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가슴의 재가 돼..”

“아버지… 어머니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마음에 가슴이 재가 돼서, 그게 병이 돼 오래 전에 돌아가셨어요.”

25일 오후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4층. 북에 있는 자식들을 상봉하러 나온 유광일(87) 할아버지는 50여년 동안 생사조차 모르고 지냈던 자식들을 상봉한다는 생각에 얼굴을 보기 전부터 눈가가 벌써 붉어져 있었다.

유 할아버지가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게 된 것은 1951년 7월. 당시 군복무 도중 6.25 전쟁이 터지면서 남쪽으로 내려왔다가 결국 돌아가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유 할아버지는 “어머니가 훈련소에 면회와서 걱정스런 눈으로 아들을 지켜봤는데 그 게 부모님과 영원한 이별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느냐”며 긴 한숨을 쉬었다.

몇 차례의 화면조절이 끝난 뒤 스크린을 통해 아들 성용(56)씨와 딸 춘자(61), 화자(59)씨의 모습이 나타나자 유 할아버지 눈에 눈물이 왈칵 괴었다.

무려 51년. 반세기에 걸친 회한의 세월이 눈물로 변해 쏟아져 나왔다.

“건강하게들 잘 지냈느냐…”
이제는 모두 초로의 나이에 접어든 자식들을 마주한 아버지는 `건강히 잘 지냈느냐’는 한마디 외에는 좀체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50여년 만에 아버지를 마주한 아들 성용씨도 애써 감정을 절제하려 했지만 “어머니는 잘 계시느냐”는 물음에 그만 눈물을 쏟았다.

성용씨는 “아버지… 어머니는 아버지 기다리는 마음에 가슴이 재가 돼 그게 병이 돼 오래 전에 돌아가셨어요. 아버지 그리는 마음에요”라며 엉엉 울었다.

27살의 꽃처럼 고왔던 아내. 영장을 받아 군에 입대하던 날 “친정집에 가서 입대하는 것을 보지 못해 미안해요”라며 보낸 편지가 지금도 눈에 선한 것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아버지, 집 앞에 있는 살구나무 기억하세요? 아버지가 떠난 뒤 전 매년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릴 때면 아버지를 기다렸어요”
원망스러움마저 배여 흘러내리는 아들의 눈물을 바라보는 유 할아버지의 두 볼에서도 두 줄기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유 할아버지도 “그동안 단 한시도 가족과 고향을 잊은 적이 없다”며 고향과 가족을 생각하며 쓴 글을 자식들 앞에서 직접 읽어주며 50여년 동안 표현할 수 없었던 안타까운 사랑을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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