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피살사건 ‘실종 70일’…‘복안’은 있나?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씨 피살사건이 발생한 지 70여일이 지났음에도 이렇다 할 진전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사건 자체도 잊혀져 가는 분위기다.

사건 발생 직후 구성된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는 ‘이름’만 걸려 있을 뿐 사실상 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정부 당국자는 22일 “합동대책반은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북측에 우리의 입장을 제안한 만큼 대응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이미 다했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차원에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했으니 북측의 답변이 오기 전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이야기다.

7월 14일 구성된 통일부, 국정원 등의 ‘합동조사단’도 지난달 12일 합동조사 결과 발표 이후 사무실 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관련 활동이 전무해 사실상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통일부는 합조단의 황부기 단장을 4일 남북교류협력국장으로 발령까지 냈다. 합조단 단장은 겸임하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정부는 북측의 ‘무대응’ 등 각각의 상황에 따라 정부 차원의 “복안이 있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합조단의 고 박왕자씨 사망 경위 발표 이후 40여 일 동안 “북측의 성의있는 화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금강산 관광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남북관계가 장기 경색관계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개성관광 등 여타의 대북정책과는 분리 대응 하겠다’는 점만 강조하며 이렇다 할 후속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상황인식’과 ‘해결 의지’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하중 통일부장관은 10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문제인 만큼, 정부는 북한과의 협의를 통해,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상규명과 신변안전보장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장관은 “앞으로 금강산 사건이 남북간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되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할 예정”이라면서 “여타 남북관계는 분리·대응하여 남북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단서를 붙였다.

김 장관이 ‘남북관계 분리대응’ 원칙을 공개적으로 강조함에 따라 그동안 정부가 강조해온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복안’이 무엇이었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오히려 북측으로 하여금 ‘남한을 향해 어떠한 행동을 해도 손해볼 것이 없다’는 식의 잘못된 학습효과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통일부는 19일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이후 중단했던 민간단체의 대규모 방북을 허용했지만, 북측은 보란듯이 22일자 노동신문에서 ‘리명박 역도(逆徒)’라는 표현을 들고 나왔다.

개성공단 내 근로자용 숙소 건설문제를 둘러싼 이명박 대통령의 ‘신중 발언’에 대응하여 “리명박 역도의 반민족적인 관점과 사고방식이 계속되는 한 북남관계에서 그 무엇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극렬하게 비난한 것이다.

물론 북한이 금강산 피격사건 진상조사에 쉽게 협조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손놓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서는 안된다. 가뜩이나 북한당국이 이명박 정부를 우습게 보고 있기 때문에 원칙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서는 더욱 곤란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북한에 더 이상 끌려 다니지는 않겠다”고 여러번 강조해왔다.

정부는 금강산 민간인 피살사건 만큼은 끝까지 해결하고 넘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북한당국에 제대로 전달해야 하며, 북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여러모로 괴로워질 것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전달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하중 장관이 취임한 지 6개월이 넘었다. 국민들은 ‘열심히 일하는 김하중 장관’ 모습을 보고 싶어할 때가 된 것이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