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왜 ‘한반도 미래의 꿈’을 꾸지 않고 있는가?

김정일이 김일성종합대 수영장을 시찰하는 조선중앙통신 사진이 보도되자 국내외 언론에 ‘북한의 내일을 생각한다’ 류의 사설들이 실리기 시작했다.

김정일의 사진은 뱃살이 많이 빠지고 어깨, 팔 등의 살도 빠져 나간듯 축 처진 남색 인민복이 환자복처럼 보였다. 얼굴에는 병색이 돌았다.

조선일보는 23일자 사설에서 “놀랍도록 변해버린 김 위원장의 사진 속 모습은 우리에게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북한의 장래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재촉하고 있는 듯하다”고 썼다. 같은 날 동아일보도 “옛 소련과 동유럽의 붕괴, 독일 통일도 갑자기 찾아왔다. 김 위원장의 사진을 보며, 우리 국내의 결속과 만반의 대응 자세가 더욱 절실함을 느낀다”며 북한의 불안한 미래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김정일의 건강상태는 이번에 사진으로 좀더 분명히 확인되었지만, 실제로는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더 좋지 않다는 정보는 이전부터 있었다. 김정일의 사진으로 얼굴과 목, 손, 팔 등을 분석한 어느 전문가는 김정일이 당뇨에 의한 신부전증을 앓고 있을 것으로 진단한 적이 있다. 김정일은 2007년 5월 경 혈관을 확장하는 스탠트 시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장병은 김일성 가계의 가족력이다. 김일성의 사인(死因)은 심근경색이었다. 또 김일성은 신장 수술도 받은 적이 있다. 따라서 김정일이 심장, 신장, (뇌)혈관 계통이 좋지 않고 당뇨를 앓고 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각종 정보를 종합해보면 김정일은 젊은 시절부터 술, 담배, 맛있는 음식, 여색에 탐닉하면서 운동은 별로 하지 않았다.

김정일이 젊은 시절 좋아한 스포츠는 오토바이, 모터보트 등이었다. 하지만 이런 스포츠는 신체 단련운동(fitness)이라기보다 ‘탈 것 놀이 취미’라고 봐야 할 것이다. 운동으로 볼 수 있는 종목은 승마, 사냥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93년 경 낙마하여 3개월 이상 치료한 후 별로 안 해온 것으로 보인다.

사냥도 말을 타거나 뛰어다니며 쫓고 쫓기는 운동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지프 차를 타고 다니며 짐승을 쏘아 맞추는 데 치중했기 때문에 ‘운동’으로는 제한성이 있기는 매한가지다. 결국 김정일이 신체단련을 위해 꾸준하게 해온 운동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먹는 것에 비해 태우는(燃燒) 것이 훨씬 적으니 이곳저곳 탈이 안 날 수 없다.

97년 남파 공작원에 의해 암살된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에 따르면, 김정일은 독일인 의사의 권유에 따라 살을 빼기 위해 얼마동안 계단 오르내리기를 한 적도 있었지만 곧 그만 두었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김정일은 걷기, 조깅, 등산 같은 유산소 운동이나 규칙적이고 꾸준한 유연성 운동(스트레칭), 근력강화 운동 같은 인내심과 성실성이 요구되는 운동에는 별 관심이 없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장 164cm 체중 80kg 정도로, 다리를 꼬고 앉아 있으면 ‘Q 라인’ 같은 뚱뚱한 몸매를 계속 유지해온 것이다.

더욱이 김정일은 김일성의 업무 스타일에 맞추느라 주로 밤에 일을 해왔다. 밤낮이 바뀐 생활이 오래 되었고, 적어도 1주일에 1회 정도는 당 군 정의 주요인물 관리차원에서라도 새벽녘까지 비밀 술파티를 계속 해왔다.

나이 들어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젊을 때보다 건강이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운동은 몸 전체 피부세포의 산화 현상을 비롯하여 전반적인 생명력 약화 현상을 좀더 늦게 진척시키도록 하는 데 기여할 뿐이다. 따라서 운동을 열심히 하면 젊어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고, ‘적절히 운동을 잘하면 늦게 늙는다’는 표현이 사실에 맞다.

하지만 김정일의 섭생과 생활습관은 마치 빨리 늙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다보니 65세 이후 갑자기 건강의 임계점에 다다른 듯한 모습이다. 60년대 말부터 김일성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각종 술파티 등으로 조직관리를 해왔다고 치면 대략 40년 동안의 결과가 최근 2~3년 사이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그런 김정일이 갑자기 살이 쑥 빠진 모습을 보여준 것은, 어느 비전문가의 소견처럼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의 결과’가 아니라 ‘질병’에 의한 것임은 불문가지다. 그래서 “김정일이 뇌졸중 후유증으로 음식물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연하곤란'(嚥下困難)·을 겪고 있을 것”이라는 의학전문 기자의 기사가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김정일의 건강이상 자체보다 그 너머에 어른거리는 ‘북한의 불안한 미래’다. 데일리NK는 그동안 북한의 체제 내구력 문제를 계속 지적해왔다. 북한의 체제 내구력 문제에서 김정일의 건강상태가 매우 중요한 요소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가오는 불안한 북한의 미래에 대비하여 지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앞으로 맞게 될 것이 분명한 북한정권의 붕괴에 대비하여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한반도의 미래전략’은 수립되어 있으며, 또 이를 국민과 정부가 공유하고 있는가? 이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청와대, 총리실, 국정원, 각종 국책연구소는 과연 자신있게 답변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만약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금 필자는 저탄소 녹색성장 등과 같은 ‘국가정책’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저탄소 녹색성장, 4대 강 살리기는 필요한 ‘국가정책’이다. 우리가 앞으로 먹고살아갈 중요한 정책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 전략이다.

예를 들어 김정일이 갑자기 사망하고, 3대 세습정권은 연착륙에 실패하여 어느 특정세력도 통치권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2300만 북한주민들은 바로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그 시기가 임박해서 통일의 문제를 놓고 국민 대토론을 해도 괜찮은가.

한미연합군의 작계 5027, 5029를 중국이 결사적으로 반대할 경우 다른 합리적인 선택은 있는가. 2012년 4월 17일 한미연합사가 해체된 이후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대미, 대중 외교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 만에 하나, 중국에 선전포고를 해야 할 상황에 돌입할 경우, 정부는 국민을 설득할 자신이 있는가.

또 무엇보다도 위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대한민국은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예를 들어 북한체제의 전환 이후 ‘한반도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미리 만들어두고, 그 목표를 향해 가는 로드맵을 수립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정책이 아니라,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세계전략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2020 한반도위원회’ 같은 기구가 있어서, 2020년의 바람직한 한반도 미래상(像)을 만들고 그 상(像)에 도달하자면 2020년부터 역산(逆算)하여 언제까지 무엇을 성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강의 일정표(타임 테이블)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비핵개방3000’이 이미 제시돼 있지만, 이는 ‘2020 한반도의 바람직한 모습’으로 가는 데서 주요 ‘경로’가 될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전략적 목표가 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그리고 ‘2020 한반도위원회’ 같은 기구는 2020년에 도달해 있을 동북아 및 세계 속에서 차지하는 한반도의 지위와 역할을 정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박정희 정부 시기 우리나라의 산업화 전략을 성공시킨 오원철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표현에 따르면, 위와 같은 접근방식이 바로 ‘엔지니어링 어프로치'(engineering approach)다. 바람직한 미래상을 미리 만들어놓고 공학적 접근 계획에 따라 국가정책을 실현해 가는 것이다. 우리의 경제성장전략은 이 엔지니어링 어프로치에 따라 기적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사실 대한민국은 당시 대략 15년 간 정확한 국가전략 하에서 열심히 일한 결과 지금까지 먹고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국가전략은 말하자면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가질 수 있는 ‘꿈’이다. 개인도 일생을 살면서 꿈이 있는데, 하물며 4700만명이 함께 사는 대한민국 공동체가 ‘꿈’이 없어서야 말이 되는가?

잡설이 길어졌지만, 현재 김정일 정권은 3대세습 정당화를 위한 선전에 들어가 있다. 데일리NK는 북한정권의 3대 세습을 반대한다. 그 이유는 3대 세습을 할 경우 개혁개방이 어렵고, 2300만 주민들이 먹고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3대 세습정권은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는 것도 어렵다.

그리고 3대 세습 정권이 안정적으로 이어지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북한을 둘러싼 한 미 일 중 러는 이미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는 나라들이고 북한지역은 세계화, 정보화에 포위돼 있다. 빠져나갈 길도 없다. 김정일은 노쇠했고, 후계자로 거론되는 아들들은 어리고 능력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아들은 1970년대 김정일처럼 김일성의 후광을 받기도 어렵다. 누가 후계자가 되더라도 권력투쟁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또 주민들 사이에 김정일 시대는 300만 명의 대아사로 이미 실패한 정권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또 김정일 정권은 핵문제, 인권문제, 탈북자 문제 등으로 세계 여론은 최악의 상태다. 경제력은 자체 회복이 전혀 불가능하고, 체제 내구력은 현저히 떨어져 있다.

아무리 통제해도 주민들의 자구적 시장 확대는 막을 수도 없다. 모든 대내외 환경과 조건이 1974년 김정일이 후계자가 되던 시기에 비하면 현저히 불리하다. 그래서 김정일 이후 3대 세습정권의 체제 안정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지금 우리는 미래 북한 지역에 대한 ‘타임 테이블’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김정일 이후 북한에는 반드시 개혁개방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비롯하여 미국, 중국, 일본 등은 김정일 정권 이후 개방 정부가 들어서도록 대북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며, 그 중심에 대한민국이 역할을 다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하지만 어려울수록 큰 꿈을 가지고, 큰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개인이든 나라든, 미래는 꿈꾸는 자에게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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