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바겐’, 20년 북핵 협상 실패 교훈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한 안전보장, 국제지원 등 포괄적 지원 방안을 제시한 ‘그랜드 바겐(일괄타결)’ 제안은 “북핵 문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근원적 처방”이라는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각) 뉴욕 현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은 단계별 처방과 보상이 되풀이 되는 북한 협상 관행에 대한 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면서 “북핵 문제를 북한 문제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는 근본적이며 포괄적인 일괄타결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번 ‘일괄타결’ 방안은 우선 북한이 그동안 취해 온 살라미 전술(얇게 썰어 먹는 이탈리아 소시지처럼 단계를 잘게 나눠 압박하는 전술)을 무력화 시키겠다는데 큰 방점을 찍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핵동결 전술’을 통해 식량과 에너지를 국제사회로부터 지원 받았지만, 번번이 합의를 무시하고 핵 증산을 계속해왔다. 청와대는 그간 북핵 협상 과정을 보면 단계별 협상 과정에서 이행 직전에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타협과 파행, 진전과 지연을 반복해 온 허점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지난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통해 막대한 경수로 건설 비용과 중유를 제공 받았으나 비밀리에 핵개발을 계속했고, 2005년 9·19합의에서 합의하고 2006년 10월과 올해 5월 두 차례 핵실험으로 백지화 시켰다.

“이제까지 북핵 문제는 대화와 긴장 상태를 오가며 진전과 후퇴, 그리고 지연을 반복해 왔다”며 “이러한 과거의 패턴을 탈피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그동안의 북핵 협상 과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다.

또한 과거 북핵 협상 전략이 ‘패키지 딜(package deal)’ 형식으로 부분적, 단계적으로 진행됐다면 ‘일괄타결’ 방안은 북핵 폐기와 대북지원을 동시에 가져가는 이른바 ‘원샷 딜(one shot deal)’이라 할 수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랜드 바겐’ 제안은 지금까지의 ‘단계적 접근’으로는 북한의 핵폐기에 실패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 같다”며 “‘일괄타결’이라 하더라도 실천 과정은 ‘단계적’일 수 밖에 없겠지만, 최종 지향점에 대한 합의를 먼저 이뤄서 불신을 줄이자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랜드 바겐의 내용에 뭐가 들어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경우에 따라 양보안으로 비춰진다면 상당한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일괄타결’ 방안은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들간의 공조를 중요시하고 있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대북 제재가 실행되기까지 국제사회의 공조가 기반이 됐다는 점에서 북핵 협상 패턴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5자간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5자협의의 유용성에 기반한 ‘포괄적 패키지’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미국측은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그랜드 바겐’이라는 표현으로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도 “제가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틀 안에서 5자 간 협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며 다시한번 5자협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유명환 장관도 이날 클린턴 장관과의 회담 후 기자들을 만나 “북한이 먼저 폐기하는 것을 결심하면 상응 조치를 모두 테이블에 올려 협상함으로써 북한의 시간 끌기 작전에 더 이상 끌려가지 않는 구상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이에 대해 5자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유 장관과의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이 제안한 ‘그랜드 바겐’의 대상에 “북한이 지난 2005년과 2007년 맺은 (9·19, 2·13)합의를 이행하는 것이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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