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휩쓰는 ‘민족공조’와 ‘反美 연합군’

▲ 영화 천군과 웰컴투동막골 포스터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천군>과〈웰컴투 동막골>은 모두 남과 북의 현역 군인들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분단의 상징인 국군과 인민군이 등장하고 결코 화해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이들의 우연한 만남과 긴장…하지만 영화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서로간의 벽을 허물고 힘을 합쳐 적을 물리치는 것이 두 영화의 공통점이다.

<천군>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남북한 공동으로 극비리에 개발한 핵무기 비격진천뢰가 미국 측에 양도되기로 결정되자 이에 불만을 품은 북한장교 강민길(김승우)이 핵무기를 연구소에서 빼내 탈출을 시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남한장교 박정우(황정민)는 이들을 추적하지만 갑작스런 회오리 돌풍으로 쫒는 자와 쫒기는 자 모두 핵무기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과거 1572년, 이곳에서 이순신을 만나게 되고, 이순신과 함께 여진족과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다.

한 관객은 이 영화를 ‘내 인생 최고의 영화, 영화 시작하는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한 순간도 재미와 감동이 없었던 장면이 없다’고 평가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순신의 인간적이고 영웅적인 모습과 남북이 힘을 합쳐 적군을 물리치는 대목에서 큰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민족을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

영화 시작 장면에서 핵무기가 미국 측에 양도되는 것에 불만을 품은 강민길이 “우리 후손들을 위해 핵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눈빛은 민족적 자부심과 열정으로 가득차 있다. “민족을 위해 핵을 개발했다”는 김정일의 주장이 시나리오에 그대로 들어와 있었다. 주변에서 ‘통일되면 핵은 우리 것이 된다’는 단순한 논리가 시중에 통용되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천군>을 통해 북한 핵은 스스로의 정당성을 찾아가고 있었다.

영화 <웰컴투 동막골>에서 역시 이와 비슷한 뉘양스를 풍기고 있다. 1950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 미 전투기 한대가 추락하고, 산속을 헤매던 인민군 일행, 대열에서 이탈해 길을 잃은 국군일행… 결코 섞일 수 없는 그들이 한곳에 모이게 된다. 이들이 만나는 첫 장면부터 고도의 긴장감이 형성되지만 이들은 순박한 동막골 주민들에게 점점 동화되어 간다.

이 영화 역시 순진한 동막골 주민들을 그려내며 웃음과 감동을 주는 동시에 그 속에 반미와 민족공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민족의 단결된 힘으로 외세를 배격하는 강렬한 민족주의가 요즘 영화의 트랜드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동막골을 폭격하는 미군, 이에 맞서는 남북 연합군

국군들이 동막골을 폭격할 것이라는 작전을 알게 된 이들은 동막골을 지키기 위해 힘을 합쳐 공동 작전을 펼친다. 미군전투기가 공습 시간은 다가오고, 인민군중 한명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우리도 연합군입니까?”라고 외치자 관객들은 감동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까지 있다.

동시에 마을을 폭격하고 이들을 짓밟는 미군들은 당연히 우리의 적이 되고 만다. ‘남북이 힘을 합치면 못할 것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영화는 결론을 내린다.

물론 영화를 통해서 상상력을 발휘하고,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는 것은 좋다. 또 영화는 영화일뿐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동의한다. 하지만, 단순한 민족주의를 넘어 민족공조와 핵무기를 옹호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과 이에 대항하는 우리 민족 구도를 자연스럽게 형성해 관객으로부터 호응을 얻으려는 요즘 세태가 혼란스러웠다.

또한 <천군>과 <웰컴투 동막골> 영화 자체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반미와 친북’을 유도하고, 이성적으로 성찰해야 할 민족공조와 핵문제를 감성적인 판단에 맡겨 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봤다. 우리 영화인들은 왜 대중들에게 진정한 민족공조를 위해 핵무기보다는 북한 인민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해야 된다고 말하지 못할까. 북한 주민의 인권과 탈북자들을 소재로 하면 냉전 수구세력으로 몰리는 것이 두려워서일까?

지난달 워싱턴을 뜨겁게 달군 다큐멘터리 ‘서울 트레인’을 우리 영화인들은 알기나 할까.

문화계의 친북반미적 흐름이 얼마나 깊숙이 뿌리 박혀 있는지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북한 인민의 고통을 따뜻이 감싸줄 때가 오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

이현주 대학생 인턴기자 lh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