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 교과서 개정 후에도 편향·왜곡 여전”

 









▲한국현대사학회는 29일 프레스센터에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현대사 서술의 문제점과 새로운 서술방향’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조종익 기자


근현대사 교과서의 좌편향성에 대한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 새로운 교육과정(8차)에 따른 교과서가 발간되기는 했지만 기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29일 오후 ‘한국현대사학회’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개정된 교과서에서도 “현대사 서술에서 대한민국 건국과정과 이승만에 대한 평가 절하, 대한민국의 성취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북한에 대한 우호적 서술, 빈번한 사실적 오류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미래엔컬처그룹과 천재교육 두 교과서의 경우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서는 21회에 걸쳐 ‘독재’라고 표현했으나, 북한 정권을 ‘독재’라고 쓴 것은 단 5회에 불과했다”며 “대한민국 체제를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현대사 교과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극단적인 민족주의적 역사 서술 ▲내재적 발전론에 입각한 침략과 저항의 이원적 접근 ▲일국사 중심의 역사 서술 등을 언급했다.  


강 교수는 6.25전쟁에 대해 북한의 의도적인 기습남침이라는 사실이 명시된 개선이 있었지만 역시 왜곡된 항목이 여전히 기술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천재교육의 경우 “가장 먼저 희생당한 것은 보도 연맹원들과 형무소 재소자들이었다. (중략) 좌익 혐의자에 대한 대량 학살은 인민군 치하의 보복을 불러왔다”고 기술하며, 북한의 가해 행위를 남한의 공격에 따른 보복 행위인 것으로 설명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신천학살사건을 묘사한 피카소의 그림 ‘한국에서의 학살’에 대해서도 “황해도 신천에서 학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지역의 좌우대립에서 일어난 것이지 북한이 주장하는 미군과 국군에 의한 학살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미래엔컬처그룹 교과서는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대해 “부정선거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되자, 중앙정보부는 동백림 간첩단 사건을 발표하였다. 유럽에서 평화통일 운동을 하던 작곡가 윤이상, 화가 이응로 등을 간첩으로 체포하여 국내로 압송하였던 것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강 교수는 이에 대해 “마치 부정선거를 감추기 위해 동백림사건을 조작한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며 “윤이상과 이응로는 북한관련 불법을 저질렀기 때문에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지 ‘평화통일운동’을 했기에 구속된 것이 아니다”며 사실이 왜곡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그 이후 윤이상의 행동은 도를 벗어난 김일성체제 찬양 활동이었다면서, 교과서에서 이에 대한 언급은 이뤄지지 않았음을 꼬집었다.  


이 밖에도 한국사 교과서들은 북한의 권력세습, 인권, 핵 개발, 식량 위기에 대해 북한을 두둔하거나 책임을 외부에 돌리는 서술을 하고 있다고 강 교수는 지적했다.


북한의 권력세습에 대해 6종의 교과서 가운데 1종을 제외하고는 ‘세습’ 대신 ‘후계 구축’, ‘권력 계승’ 등으로 표현했다. 북한 인권이나 도발에 대해선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억류된 국군 포로, 납북자, 탈북자, 강제수용소, 공개처형, 아웅산 국립묘소 테러사건은 1곳씩만 다루는 편향된 기술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민주와 반민주’, ‘통일과 반통일’과 같은 단순한 이분법이 기조를 이루고 있는 주장의 뿌리에는 1980년대 한국사회 대학가를 풍미했던 수정주의의 잔영이 있다”며 “이제는 균형 잡히고 성숙한 ‘탈수정주의적’ 역사관에 기초한 교과서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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