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살..남북관계 ‘주목’

금강산에서 50대 여성 관광객이 북한군 초병의 총격을 받아 사망함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11일 오전 5시께 북한의 북강원도 온정리 금강산 특구내 해수욕장 인근에서 우리 측 관광객 박왕자(53.여)씨가 북측 초병으로부터 가슴과 다리에 총격을 받아 숨졌다.

남측 인사의 왕래가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금강산(1998년 관광 시작)과 개성공단(2004년말 가동)에서 우리 국민이 북측 인사에 의해 살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사건의 목격자 중 남측 인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진상 규명에 어려움이 예상되며 사건이 어떻게 수습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진상 파악 착수..신중 기류 = 정부는 우선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 뒤 후속 대응 방향을 결정키로 했다.

정부 당국은 일단 이번 일을 `사고’로 규정한 가운데 정확한 책임소재 규명이 우선이라고 보고 북측 설명대로 피해자의 과실이 실제로 있었는지, 북측 초병의 과잉대응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한 뒤 대응기조를 정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후 당국간 대화가 중단된 상황이라 정부 당국자가 직접 조사에 참가하기 어려운데다 사건을 목격한 남측 인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북측 발표 이상으로 경위를 밝혀내는 데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정부는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면서도 신중한 대응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기조는 이명박 대통령이 오후 2시20분부터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면서 남북간의 전면적 대화를 제안하는 내용의 사전 원고를 그대로 읽은 점에서도 읽힌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하는 현대아산에서 통일부에 통보한 게 오전 11시30분이고, 이 대통령은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을 통해 그 이후에 보고를 받았다”면서 “정확하게는 국회 개원연설을 위해 국회로 출발하기 전 관저에서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 핵심 참모는 “이번 금강산 피격 사건은 정부가 사태 진상을 충분히 파악한 뒤에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는 것이고 개원연설은 우리가 앞으로 남북관계 및 대북정책을 어떻게 끌고가겠다는 큰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며 다만 “공교롭게도 같은 날, 그것도 미묘한 시점에 겹쳤기 때문에 이런 저런 관측이 나올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두 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밝혔다.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은 = 이번 사태는 남북 당국간 대화 단절에도 불구, 변함없이 진행돼온 민간 교류 영역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는 시각이 많다.

우선 정부가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시키면서 금강산 뿐만 아니라 개성 관광까지 위축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또한 이 대통령이 6.15, 10.4 선언에 대해 처음 공식 언급을 하며 전면적인 남북대화를 제안한 날 이런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국내 대북 강경여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경위 여하를 떠나 무장하지 않은 50대 여성이 피살된데 대한 국내 여론이 심상치 않을 것인 만큼 향후 북측 대응이 남북관계에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군 통제지역에 진입한 박씨가 초병의 정지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도주하자 발포했다고 현대 아산측에 설명했을 뿐, 11일 오후 6시 현재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통보하지 않고 있다.

만약 북측이 적정한 수준의 유감표명 없이 사건의 책임을 피해자와 현대아산 및 남측 당국 등에 전가하려는 태도를 보일 경우 국내 대북 여론이 악화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현재 모색중인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실질적으로 추진하는데 적지 않은 제약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성격상 남북 모두 자기측 책임을 분명하게 인정하기 힘든 사안인데다, 사건의 명확한 진상 및 책임소재 규명마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진상 규명 및 재발방지책 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각을 세울 수 있는 대목들이 있을 텐데, 양측 다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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