수 있는 카드들을 대부분 보여준 만큼 당분간 원칙을 지키되 차분히 대응함으로써 북한이 돌발적으로 강경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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