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피살’ 소강기미..장기화되나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 피살사건이 22일로 발생한 지 12일째를 맞으면서 서서히 소강국면에 접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사태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1단계 조치들을 취한 채 북의 호응을 기다리고 있고 북한은 12일 첫 공식 입장 표명 이후 침묵을 유지하며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 1단계 조치 마무리 국면 = 정부는 사건이 발생한 후 성명 등을 통해 진상 조사단 수용 및 재발방지책 마련 등 대북 요구를 분명히 했고 금강산 관광 중단과 대북물자 제공 보류, 개성관광 중단 가능성 시사 등으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정부는 이어 21일을 기점으로 북한의 반응을 일단 지켜보면서 사건 파장의 비정상적 확대를 막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21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 간담회를 개최, 개성공단은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자칫하다 개성공단까지 문닫는 것 아니냐’는 국내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한편 북을 향해서도 개성공단은 이번 사건과 연계할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려는 포석이라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또 같은 날 한승수 총리는 “이번 문제와 전반적인 남북관계는 분리 대응하려고 생각하고 있으며 다른 문제로 확산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개성관광은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만큼 상당히 신중하게 생각해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사건 발생 후 첫 열흘간 세차례 열렸던 합동대책반회의도 앞으로 주 1회 개최키로 했으며 현대아산에 대한 점검.평가단 활동도 대책반과 분리해 별도 채널에서 진행키로 했다. 아울러 방북 조사를 대비해 구성된 합동조사단 활동도 수일 내에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일단락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북이 진상조사단 수용 등에 계속 호응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 다양한 복안을 갖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일단 현 상황에서 `임시 진지’를 구축한 채 북의 반응을 기다리려는 듯한 모양새다.

◇北, 침묵속 대남 심리전 조짐 =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12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담화를 통해 사건 책임이 남측에 있으며, 조사단 방북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힌 이후 대내외적으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측이 명승지 지도국을 통해 공식 입장을 표명한 만큼 그 이상의 다른 입장이 단기간에 나오길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지만 북한의 침묵에는 나름의 고민이 담겨 있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있어 보인다.

남측이 강경기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외화벌이, 남한내 대북 여론, 대내 선전, 대외 이미지 등 모든 면에서 자신들에게 이로울 것이 없는 이번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해보려는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최근 방북한 남측 인사와 만난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관계자 등이 사건의 우발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파장 최소화’ 행보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측의 사건 경위 설명과 충돌하는 증언과 사진 등이 잇달아 나오면서 진상 규명의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사건의 성격을 `일회성 사고’로 몰고 가고 싶은 북측의 속내가 방북 인사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사태 장기화 가능성 제기 = 이처럼 사건이 소강상태로 접어들 기미를 보이면서 장기화를 예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999년 금강산 관광객 민영미씨 억류사건때도 발생후 사건이 수습돼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기까지 40여일이 걸렸음을 감안할 때 이번 사건은 남북 당국간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수습될때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북한이 사건 해결을 위해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유지해왔던 남북 당국간 대화중단 기조를 일시적으로 접고 대화에 나서야 하는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에 근거한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금강산 관광 중단 등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겠지만 북한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 하나도 없는 이번 사안만 갖고 대남 대화에 나서려 할 가능성이 당장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북한 체제 특성상 명승지 지도국을 통해 1차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만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결단하기 전에 누구도 이 사안과 관련해 남측과 대화를 해야한다는 말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응 기조와 원칙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되 사태 장기화가 결국 남북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는 점을 감안, 다양한 대북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비공식 특사 왕래 등을 통한 남북간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면서 “최고 정책 결정자의 뜻이 전달될 수 있는 특사왕래를 통해 의사소통을 한 뒤 공통분모가 생기면 동시에 발표하는 등의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북한 내부에서 군부와 대남 교류협력 관계자들 간에 입장차를 조정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강경 일변도로만 나가면 북한 내에서 강경한 의견들이 주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체적인 남북관계를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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