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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돌아온 국군포로 중 절반 이상이 탈북 후 귀환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인권정보센터(소장 윤여상)는 북한을 탈출해 귀환한 국군포로 생존자 20명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등을 엮어 최근 발간한 ‘국군포로 문제의 종합적 이해(오경섭.윤여상.허선행)’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우리정부가 미송환 국군포로의 귀환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책은 “조사에 응한 귀환 포로 전원이 입국과정에서 브로커의 도움을 받았으나, 이중 55%(11명)는 우리 대사관이나 국정원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브로커의 도움만 받았다”고 밝혔다. 탈북 후 한국영사관을 통한 귀환포로는 6명, 국정원의 도움을 받은 사람은 단 2명뿐이었다.
응답자들이 브로커에게 지불한 사례비는 최저 3백만 원에서 최고 1억 3천만 원까지 다양했다. 응답자 중 브로커에게 1억 원 이상의 ‘고액 사례비’를 지불한 사람은 모두 3명이나 됐다.
이어 “국군포로는 일반 북한주민보다 탈북 과정이 더 위험하고, 북한 내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인민군 간부를 매수해야 하며, 입국 후 4억 원~5억 원 수준의 보상금을 수령한다는 것을 브로커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높은 비용을 요구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귀환포로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는데 가장 큰 애로사항은 북한에 남기고 온 가족들에 대한 신변걱정과 그리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부분 국군포로들은 브로커들의 사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 응한 국군포로 이 모 씨는 “나를 넘겨줬던 북한 군인들이 모두 재판을 받게 됐다고 해서 중국에 있는 브로커에게 군인들도 살리고 가족들도 한국에 데려다 달라고 9천만 원을 줬는데 일이 잘 안됐다”고 답했다.
한국으로 귀환해 가족들과 겪는 갈등도 귀환 국군포로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귀환포로 양 모 씨는 “여동생이 나에게 3천만 원을 빌려갔고, 형은 돈 때문에 내 멱살을 잡고 손을 댄다. 나는 부인도 죽고, 아들까지 죽어서 마음이 아픈데 형제들이 나에게 화를 내니까 더 마음이 아프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밖에 자신 및 가족들이 질병을 겪고 있거나 사기를 당해 보상금을 다 날리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것도 국군포로들이 겪는 애로사항으로 나타났다.
이 책에 따르면 국군포로들의 탈북 전 거주지는 함경북도 85%(17명), 함경남도 10%(2명), 기타지역 5%(1명)로 나타났으며, 75%(15명)가 탄광이나 광산에서 거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책의 주저자인 오경섭 북한인권정보센터 국군포로 연구팀장은 “우리 정부는 국군포로들이 고령자라는 점을 고려해 조속히 미귀환 국군포로들에 대한 ‘생존 실태조사’를 벌여야 한다”며 미귀환 국군포로에 대한 남한 가족들의 공식적인 송금(送金) 추진, 이산가족 행사 시 국군포로 가족 비율의 대폭 확대, 납북자 및 국군포로 송환과 관련된 남북 간 비밀협상 추진 등을 제안했다.
한편, 국방부는 올해 1월 기준 북한 내 국군포로 현황을 생존 560명, 사망 845명, 행방불명 260명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전(終戰)이후 귀환한 국군포로는 총 69명으로 13명이 사망했고, 56명이 생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