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피살사건, ‘北인권기록보존소’ 설치 계기돼야

선량한 국민 한 사람이 금강산 관광을 갔다가 북한 초병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이 일어난 지 10여 일이 지나고 있다.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지만 북한은 관광사업을 주관하는 생소한 회사 명의로 ‘군사경계구역을 넘어와 초래된 사고로 책임이 남측에 있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한 것이 고작이다.

사고 당시 목격자의 진술 등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망인은 동이 트는 광경을 잘 보기 위해 혼자 호텔을 나와 해변가를 따라 마냥 걸었을 것이다. 일출을 더 잘 보겠다는 설레임 속에서 경계구역 표식으로 인식할 수 없는 모래언덕을 넘게 되었다. 또 중년의 가정주부가 군사경계구역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 수도 없었을 것이며, 현대 측에서 사전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면 더더욱 산책시 경계심을 갖지 못했을 것이라 짐작 된다

그런데도 무슨 어마어마한 군사시설이 있는지 몰라도 물리적 대항 능력이 없는데다 관광객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가정주부에 대해 초병의 정지 명령을 어겼다고 해서 무참히 사살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만행에 불과하다.

이번 사건과 관련, 정부당국은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키고 진상조사단 파견을 제의했다. 또 개성관광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중단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발표하는 등 예전에 볼 수 없는 압박조치를 강화하고 있어 새 정부의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고귀한 인간의 생명을 빼앗아 간 이번 사건의 책임은 진상조사와 관계없이 북측에 있음은 명명백백하다. 지난 2004년 1월에 남과 북은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그 안에 관광객에 대한 신변안전보장을 명문화 했으며, 단 체류인이 동(同) 지구 내에서 법질서를 위반할 경우 이를 중지시킨 후 조사하고 위반정도에 따라 경고 또는 범칙금을 부과토록 하는 제재 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볼 때 북측에 사고책임이 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고 다만 우리로선 사건경위와 관련, 북측 주장에 대한 진위여부를 밝히는 것과 특히 사건의 성격이 우발적이냐 의도적이냐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현장조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북측의 태도를 보아 진상조사단 수용 가능성은 불투명한데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다 하더라도 북한 내에서의 조사단 활동에는 제약이 많아 결국 실체적 진실파악을 위한 현장접근 활동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유가족이나 국민들의 분노를 풀어 줄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물론 개성공단 중단 등의 추가조치 등도 고려할 수 있지만 이러한 대책은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하는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하겠다

그래서 필자는 다시는 이러한 비극적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북한인권침해기록보존소’ 설치방안이다.

기록보존소는 통독 전 서독정부가 동독인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 기록하여 불법 인권침해자에 대해선 끝까지 추적, 단죄할 수 있다는 경고적 의미와 함께 실제 통일 후 형사 소추할 수 있는 근거자료로 활용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록보존소가 설치된다면 여기에 2008년7월11일 신새벽 금강산 해변가에서 일어난 고(故) 박왕자 씨의 사건 일지와 관할 북한군의 부대명과 지휘관을 추적, 사실관계를 기록보존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탈북자들의 재북 및 탈북과정에서 겪은 문초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그들의 한(恨)도 풀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경우, 박왕자 씨의 사건은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에 밑거름이 되는데 큰 역사적 의미로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당장은 발포자를 찾아 응분의 책임을 물을 수 없을지라도 먼 미래에는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볼 때 고 박왕자 씨와 유가족의 한을 풀어주고 북한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자국민의 인권을 탄압하는 독재국가는 주변국 국민에 대해서도 언제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역사적 경험을 교훈삼아 북한의 인권문제를 방치하면 언젠가 우리 자신에게도 이러한 불행이 다시 찾아 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이번 사건을 북한인권문제로 접근하는 정책적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그분의 죽음은 더욱 뜻 깊다고 볼 수 있다.

“어머니 잘 다녀오라고 했지. 잘 가시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망인의 소중한 아들 방재정 씨. 그의 미니 홈페이지에 남긴 사모곡에 눈시울을 적시면서 언젠가 북한인권침해기록보존소가 설치된다면 어머니에게 총부리를 겨냥한 독재체제의 하수인들은 불안에 떨게 될 것이고 아들에게 용서를 빌러 올 날이 다가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