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빈부격차·젊은세대 저항의식이 관건”

경제난과 국제사회 고립 등으로 체제난을 겪고 있는 김정일 정권.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 급변사태가 공론화 되면서 그 전개상황에 대한 예측도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다. 


실제 한미 군사 당국은 북한 급변사태를 대비한 군사적 대비책인 ‘작전계획(작계·OPLAN) 5029’를 통해 체제 불안으로 인한 내전과 대량탈북, 김정일 유고 등 크게 5가지 시나리오에 대비한 액션플랜을 마련해 놓고 있는 상태다.  


북한의 급변사태 예측은 대부분 김정일 유고를 전제로 진행되고 있다. 김정은이 충분한 준비 없이 권력을 승계할 경우 권력 장악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급변사태 유형으로는 대개 ▲김정일 유고로 인한 내부 권력투쟁이나 궁정쿠데타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으로 인한 민중봉기 ▲일부 군 엘리트들에 의한 군사쿠데타 등 세 가지 유형이 거론 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급변사태 요소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일의 통치력 상실로 인해 내부 혼란이 가중되고, 궁정 쿠데타나 군사 쿠데타가 발생해 주민들이 반체제를 지원하는 상활이 될 수도 있다. 내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되고 민심이 이반하거나, 경제난, 국제고립이 심화될 경우 불안정한 상태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Ⅰ: 김정일 유고시 궁정쿠데타 가능성…”장성택, 정은 무조건 옹호하지 않을 것”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일의 건강악화나 유고가 발생한다면 정은이 권력을 장악하는데 심각한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대북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김정일이 김정은의 권력 장악과정에서 강력한 배후 역할을 조기에 상실하면 김정은의 간부 장악력은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이러한 조건에서 김정은이 섣불리 간부 숙청에 나설 경우 이에 대한 저항이 표면화 될 수도 있다. 권력 안정을 위한 물갈이나 숙청 작업이 오히려 권좌를 위협하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김정은으로의 권력이양 과정은 흔들 흔들하며, 우여곡절이 많을 것”이라면서 “특히 김정은이 자기 세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상당한 알력다툼이 있을 것으로 보여 지기 때문에 불안정한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이 후계자로서 업적을 쌓지 못하면 간부들 사이에서 정은의 리더십을 의심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김정일이 조기 사망할 경우, 사회통제 및 보안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장성택이 무조건 정은을 옹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김정일이 죽거나 권력이 약화되거나 김정은이 간부들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할 경우, 장성택 등 최측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김정일 유고시 정은이 장성택을 비롯한 군부와 측근세력들의 협력을 어느 정도 이끌어 내는가가 체제 안정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 “만약 김정은의 지도력 부족으로 이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내부 지각변동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김정은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경제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김정일이 사망하면 급변사태를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Ⅱ: 군사쿠데타 가능성 커져…”물자부족에 소외감 커질 듯”


김정일은 대학졸업 후 내부 후계자로 지명받기까지 조선노동당에서 20여 년간 지도자 수업을 받은 반면,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는 김정일의 건강문제로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빠른 권력승계 과정은 그 만큼 불안한 요소들이 곳곳에 발생할 가능을 높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정은은 김일성정치군사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군 경험이 군부 장악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간부 장악력이 떨어진 조건에서 김정일 시대처럼 이중 삼중의 감시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할지는 의문이다. 


특히 김정일은 군부에 대해서는 고위급일수록 더 철저하게 감시했고 일선 부대에는 부대장과 정치위원의 상호 감시, 보위사령부 감시, 통보과를 통한 주요 지휘관 행적 보고를 받아왔다. 반체제 행동이 발견되면 즉시 가혹한 처벌을 가했다. 이러한 통제와 함께 특별 공급 보장, 고급 아파트와 병원 제공, 때마다 선물을 통한 회유책을 동시에 진행해왔다. 


그러나 권력 승계 과정에서 노동당을 지나치게 앞세울 경우 군부가 소외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극심한 외화난과 물자 부족에 시달리면서 군 고위급이 향유하는 지대(rent)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급기야 이들이 참을 수 있는 수준 이하로 축소될 경우 불만이 폭발하거나 한된 가용 자원의 재분배를 두고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최근 극심한 식량난에 허덕이면서 국제사회에 손을 벌리고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와 핵문제로 지원은 용의하지 않다. 이 때문에 병사들의 영양부족은 심각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또한 주민과 군의 관계도 불신이 극도로 커지고 있다. 젊은 엘리트 군 간부들 가운데 현 사태를 매우 불만스럽게 지켜볼 사람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발적인 저항은 조기에 진압이 가능하지만 6군단 쿠데타 모의사건처럼 군을 넘어선 광범위한 저항이 조직된다면 사태는 예측하기 어렵다.


고위 탈북자는 “김정일은 최측근들에게 갖은 선물과 특혜로 충성심을 유도하면서도 철저한 감시 시스템으로 소위 ‘딴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면서 “이러한 간부 관리에 누수가 생기면 가장 큰 위험세력은 군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과 같이 경찰력을 앞세워 극심한 탄압이 이뤄지는 곳에서 봉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군부의 지지가 필수적이다”면서 “별빠기(장성)들보다 젊은 소장파 군간부(장교)들이 동조하고 나설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Ⅲ: 경제난으로 인한 민중봉기…”정은 인기 안좋아 민심이반 표출 가능성”


현재 북한은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사실상 경제가 붕괴된 상태이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장사를 통해 살아가고 있다. 만성적인 경제난과 외부 정보가 유입될 수 있는 사장의 확대는 정권에 대한 불만 고조뿐 아니라 주민들 사이에 반체제 세력의 발생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탈북자들은 만약 김정은이 경제난을 해소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한번 화계개혁 같은 실패한 정책을 내놓을 경우 주민 소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을 통해 자본주의적 사고가 확산되고 대북방송과 외국 드라마를 통해 바깥 정보를 습득하며 자란 신세대들의 저항 의식도 관건이다. 이들이 과거와 같이 김정은 체제에 맹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한 갈수록 커지는 빈부 격차로 계층간 갈등도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김 교수는 “김정은에 대해 북한 주민들이 받아들이는 것과 상관없이 권력 이양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김정은이 개혁개방을 하지 않고 체제 모순이 심화, 내지는 집적화 되면 민중봉기 등 급변사태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 경제난도 지속되고 주민들 단속이 심해 정은의 인기도 좋지 않은 것 같다”면서 “그동안 북한의 민심이반 등 체제 불안 요소가 항상 존재해왔기 때문에 김정은 권력 이양과정에서 교통사고가 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처럼 체제 저항에 대해 극단적인 탄압을 하는 경우에는 준비된 혁명보다는 루마니아식 급격한 체제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생계형 항의나 시위를 가혹하게 탄압하면 여기에 대한 반발 심리가 커져 소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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