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 하루만에 러시아에 ‘휴전’ 제의

남오세티야를 둘러싼 그루지야와 러시아 전쟁이 3일째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공수부대가 남오세티야 수도 츠힌빌리를 장악하자 그루지야가 휴전을 제의하고 나섰다.

이타르 타스 통신은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공격을 중단하면 언제든지 협상에 응할 준비가 돼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특히 자국 내 또 다른 친 러시아계 공화국 압하지야가 러시아군의 공세와 맞춰 협공을 시작하자 츠힌빌리 일대에 포진한 자국 병력에 철수 명령을 내리는 등 하루만에 ‘휴전’을 위한 몸 낮추기에 들어갔다.

현지언론들은 그루지야가 대(對)러 공격 3일 만에 이렇게 저자세로 돌변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러시아는 그루지야가 유엔(UN)이나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이슈화’에 나설 틈을 주지 않고 신속하고 냉정하게 대대적인 반격을 펼쳤다.

러시아군은 9일 공군 전투기의 공습과 기계화 부대의 엄호 아래 대규모 공수부대 병력을 동원, 츠힌빌리를 장악하고 있던 그루지야군을 러시아 평화유지군 관할구역 밖으로 몰아냈다.

또한 남오세티야에서 작전 경험이 있는 공수부대 병력을 현지에 추가 배치키로 하는 등 빠른 속도로 츠힌빌리 일대에 대한 군사력을 보강했다.

여기에 남오세티야에서 러시아군의 공세가 시작되자 그루지야 내 또 다른 친러 성향의 자치공화국 압하지야가 자국 영내에 주둔하고 있는 그루지야군에 대한 공격에 나서 두 개의 전선(戰線)이 형성되고 말았다.

이라크에 파병됐던 2천명의 군인들을 불러들이기는 했지만, 정규 병력 3만 9천명 뿐인 그루지야가 두 곳에서 동시에 러시아와 맞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틀간 그루지야군과 러시아군의 교전으로 남아오세티야 민간인 2천여 명이 숨졌으며, 그루지야도 군인과 민간인 128명이 숨지고, 748명이 부상하는 등 큰 희생을 치루게 된 것도 그루지야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루지야는 특히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식 당일 남오세티야를 공격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난을 샀고, 국제사회의 개입과 중재가 갖는 희망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나 중국의 언론들이 “그루지야가 올림픽 개막일에 전쟁을 일으켜 중국의 체면을 깎아내렸다”고 비판하고 나섰고, 부시 미 대통령 마저도 러시아와 그루지야가 군사적으로 대립하기 시작했던 8월6일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지 언론들은 사카슈빌리 대통령이 이번 전쟁을 통해 그루지야 국민들에게 영토회복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정치적 효과를 챙긴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타르 타스 통신은 “이번 전쟁은 사회개혁 실패로 지지율이 하락했던 사캬슈빌리 대통령에게 ‘영토회복’이라는 명분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내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러시아의 개입으로 남오세티야 영토 확보에 실패했다는 명분을 이용, 향후 반러주의에 기반한 국내 정치의 입지를 다지는 데에도 활용될 것이라고 이타르 통신은 덧붙였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9일 “전쟁이 끝나더라도 남오세티아가 그루지야로 재통합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던 푸틴 총리는 이날 귀국 길에 남오세티야와 접경인 러시아령 북오세티야의 수도 블라디카브카즈를 방문, 관료들과 회의에서 이 같이 말했다.

푸틴 총리는 “그루지야의 침공에 무고한 주민들을 포함해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고 인도주의적 재난을 촉발시켰다”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고자 하는 그들의 열망이 다른 나라들까지 이 무모한 유혈사태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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