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 사드 괴담 확산, 北 도발 빌미 제공할 뿐”

한국과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에 의해 확산되고 있는 ‘사드 반대론’이 되레 남남(南南) 갈등을 유발, 오히려 북한에 핵·미사일 위협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사드에 관한 불확실한 정보들이 정제되지 않고 확산돼 분열을 조장할 경우, 북한 도발 대비나 국제사회 공조에 투여돼야 할 역량이 분산될 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데일리NK는 며칠 새 쏟아진 사드와 관련한 논쟁 중 ▲사드 레이더 전자파 유해성 여부▲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전망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요격 가능성을 비롯한 사드의 성능을 둘러싼 의문들을 파헤쳐봤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 유해 범위 100m에 불과…근거 없는 유언비어 확산”


한미 양국의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 후, 경북 칠곡과 성주, 경기 평택, 부산 기장, 강원 원주, 전북 군산 등에서는 지역 시민단체는 물론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까지 합세해 격렬히 ‘사드 반대’ 시위에 나섰다. 특히 사드 배치 지역으로 사실상 확정된 성주에서는 군수가 단식 투쟁에 들어갔고, 오늘(13일) 주민들의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


이들의 사드 반대 요지는 배치 지역 내 주민들이 사드의 레이더가 내뿜는 유해 전자파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 반경 수십km까지 퍼지는 사드 레이더 전자파로 인해 주민 생계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지역 경제까지 파탄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자파에 노출될 시 급사할 가능성도 있다는 ‘괴담(怪談)’마저 돌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의하면,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가 사람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는 반경 100m다. 일각에서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 범위를 2.4km에서 넓게는 5.5km까지 제기하고 있지만, 이는 혹시 모를 기기 오류를 대비한 항공기 비행 제한 범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2010년과 2015년 공개된 미군의 환경영향평가보고서 역시 괌(Gaum)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와 관련, 유해 범위를 100m로 적시하고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12일 데일리NK에 “사드 레이더 빔이 비행기 계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항공기는 2.4km, 정밀무기 탑재 비행기는 5.5km 이내 반경에서 비행을 제한하라는 것”이라면서 “버스 정도 크기의 사드가 레이더로 수km에 달하는 유해 전자파를 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요격미사일 운용 요원부터 피해를 입을 텐데 말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김희상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도 “2012년에 사드보다도 탐지 거리가 긴 슈퍼 그린파인 레이더를 도입할 당시엔 전자파 피해 논란도 없었고, 실제로 지금까지 전자파로 인한 인명 피해는 전혀 없었다”면서 “어차피 레이더는 고지대를 향해 탐지하기 때문에 그 아래에서 거주하는 지역 주민들이 전자파에 노출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中, 韓 자위 방어 왈가왈부 자격 없어…‘관계 파탄’ 등 자극적 보도도 자제해야”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전부터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해온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결정에 대북 압박 수위를 낮추거나 무역보복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나섰다. 일부 언론들에서는 벌써부터 ‘북·중·러 VS 한·미·일’ 구도를 상정, 동북아 정세가 패권 경쟁으로 요동칠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외교가의 입장은 다르다. 중국과 러시아와 사드 문제를 놓고 풀어가야 할 과제가 남아 있기는 하나, 이제까지 이어져 온 한중, 한러 관계가 경색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가정은 지나친 우려라는 것. 또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은 북핵 위협이 이 정도가 될 때까지 방조한 책임이 있다”면서 “북핵에 대응한 한국의 자위적 방어에 중국은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이 갖지 못한 핵 미사일은 물론, 월등히 강력한 방어수단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도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자위적 방어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인데, 정당한 권리에 중국과 러시아가 압력을 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특히 “사드 배치로 인해 북핵 공조가 와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한국의 방어망 구축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등가로 봐선 안 될 사안”이라면서 “사드 배치는 결국 비핵화를 아직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추진된 것이므로,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는 데 더 노력을 쏟아야 한다. 사드 때문에 제재가 느슨해진다면 이제까지의 국제공조는 다 무슨 소용이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언론들도 중국의 경제적 보복 가능성에 대해 너무나 쉽게 예단하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이 과도하게 조성되고 있다”면서 “중국이 사드에 대해 민감하게 나온다 하더라도, 이는 사드가 자위적 방어를 위한 것임을 확실히 함으로써 풀어나갈 문제지 벌써부터 한중 관계 악화를 운운하면서 논란을 부채질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드, 정작 北 SLBM 못 막는다?…“논란보다는 다층 방어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지난 8일 사드 배치 결정이 발표된 지 하루 만인 9일 북한이 SLBM 발사 시도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를 사드에 대한 무력시위 성격으로 판단하면서 사드가 SLBM도 요격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요격 고도가 낮은 사드는 이제까지 적 미사일의 낙하 단계에서 요격하는 데 최적화 된 것으로 알려져 왔기 때문에,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SLBM은 요격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것.


이에 군사 전문가들은 “애초에 북한의 핵미사일을 하나의 수단으로 확실히 막을 방도는 없다”고 보고 있다. 즉 사드는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PAC(패트리어트)-2 미사일과 함께 다층 방어 차원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막아내도록 배치됐다는 것. 사드 배치 결정이 난 이후에도 ‘PAC-3 2020년 도입’ 등 다층 방어를 위한 추가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전문가는 “사드 혼자서 SLBM을 비롯한 북한의 핵미사일을 다 막아내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이걸로 사드 배치의 효용성을 문제 삼는 건 억지”라면서 “북한의 도발과 위협이 고조되는 이 시점에 자위적 방어 시스템은 체계적으로 갖추면 갖출수록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일각에선 북한이 추후 도발이라도 하면 그게 사드 배치의 여파일 것처럼 주장하지만, 북한은 지금까지도 아무런 명분 없이 도발을 일삼아 왔다. 언제까지 당한 뒤에야 대응할 것인가”라면서 “북한이 핵미사일 실전 배치를 코앞에 둔 이상, 불필요한 의혹을 만들거나 책임 전가를 할 시간에 한국의 자체적인 방어력을 구축하는 게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