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웅 ‘선군망언’ 南 정부 자업자득

1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APEC하우스에서 열린 제19차남북장관급회담 종결회의에서 북측 권호웅 내각책임참사와 북측 대표단이 굳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남북장관급 회담이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13일 오후 결렬됐다.

북한은 전날 기조연설에서 밝혔듯이 미사일 문제에 대한 해명을 거부한 채 더 이상의 논의를 진전시키지 않았다. 미사일 발사에 대한 북측의 해명을 듣고 이를 분명히 따지겠다던 정부의 의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미사일 문제로 악화된 여론과 미국의 회담 재고 요청에도 불구하고 회담을 강행했지만 돌아온 것은 핵과 미사일로 남측의 안보까지 지켜주고 있다는 북측의 망언뿐이었다.

권 단장의 발언은 결국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덕택에 남한 국민이 안전하게 지내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의 체제붕괴 정책에 맞서 핵과 미사일을 만들었다는 기존의 주장을 한반도 전체로 확대시킨 것이다.

권 단장은 한 발 더 나가 “내년부터 외세(미국)와의 합동 군사연습을 완전히 중지해야 할 것”이라며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고 요구했다. 과거 정치적 공세용으로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철폐를 요구했던 것과는 그 뉘앙스가 확연히 다르다.

탈북자들은 미사일을 쏘고도 쌀을 달라는 북측의 주장이 알려지자 “어찌 보면 정당한(?) 요구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이다. “남한 정부가 북한 대변인 노릇이나 하고 있는 마당에 그 사람들이 뭐든 말 못하겠는가”라고 반응했다.

남북대화에 관여했던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의 적대행위를 우호적인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발상부터가 문제”라면서 “북한이 무력시위를 벌인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 이상의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어야 했다. 참여정부는 대북협상의 ABC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20년간 남북대화를 이끈 송영대 전 통일부 차관은 “권단장이 남측에 와서 그런 말을 한 것은 우리 정부를 우습게 알고 희롱한 처사이자 국민을 무시한 행위”라며 “북측이 회담장을 자신들의 선전장으로 만들면서 남한의 국론을 친북(親北)과 반북(反北)으로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송 전 차관은 “과거에도 주한미군 철수 같은 정치적 공세를 했지만 회담장에서 공공연히 주체사상이나 선군을 거론한 적은 없었다”면서 “회담장에서 그런 주장을 듣고 있는 정부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그런 주장을 할 경우 ‘국민 모독’으로 간주하고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면서 “우리 장관이 그런 주장을 끝까지 듣고 있다는 것 자체가 빌미를 계속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대남관계는 김정일이 직접 담당하기 때문에 권호웅의 말은 김정일의 말이나 다름없다”며 “군사적 위협을 통해 남측을 미국과 갈라놓고 돈이나 뜯어내려는 행위를 민족 전체의 안보를 위한 것이라 말하는 것은 명백한 기만행위”라고 말했다.

황 전 비서는 “김정일이 미사일로 남측의 안보까지 책임지고 있다는 말은 자신을 민족의 지도자로 내외에 선전하기 위해 허풍을 떤 것”이라며 “이런 말을 앉아서 경청하는 남한 정부를 김정일이 얼마나 우습게 보겠는가”라고 개탄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