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김정일 시신 묻고 인민들 챙기고 나선다면

김정은 시대가 드디어 열렸다. 선왕(先王)이 갑작스레 죽으면서 장례식을 준비하는 명단 제일 앞에 그의 이름이 나온다. 맏아들도 아닌 그가 제일 앞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선왕이 누렸던 모든 지위가 그에게 계승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아마도 선왕의 생전 뜻에 따랐을 것이다. 왕조국가에서라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왠지 쉽게 납득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북한 외부 사람들의 시선일 뿐이다. 북한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럽다. 1994년의 선례도 우리는 보았다. 북한의 세자 책봉은 오직 선왕의 권한이다. 


김정은이 선왕의 지위를 그대로 물려받았다고 해서 그의 앞날이 투명한 것만은 아니다. 문제가 첩첩산중이다. 먼저 경제문제이다. 인민경제는 이미 각자 도생(圖生)의 길에 들어선 지 오래지만, 권력은 아직 자유 경제를 공식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배급 능력만 확보되면 다시 사회주의 중앙계획경제로 돌아갈 속셈이 분명하다.


핵기술 혹은 그와 관련 된 물질들, 미사일 등의 무기들을 팔아서 그 수입으로 북한경제를 중앙배급통제체제로 묶어두려는 것이 김정일의 생각이었다. 그것만이 권력을 유지하면서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묘수였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한 주변 어느 나라도 이것만은 반대다.


중국은 김정일 이외의 다른 대안을 생각하기 어려운 북한의 현실을 인정했다. 때문에 핵을 틀어쥐고 끝까지 저항하는 김정일을 고분고분 봐주었다. 아마 중국은 김정은에게만큼은 보다 강력하게 핵 포기와 개혁개방을 요구할 런지 모른다. 기약 없이 언제까지 일방적인 지원과 보살핌만으로 북한정세 나아가 한반도 정세를 조용히 묶어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누구는 말한다. 북한에 퍼주기는 실상 많은 돈이 드는 것이 아니라고. 그러나 그나마 퍼 준 것도 다시 줄줄 새는 것이 현재 북한이다. 그러니 답은 하나다. 개혁 개방.


중국은 김정은이든, 누구든 안정적으로 북한이 스스로 자기 문제 해결하기를 기대할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한반도에 통일 된 정부가 제발 중국에 위해가 되는 일만 없으면 되는 것이다. 그럼 중국에 위해가 된다는 건 무엇일까.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중국의 최대 과제는 어떻게 하면 하나의 중국을 유지할 것인가이다. 미국처럼 여러 민족들이 하나의 용광로 속에서 다 녹아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티벳이나 위구르족의 독립은 자칫 도미노 현상으로 번져 중국의 공중분해로까지 갈지도 모른다.


괜히 통일한반도가 조선족을 자극하면 위그르, 티벳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이러한 하나의 중국과 함께 한반도 북한으로 미군이 올라와 조중국경에서 맞서야 할 상황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러니 우리는 최선을 다해 중국을 안심시키는 한편,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과제를 안는다. 


다시 북한의 개혁개방 문제로 돌아가보자. 김정은은 발등의 불부터 꺼야한다. 경제문제 해결이 그것이다. 이 문제를 아버지가 했던 방식으로 해결하려다간 머지 않아 권력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개혁 개방을 하려는 다른 누군가를 대안으로 내세운다면 어쩔 것인가?


김정은은 아버지만큼 버티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김정은도 개혁 개방만이 장기적인 생존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인민들의 불평불만도 분명히 튀어 나올 것이다. 아마 총구로 이를 억압하려 할 것이고, 어쩌면 개발독재 비슷한 상황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부패한 노동당 지방 관료의 폭정에 불만을 품은 인민들의 봉기도 일어 날 수 있다. 이를 잔인하게 진압해 세계여론의 열화와 같은 비난을 한 몸에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나 러시아는 리비아 사태에서 보여주었듯이 어쩌면 그런 북한 권력을 지지하고 나설지 모른다. 김정은 권력은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순탄하지 않을 운명에 있었다. 


그럴 가능성은 점점 적어보이지만, 만의 하나 김정은의 북한이 스스로 개혁 개방의 길로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국정 운영을 개혁 개방에 맞춘다. 핵무기도 과감히 포기한다. 한국 정부뿐 아니라 국제 사회의 칭송을 한 몸에 받는다. 각종 원조가 끊이지 않는다. 북한 경제가 의외로 손쉽게 시장경제로 안착한다.


김정은은 자기 권력의 유지를 위해서 김일성 시신을 매장하고 그 유지비용 예산을 인민 복지시설에 과감히 투자한다. 권력 앞에서는 부자 관계도 없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생각만 해도 꿈 같은 이야기다. 이렇게 순조롭게 되는 것을 왜 김정일에게는 쉽지 않았던 것일까?


인류역사상 정치지도자들의 변신은 의외로 찾아보기 힘들다. 고르바쵸프나 등소평은 집권 중간에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정책을 바꾼 사람이 아니다. 집권하자마자 처음부터 바꾼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김정일은 이미 아버지가 죽기 전부터 자기가 추진해 왔던 정책, 아웅산 테러, 대한항공 폭파, 핵 개발 등을 아버지가 죽었다고 해서 새삼 바꿀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다를 수 있다. 누구는 연평도, 천안함 폭침이 그의 작품이라고 한다.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얼마안가 밝혀질 것이다. 즉, 김정일 장례가 끝난 후 김정은의 정책을 지켜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만일 그가 아버지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한다면 아까 연평도 천안함 사건에 대한 혐의를 그에게서 거두기가 어렵다. 바라는 것은 제발 더 이상은 그런 김정은에게 그 아버지에게 걸었듯이 쓸데없는 기대를 걸지는 말자는 것이다. 도중에 변하는 예는 없으니 말이다.


그의 장래나 한반도의 정국은 대단히 역동적일 수 있다. 그러나 만일 그의 첫 정책이 시작부터 변화를 지향하는 것이라면 비로소 한반도에는 서광이 비출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우리가 할 일은 자명해진다.


북한을 주시하되 쓸데없는 기대는 금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의 펀더멭탈을 더욱 튼튼히 하는 것이다. 북한을 살피되 우리 자신에게 선택과 집중을 해보자. 우리 경제, 사회, 정치 전반을 다듬고 키워서 그 어떤 급변에도 대처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자.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