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중단 4년째…출로는 없나?

지난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초병에 의해 피살되면서 10여 년간 이어져오던 남북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다.

2008년 금강산 사업 중단이후 현대아산과 협력 업체들의 피해는 막대했다. 현대아산 측이 데일리NK에 제공한 금강산 관광 중단 피해현황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 사업을 위한 시설·환경 조성에 현대 아산은 2,270억, 투자·협력 업체들은 1,330억 원의 자금을 투자했다.   

금강산 관광사업의 투자·협력업체의 모임인 ‘금강산지구기업협의회(기업협의회)’에 따르면 관련 업체들은 사업에 투자한 제반시설·자제 등이 북측의 자산동결 조치로 묶여있어 남한에서의 재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강산 사업 기업체들 南에서는 재기 불능=기업협의회는 관련 숙박·식음·판매·위탁·여행·운송 업체들의 누적 피해규모를 1,300억 원대로 추산하고 있으며, 현대 아산측도 관련업체들의 매출손실을 1,800억 규모로 보고 있다.

통일부는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인한 관련 업체들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낮은 금리의 대출을 두 차례에 걸쳐 시행한 바 있지만 관련업체들의 재기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최요식 금강산지구기업협의회 회장은 “기업주들은 자신들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본력을 금강산 사업에 쏟아 부었기 때문에 정부의 대출정책은 우리의 재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대출정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금강산 관광 재개만이 우리가 재기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재산을 ‘올인’한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대출은 빚만 늘려줄 뿐이라는 것이다.

최 회장에  따르면 이종흥 전 ‘금강산코퍼레이션’ 대표는 금강산 사업에 20억 원을 투자했지만 9개월여 만에 사업이 중단됐다. 그는 투자금을 전혀 회수하지 못하고 현재는 화장품 외판을 하며 생계를 잇고 있다. 금강산 등산로에서 요식업을 하던 이창희 씨 내외는 10여 년간 사업을 하다가 사업 중단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이 씨의 아내는 사업 중단의 충격으로 1년 후 세상을 떠났다.  

◆금강산 사업은 北의 자금줄?=지난 2009년 8월 17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했을 당시 김정일이 박왕자 씨 피살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해 기업주들은 사업 재개의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당시 김정일의 발언은 마치 북한 내부에서 ‘교시(敎示)’를 내리는 듯한 뉘앙스였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정부 당국 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방침에 따라 북한이 ▲진상조사 ▲재발방지 ▲신변안전 보장 이라는 3대 조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천안함·연평도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금강산 사업은 남북간 안보·정치적인 사안과 연루돼 그 해법이 더욱 요원해졌다. 특히 금강산 사업이 북한 정권의 자금줄이 된다는 비난여론이 높아지면서 사업의 타당성 자체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개성공단은 현재 북한주민 5만여 명에게 인건비를 지불하면서 막대한 자본을 투여하고 있는데 왜 중단하지 않는 것인가”라며 “금강산 사업 기업주들은 필요한 인력을 중국 교포로 충당했고, 북한 주민 고용은 250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현재 개성공단의 경우 북한 지도개발총국을 통해 5만여 명의 북한 근로자들에게 개인당 평균 131.4 달러, 매달 75억 원의 임금을 지불하고 있다. 이 임금 중 50% 이상은 북한 당국이 여러 명목을 붙여 떼가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금강산 사업 재개, 南 안보·北개방에 도움”=일각에서는 오히려 남한의 안보강화와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기 위해서는 금강산 사업을 재개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금강산 관광 사업은 북한 주민들이 자본주의를 습득할 수 있는 장(場)으로서 자본주의 영향을 받은 주민들이 북한의 개혁·개방에 일조할 수 있게된다는 것이다. 

고경빈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은 “금강산 지구는 북한의 최전선이라 군사적 요지라고 볼 수 있는데 금강산 관광사업이 재개되면 그 지역은 군(軍) 시설 대신 관광지가 들어서는 셈”이라면서 “이는 그 지역을 남한에 개방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어 안보적으로 상당한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주는 “금강산 등산로에서 요식업을 하는 남과 북의 가판대·가게들이 많았는데, 북한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자본주의에 대해 배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그들은 박리다매를 추구하거나 한복을 빼입고 호객행위를 하면서 남한 업체와 경쟁을 벌였다”고 말했다.

다만, 금강간 관광지역에서 북한 주민들은 철저히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남북교류’는 과도한 기대치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개성공단의 경우 5만여 명에 달하는 북측 노동자들이 남한을 간접체험한다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금강산 관광지역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관광재개, 돌파구는 없나?=관광사업 중단으로 아쉽기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2007년 기준 북한이 관광 대가로 가져간 돈은 총 2,038만 달러였다. 당시 북한내 시장환율로 계산하면 군수분야를 제외한 북한 내각의 1년 예산을 초과할 것으로 추정되는 수입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길들이기 용’으로 고 박왕자씨 피살 사건을 계획했다는 점에서 차기 정부가 출범한 후에야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북한이 금강산지구 내 남측 재산권을 공공연히 침해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관광사업의 신뢰문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남북 당국간 정치적 타협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민간 기업들이 북한 당국을 믿고 사업을 함께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남측 관계자 추방 및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 제정 등 무리수를 둔 것에 대해 ‘관광중단을 선언한 남한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전술’ 정도로 이해한다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민간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국제 상거래상 도저히 용납하기 어렵다는 ‘학습효과’가 남게 됐다.

북한은 현재 현대아산이 사업 독점권을 갖고 있는 금강산 관광지구에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금강산지구 내 현대아산 소유인 ‘온정각’을 ‘별금강’이라는 이름으로 고치고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이런 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우리 정부 역시 마땅한 출로가 없어 보인다. 우리 정부가 북측에 요구하고 있는 ▲고 박왕자 씨 피살 사건 진상조사 ▲재발방지 대책 마련 ▲신변안전보장 등은 ‘자국민 보호’ 측면에서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기본 중의 기본’으로, ‘양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정부가 현 상황에서 무리하게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보다는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짜는 과정에서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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