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여행객들 “출입통제 얘기 못들었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금강산에서 숨진 박왕자(53.여)씨의 동료 여행객들은 11일 저녁 서울에 도착해 “피격 장소인 해안에 가지 말라는 경고를 한 번도 듣지 못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단체 관광버스를 타고 이날 오후 6시50분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종합운동장 앞에 도착한 여행객 권태진(55.여)씨는 “가이드건 정부건 그 누구도 우리에게 그쪽(박씨가 숨진 장소)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안해줬다”고 밝혔다.

권씨 등은 취재진에 지도를 보여주며 “박씨가 숨진 장소는 금강산해수욕장 금강빌리지 서쪽 해안이다”며 “새벽 4시에 거기 갔다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런 이야기는 미리 해줬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여행객들도 권씨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그런 이야기를 못들어봤다”고 이야기했다.

통일부 등에 따르면 박씨는 오전 4시30분께 숙소인 금강산 비치호텔을 나와 호텔 인근 해수욕장 주변을 산책하던 중 관광객 통제구역을 지나 북측 군 경계지역에 들어섰다가 북측 초병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박씨는 또 금강산 여행을 출발할 때부터 지갑을 잃어버리는 등 불운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행객들에 따르면 출발 당일 박씨 등 2명이 출발 예정시간을 넘기도록 오지 않자 버스기사가 차를 출발시켰으나 먼저 타고 있던 이들의 일행으로부터 “지금 오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길가에 차를 대기시켜 놓고 30여분간 기다렸다는 것.

박씨 등은 뒤늦게 버스에 오르면서 “죄송하다”며 사과했고 일행끼리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하철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했다고 여행객들이 전했다.

한 여행객은 “박씨가 처음부터 운이 많이 따르지 않았던 것 같다. 좋은 기분으로 여행을 가야 하는데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운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설마 그 사람이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충격 속에 귀국한 이들 여행객은 2개조로 나뉘어 한 조는 버스 3대로 종합운동장 앞까지 와 해산했고, 나머지는 버스 1대로 광화문에 도착했다.

박씨 피격 소식에 놀란 다른 여행객들의 가족 10여명이 자가용을 몰고 종합운동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버스에서 내리는 식구들을 반갑게 맞이하기도 했다.

버스에서 내린 여행객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좋은 일이 아니니까 얼른 잊어버리자”고 이야기를 나눴고, 한 남성은 “살아돌아온 게 다행이다”라고 했다가 옆 사람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말라. 죽은 사람도 있는데…”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한편 광화문으로 여행객을 싣고 온 버스는 당초 새문안교회 앞에서 관광객들을 내려줄 예정이었으나 취재진이 모여있는 새문안교회 대신 종로 보신각으로 돌아가 오후 7시30분께 승객들을 내려준 것으로 전해졌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