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약수로 어머니 ‘마지막 얼굴’ 씻고…

필자 김찬구

1990년 10월. 사업차 평양을 방문하기 위해 미국 LA를 출발했다. 평양을 가는 도중 어머님을 뵙기 위해 부산에 들렀다. 아직 6.25와 중공군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는 중국과 평양을 오가는 필자가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큰 아야! 니 요새 그 먼 미국서 와갔고 한국에는 며칠 안 있고 중국은 와 그리 오래 가 있다 오노? 중국은 머하러 자주 다니는데? 6.2 5때 생각 안 나나? 중공군들 봤제? 그놈들 땜에 우리 사람들이 얼마나 죽고 힘 들었노.

(중국은) 나쁜 놈들 사는 공산당 나라 아이가? 네 삼촌은 중국 놈 경비하고 국경에서 시비하다가 총을 맞았다. 그런 나쁜 놈 나라에 무슨 할 일이 있다고 다니는가 말이다. 이웃도 아니고 그리 자주 다니노? 돈도 많이 들긴데, 에미한테 말 좀 해 바라!”

고개 숙이고 듣고만 있던 나는 아무런 할 말이 없어 고개를 들고 어머니 얼굴을 보는 순간 쏘듯이 쳐다보시는 병상의 어머니 눈매에 얼굴을 돌린 나는 “어머이 걱정하지 마이소. 조심하고 다니겠습니더”. 적당히 안심시키고 평양을 가기 위해 홍콩경유 중국 북경으로 떠나던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당시에는 한국이 중국과 수교가 없어 한국인의 여행이 불편한 시절이었다. 다행히 나는 국적이 미국이라 교통은 불편했지만 중국 가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래도 미국 LA에서 출발, 서울경유 홍콩에서 북경 입국비자를 받아 평양도착 까지는 중간 경유지를 순조롭게 가야만 6일만에 도착했다.

나는 그 전해 1989년 1월 하순경 처음에는 관광으로 평양을 다녀왔다. 관광도 아무나 갈수 있었던 것이 아니고 평양정부에서 오라는 선택된 행운(?)으로 다녀왔지만 사업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달 후 개인적으로 나 혼자 대성총국 ‘먼 바다 어업회사’의 초청으로 사업차 방문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필자 어머니의 생전 모습

금강산 약수로 어머니 얼굴 마지막으로 씻겨 드려

평양에 머물면서도 어머님을 안심시키고 병실을 나오면서 마주쳤던 어머님의 눈길. 쏘는 듯 쳐다보시던 그 눈매. 나는 ‘무슨 변이라도 생기면 안 되는데’ 하는 조바심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렇게 일주일치 일을 불만족스럽게 마치고 북경으로 나온 날 병실의 어머님과 간단한 안부 통화를 했다.

나는 이때 금강산 만물상 약수를 패트병에 담아 어머니께 드리려고 고이 싸서 간직하고 있었다.

새벽 2시경 서울 친구에게서 북경호텔로 전화가 왔다. 잠결에 더듬어 전화를 받았다. “놀래지 마라. 어머님께서 어제 돌아가셨다. 부산의 친구들과 전부 연락되어 상가에서 밤을 지내고 있으니 서둘러 오너라.”

힘이 빠지고 가슴에 빈 공간이 생기면서 숨이 차올라 왔다. 북경-서울 직행 비행기가 없던 시절이고 통신으로 항공사에 예약하기도 아주 어려운 때였다.

홍콩의 후배에게 전화를 하여 북경~홍콩의 제일 빠른 시간 예약과 홍콩에서 바로 서울로 연결되는 항공편 예약을 부탁하고 몇 시간을 초조히 기다렸다. 북경~홍콩~서울 김포공항까지 당일로 연결예약이 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서울 조카에게 연락, 김포공항에서 부산행 마지막 비행기편을 예약하고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등을 준비하여 김포공항으로 나오라 했다.

자정 전에 부산에 도착했다. 나는 어머님께 고개 숙여 사죄하고 통곡했다. 다른 짐은 전부 북경에 남겨두고 금강산 약수와 서류만 들고 갔기에, 약수로 깊이 잠드신 어머님의 얼굴을 씻어드리고 입술에도 발라드렸다. 이제 아무리 땅을 치고 통곡한들 소용없는 마지막 가시는 길.

북한에 미쳐 다니느라 효도하지 못한 지난 세월의 아쉬움과 잘 되지도 않는 일을 사업이랍시고 고생하며 바쁘기만 했던 일들이 서러움으로 변해 나를 한없이 슬프게 했다.

김찬구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필자약력> -경남 진주사범학교 졸업 -국립 부산수산대학교 졸업, -LA 동국로얄 한의과대학졸업, 미국침구한의사, 중국 국제침구의사. 원양어선 선장 -1976년 미국 이민, 재미교포 선장 1호 -(주) 엘칸토 북한담당 고문 -평양 순평완구회사 회장-평양 광명성 농산물식품회사 회장 -(사) 민간남북경협교류협의회 정책분과위원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경남대 북한대학원 졸업-북한학 석사. -세계화랑검도 총연맹 상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