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피격시점 오전 5시20분’ 증언 탄력받나

고(故) 박왕자(53.여)씨의 피격 시점이 북측 해명과 달리 오전 5시20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금강산 관광객 이모(여)씨가 사건 당일 해금강 호텔 관계자뿐 아니라 최근 경찰조사에서도 언론에서 밝힌 것처럼 일관되게 진술한 것으로 확인돼 이씨 증언의 신빙성이 커지고 있다.

◇이씨의 최초 진술 내용은 = 18일 관광객 이씨로부터 사건 정황을 청취한 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이씨는 피살 사건이 일어난 11일 오전 5시께 남편과 함께 해금강 호텔을 나왔다.

당시 시각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호텔 프런트에 부착된 시계를 보니 공교롭게 5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어서라고 이씨가 말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어 이씨는 고성항 횟집과 비치호텔을 지나 팔각정 앞에 도착했으나 이 곳에서 여자 관광객 3명이 너무 큰 소리로 소란을 피우는 것을 보고 기분이 언짢아져 해금강호텔로 발길을 돌렸다.

돌아오는 길에 고성항 횟집 부근에서 이씨는 첫 번째 총성을 들었다.

해금강호텔에서 팔각정까지 거리가 804m, 팔각정에서 횟집까지는 217m로, 이씨는 총성을 듣기까지 모두 1천21m를 걸은 셈이다.

따라서 보통 성인들의 보행속도가 시간당 4㎞인 점을 감안하면 이씨가 첫 총성을 들은 시각은 대략 오전 5시15분 가량이 된다.

비치호텔 CCTV의 시간이 맞지 않았다는 사실에 비춰 해금강호텔 프런트의 시계의 정확성에 대해 현대아산에 재차 확인을 요청한 결과 호텔 시계는 제대로 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씨의 진술을 뒷받침할 물증은 아직 없지만 이씨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며 사건 당일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호텔 관계자와 언론, 경찰에 한결같이 진술하고 있어 이씨의 증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발생시각에 대한 서로 다른 진술..CCTV 분석결과 주목 = 이씨의 증언이 중요한 것은 여러차례에 걸친 말 바꾸기로 사건의 진상 규명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북측 사건경위 설명의 신뢰성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총성을 2발 밖에 듣지 못했다는 이씨의 진술과 대학생 이인복씨의 증언은, CCTV와 같이 이를 뒷받침할 물증이 없지만 최근 방북한 윤만준 사장에게 ‘공포탄 1발에 조준사격으로 3발 쐈다’고 전한 북한의 설명과는 매우 다르다.

하지만 정부 합동조사반이 CCTV에 녹화된 당시 장면을 복원해 이씨가 오전 5시 전후로 호텔을 나간 것이 확인된다면 북측의 사건경위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분명해져 파란이 예상된다.

이씨의 주장대로 사건발생 시각이 오전 5시20분쯤이라면 북한 초병이 박씨가 남측 여성 관광객임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시점이어서 북측의 ‘과잉대응’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호텔 관계자가 이씨의 이러한 증언을 듣고 현대아산 측에 즉시 보고하지 않고 CCTV 자료도 보존하지 않았던 점이다.

이 호텔의 CCTV의 저장용량이 3일분 밖에 안돼 연합뉴스가 이씨와의 전화통화 후 현대아산 측에 CCTV 자료의 공개를 요청했던 15일에는 이미 새로운 데이터로 덮어쓰기가 된 상태였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씨의 면담 요청으로 호텔 관계자가 이씨와 만나 이러한 진술을 전해들었지만 이씨 남편이 신원확인을 거부해 청취 내용을 본사에 보고하지 못했다”며 “이씨의 신원을 알게 된 것은 거꾸로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게 됐으며 그 때는 이미 CCTV에 당시 장면이 지워진 상태였다”고 해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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