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을 볼 때마다 특별히 애처롭다

그녀들을 볼 때마다 특별히 애처롭다

한국에서는 여성군인들이 사회적 경의와 호기심의 대상인 것과 달리 북한에서는 여성군인들에 대해 질시와 비난이 난무하는 추세이다.

북한사회 전반에 흐르는 이러한 반(反)여성군인 분위기는 첫째로 북한 군인여성들이 ‘남성성’의 영역을 침범한 데 있다. 대표적으로, 여성군인 가운데서도 특히 여성독립중대 소속 군인들이 남성군인들의 미움을 받고 있다.

남자 하는 일 다하는 북한의 여성군인

북한 남성군인들은 말한다. 여자군대, 특히 여자들끼리만 있는 여성독립중대 여자들은 자기들 손으로 돼지 잡고 자동차 몰고 집 짓고 포를 다루고 한다고, 그러는 통에 남자 이상 드세져 ‘여자다움’을 완전히 상실 했다고, 이런 여자들은 결혼을 해도 남편을 아주 우습게 여긴다고.

이 말을 가만히 따져놓고 보면 군복무기간 여성독립중대에 있었던 여자와 결혼하면 ‘남성성’의 영역을 알아버린 이들에게서 남자들은 남성의 특권을 운운하기가 힘들며 ‘남자대접’ 받기가 힘들어 진다는 말로도 된다.

이 말은 돼지를 도살하는 일과 같은 비(非)여성적인 작업을 여성이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들어놓은 북한군 시스템의 문제성을 극명하게 드러내 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북한 남성군인들은 함께 군복무를 하며 그 사정을 알아버린 여성군인들의 일상을 ‘여성다움을 잃었다’는 한마디말로 비하시켜 제대 후 그것을 사회에 전파시킨다. 구체적 실정을 알 수 없는 사회구성원들은 군복무경험자들이 여성군인들에 대해 떠드는 “여자다움을 상실한 자”라는 고정관념을 말하는 그대로 믿어버린다. 그 피해는 대학경력이 없어 고급인력에 진출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인 제대군인 여성들에게 ‘결혼자격 불충분’과 같은 이유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인성파괴의 한 단면

북한사회 전반에 흐르는 반군인여성 정서의 두 번째 이유는 북한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인성교육 부재가 독립여성중대 군인들의 여성성 상실 측면에서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는 점이다.

북한은 가정과 사회, 교육기관에서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하지 못한다. 대인관계시 지켜야 할 초보적인 예절조차 가르치지 못 한 채 유일숭배사상만 머릿속에 잔뜩 각인시켜 군대에 내보내진 여성들은 거기서 또 철저한 군인정신만을 주입받으며 인간의 근원적 심성을 상실해간다.

남성의 경우 이 폐해는 남성성에 가리워 잘 나타나지 않으나 여성의 경우엔 몇 배로 증폭되어 보인다.

남성군인들은 자기들의 인성이 파괴되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이 상실한 것을 ‘여성성’을 근거로 하여 이성인 여성군인에게서 찾으려 기대한다. 그러나 그들과 별 차이 없는 환경 아래에서 자라난 여성군인들이니 남성군인들이 상실한 인간성이 그들에게만 특별히 간직되어 있을 리 만무하다.

자기 처지의 부당성을 설명하거나 그에 대항해 나설 힘을 부여받을 기회를 가지지 못한 여성군인들은 약자를 먹잇감으로 삼는 북한특유의 양육강식 법칙의 피해자이자 또다른 가해자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필자가 신문이나 TV를 통해 북한 여성군인들을 볼 때마다 특별히 애처로운 이유는 이 때문이다.

최진희 / 前조선작가동맹 시인

– 김형직 사범대학 졸업
– 1998년 탈북
– 1999년 한국입국
– 現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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