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쪽 정세 어떤가? 여기(北)는 보복분위기”

최근들어 잇달아 대남위협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도 한국에 대한 적개심을 강요하면서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소식통과 탈북자 등에 따르면 현재 북한 당국은 며칠째 조선중앙TV 방송을 통해 ‘남북 비밀접촉’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역적패당” “남조선 괴뢰도당” 등 막말을 동원해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것과 동시에 인민반회의를 통해서 주민 교양에도 나서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일 ‘남북 비밀접촉’ 사실을 공개하면서 남한 정부가 정상회담을 구걸했고, 돈까지 내밀었다는 억지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시인과 사과를 요구했다”한 것 뿐이라며 북한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에 북한은 지난 9일 대화 녹취록까지 공개하겠다고 나서며 대남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10일 “전날(9일) 인민반회의에서 ‘남조선 괴뢰도당이 우리 공화국을 업신여겨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 이번 기회에 공화국이 자주권이 살아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 주어야 한다’는 내용이 강조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회의에서는 계속 ‘역도패당’ ‘남조선 괴뢰’ 등이 언급됐고, 국가에서 제시하는 과업에 한 사람같이 나서고,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는 교양도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이날 “저녁 8시에 하는 (조선중앙TV)보도에서 남조선 괴뢰도당, 역적패당이요 하는 말들이 며칠째 나오고 있다”며 “여기 사람들은 곧 전쟁이 일어나는 줄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이 대내 매체를 통해 한국 정부를 직접 거론하면서 전쟁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실시되는 기간을 제외하면 극히 드물다. 때문에 최근 북한 당국이 중앙TV와 인민반회의를 통해 격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탈북자들은 입을 모았다.  


한 탈북자는 “어제 (북한 주민과) 통화했는데 갑자기 그쪽에서 먼저 ‘그쪽(한국) 정세는 어떤가? 여기는 지금 전쟁분위기다’라고 해 깜짝 놀랐다”면서 “방공훈련 등도 없는데 TV와 인민반회의에서 계속 ‘자주권 행사’ ‘보복해야 한다’라는 말이 나오니까 전쟁이 당장 일어나는 줄 긴장하고 있었다”고 주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전쟁분위기를 조장하면서 내부 선전선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경제난 등에 따른 주민불만을 외부로 돌려 결속을 다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년 앞으로 다가온 강성대국의 약속을 지키기 어려우니 민심의 화살을 한국 정부에 돌리고 있는 셈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하루 건너 인민반회의를 하는데 한번은 (김정일) 위대성 교양을, 한번은 중국과의 친선강화를, 이번에는 남조선에 대한 적개심에 대해 회의를 하니 사람들도 갈피를 잡기 힘들어 한다”며 “우리가 못사는 게 남조선 때문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한 회의 같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일부 예비군 훈련장에서 김정일과 김정은의 사진을 사격 표적지로 사용한 것과 관련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난 3일부터 공화국 존엄에 대한 ‘특대형 도발행위’로 규정하면서 ‘전면적인 군사적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는 것은 아직 주민들 사이에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