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우리가 안가면 된다

7월 5일 북한의 폭죽놀이식 미사일 발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에 비난의 소리가 높다. 강 건너 불 보듯 마지못해 내놓은 대응책이라는 것이 “미사일 발사 사태와 관련, 한반도 긴장이 조성되지 않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기로 하고, 대화의 틀 속에서 강력히 항의하되, 행동은 신중하고 유연하게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국민여론을 생각해서 말로만 몇 마디 항의하고 지금까지 해온 퍼주기식 북한지원은 ‘완급을 조절하며’ 계속하겠다는 소리다.

따지고 보면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이 일관되게 추진한 햇볕정책의 가장 큰 폐해는 이 정책이 그 어떤 문제를 야기하더라도 방향수정을 스스로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우리 민족끼리”라는 이념을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높게 설정하여 이 폐쇄적 국수주의에 금이 가는 것을 무슨 대가를 치루더라도 피해보겠다는 것이니,

지난 정권과 현 정권은 김정일의 입장에서 보면 어르고 때리고 공갈과 협박을 마음 놓고 해도 찍소리 못하는 스파링 파트너와 다름없는 것이다. 통일부 차관의 말을 빌리자면 “판이 깨지기” 때문이다. 바로 그 판에서 북한인민이 신음하든 미사일을 소나기처럼 쏘아대든 말이다.

오죽하면 김정일은 바로 이 “우리 민족끼리”를 자신과 함께 안출해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초대해 놓고도 단물이 나오지 않을 것 같으니 걷어차듯 방북을 취소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도 배움이 없으면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

현금지원, 거악에 뒷돈 대주는 격

미사일 발사와 관련하여 현 정권의 대응 중 가관인 것은 쌀과 비료지원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시민적 자유보다는 생존권이 북한인민의 인권의 요체이며 자신들만이 바로 ‘북한인권의 수호자’라고 노무현 정부는 강변해 왔다. 그러나 미사일을 쏘아댄 것은 김정일이지 북한인민이 아님을 모르지 않을텐데 왜 북한인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려고 하는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관련하여 국내외의 북한인권단체들은 김정일 정권과 북한인민을 분리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그리고 쌀과 의약품과 같이 생존에 인과적으로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조건 없이, 아니 단 하나의 조건하에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즉 분배의 투명성이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북한인민의 생존에 필수적인 쌀과 의약품은 유엔의 WFP와 WHO와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현 정권은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을 주장하다가 “미사일 발사금지”라는 조건이라도 원래 있었다는 듯 쌀과 비료지원 중단을 내비친 것이다.

물론 필자는 정부의 이 대응책이 지켜지리라고 믿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나 북한의 무력시위에 국민들이 무감각해지기를 기다려 대화의 필요성과 북한인민의 생존 운운하며 다시 퍼주기를 시작할 것이다. 서해교전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지키기 위해 산화한 장병들의 기일이 있는 달에 바로 그 NLL에 대하여 김정일 정권과 협상할 수 있다고 군간부들 앞에서 말할 수 있는 “양심”을 가진 자가 바로 우리의 대통령인 것이다.

필자가 볼 때 퍼주기식 북한지원의 완급조절은 김정일의 미사일 폭죽놀이에 분노한 국민여론 앞에서 핵과 미사일 개발과 직접 관련이 있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이 현금을 대주고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 입주하는 기업들이나 금강산관광의 사업자가 내세우는 명분은 이윤추구와 함께 남북교류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금제공의 결과가 핵이나 미사일이 되어 되돌아 올 경우 이윤추구도 남북교류의 명분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돈을 버는 것도 결국 행복하게 살겠다는 것인데 이윤추구가 자신과 자신들의 자식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을 야기한다면 이 얼마나 변태적인 행위인가?

따라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현금 대신 현물제공 등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의 기업과 국민들이 이런 변태적 행위에 참가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개성공단 없이 한국경제가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금강산관광 없이 인생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사업주체가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중지시킬 수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그 자신 통일부장관에 취임 후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반드시 추진하여 성공시키고 싶은 사업이 개성공단임을 명백히 밝혔다. 그렇다면 장관직이 민간기업의 자리라도 된단 말인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이외에도 각종 단체들이 남북교류라는 명목으로 거액의 현금을 주면서 행사 유치를 하고 있다. 물론 그들의 의도 자체를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제 핵과 미사일 등으로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이 간과할 수 없을 만큼 분명한 이상 더 이상의 현금지원은 아무런 명분도 없을뿐더러 거악에 참여하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 안하면 된다

노무현 정권으로부터는 대북정책에서 이제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 지금까지 해온 김정일 정권에 비위맞추기와 퍼주기가 아까워서라도 노정권은 뭔가 한번 크게 히트치고 싶은 생각을 버리기 어려울 것이다. 김정일이라는 불량채권에 물린 채권자가 손절매를 하지 못하고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혹은 노정권의 사람들은 북핵과 미사일이 김정일이 가끔씩 세계의 시선을 끌어 경제적 이익을 챙기기 위한 쇼로 간주하여, 뭔가 주면서 달래는 것이 전쟁과 같은 극한상황을 피할 수 있는 이성적이고 경제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또는 미국의 금융제재 때문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미국의 금융제재 훨씬 전부터 개발해온 것이며, 그 목적이 미국과의 전쟁이 아니라 한국에 대한 협박에 있음은 명백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처럼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도 대한민국의 생존이 전제되어야 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제 이 정권으로부터 무엇인가 이성적이고 정당한 대북정책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하에서는 대한민국의 국민이 나서는 방법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금을 주는 한 기업은 개성공단에 진출하지 않고 국민은 금강산관광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홍성기/ 아주대 특임교수(철학박사)

홍성기(洪聖基)
-서울출생(1956)
-경기고, 서울대 독문과 졸업
-뮌헨대 철학석사
-자르브뤼켄대 철학박사(논리학, 동서비교철학)
-아주대 특임교수(현)
-주요논문 : <용수의 연기설><괴델의 불완정성 정리 비판>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