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우크라이나 “美 믿고 NATO 가입 추진”

옛 소련 연방공화국과 동유럽 국가들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에 속속 가입하고 있는 상황에 러시아가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당선 후 처음 가진 파이넨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소비에트 공화국의 일원이었던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아를 나토에 포함시키는 것은 유럽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며,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국가들이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는 군사 블럭에 들어가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현재 나토의 임시회원국인 그루지아와 우크라이나가 다음 달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 가입 전단계인 ‘회원국 행동계획(MAP)’에 포함되는 것을 목표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그루지아는 2004년 ‘장미혁명’을 통해 친(親)서방 세력이 집권했다. 그루지아는 2008년 나토 가입을 목표로 러시아가 주도하는 독립국가연합 군방장관 협의회에서 탈퇴했으며 자국에 주둔한 러시아 군대도 물러가게 했다. 오히려 미군을 끌어 들여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하는가 하면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훈련 부대를 이라크에 파병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경악한 러시아는 2006년 그루지아의 주요 수출품인 포도주와 생수의 수입을 금지시키는 금수 조치로 응수했다. 특히 지난 주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대통령과 내각에 그루지아 내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 등 2개 자치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해 줄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는 나토 가입 의사를 밝힌 그루지아에 대한 노골적인 경고 조치이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로고진 나토 대사 역시 지난 11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루지아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며 “그루지아의 나토 가입 시도가 지속된다면 러시아는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두 자치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해야 할 것이며 그것은 그루지아의 분열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루지아는 즉각 “러시아가 두 자치공화국을 지원, 이들 자치 공화국의 독립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루지아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지 않는 한 러시아의 태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루지아로서는 나토 가입이냐 영토 통합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러시아는 이 두 개의 자치공화국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군대를 주둔하고 있다.

2004년 장미혁명으로 미하일 사카쉬빌리 정권이 출범한 후 친(親)서방 노선을 표방한 그루지아와 러시아는 줄곧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2006년 9월 그루지아에서 활동하던 4명의 러시아 장교가 스파이 혐의로 그루지아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 장교들은 바로 석방되었지만, 이에 격분한 푸틴 대통령은 그 보복으로 그루지아를 오가는 항공, 선박, 육상 교통 및 우편 왕래를 모두 막아 버리는 금수조치를 취했다.

2007년 8월에는 그루지아 영공 내로 들어온 러시아 비행기에서 미사일 한 발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폭발하지 않아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그루지아가 거세게 항의하면서 양국 관계는 위기로 치달았다. 또 대다수 그루지아 국민들은 2007년 11월의 반정부 시위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믿고 있다.

이처럼 경색된 양국관계가 변화의 봄바람을 탄 것은 지난 1월 재선에 성공한 사카쉬빌리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는 화해 제스처를 취하면서부터다. 이어 지난 달 21일 모스크바에서 양국 정상회담이 개최되었으며 양국 정상은 교착 상태에 빠진 양국 관계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항공기 운항 등을 재개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그루지아와 러시아의 관계 개선 움직임이 얼마나 순조로울지는 미지수이다. 그루지아는 다음 달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 가입 전단계인 ‘회원국 행동계획(MAP)’이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회원국 행동계획(MAP) 심사에는 그루지아와 함께 우크라이나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아의 나토 정식 가입에 대해 격렬하게 반대를 표하고 있고 일부 유럽 국가들 역시 러시아와의 불화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그루지아와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고 미국이 적극적으로 이를 돕고 있어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지켜보아야 한다.

그 동안 나토는 체코와 폴란드, 헝가리 등 과거 동유럽 국가들의 가입을 성사시켰으며 지난 2006년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아에 대해 임시회원국 자격을 부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