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 죽을 바엔 도둑질이라도 하라고 하지만…

춘궁기인 북한 평안남북에서 아사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런 소식을 접한 남한 사람들은 의아한 반응일 보이는 것 같다. 길거리에서 동냥을 하거나 도둑질을 해서라도 살아야지 왜 앉아서 굶어 죽느냐고 한다. 아니면 탈북이라도 하든지.  


북한에서 주민들이 아사하는 과정을 보면 굶주림, 영양실조, 기력상실, 정신혼미 단계를 거쳐 결국 사망에 이른다. 영양공급 중단이 지속되면 이 과정은 보통 열흘 정도가 소요된다.


북한 주민들은 당초 허약한 체력이여서 4일가량 굶으면 웬만해서는 원기를 회복하기 힘들다. 영양실조 단계에서 옥수수 죽 등 영양공급을 실시한다고 해도 설사 등 탈수 증세로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90년대 중반 북한에서 수백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던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숱한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굶어 죽었다.  


고난의 행군 시기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아사자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라남구역이었다. 원인은 시내와 20리 가량 떨어져 있던 라남구역에는 시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구역 사람들은 식량난이 심각해지자 집안의 모든 가전들을 내다 팔아서라도 한끼 식사를 해결했다. 덕분에 장사가 활발해졌다. 시장 덕분에 급한 위기는 피해갈 수 있었다. 


라남구역은 80년대 김일성이 청진시내에 살던 김책제철소 노동자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새롭게 조성된 구역이다. 당시 지어진 15층 규모의 아파트는 평양과 같은 현대식으로 지어졌다. 방 3칸 이상으로 80~90평의 고급형으로 주변 주민들이 누구나 부러워했을 정도다.


하지만 식량난이 발생하자 이 고급주택도 밀가루 빵 30개와 맞바꿀 정도가 됐다. 또 전체적인 경제난으로 고급주택의 나무소재 창문틀마저 모두 땔감으로 쓰여 건물은 흉물스럽게 변했다. 이틀, 사흘 굶은 사람은 부지기수로 늘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기력을 잃은 노인들은 집안에서 죽는 경우가 많았고, 젊은 사람들은 역전 등에서 구걸을 하다가 추위를 피해 양지에서 쓰러져 그대로 숨진 경우가 많았다.


2009년 11월 화폐개혁으로 북한돈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재산을 모두 빼앗기는 결과를 낳자 이로인해 굶어 죽는 경우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들은 “국가가 한순간에 우리를 꽃제비로 만들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당시 청진에서 자전거 수리공이었던 60대 노인 부부도 화폐개혁으로 인해 굶어 죽은 경우다.


아내와 함께 살았던 이 노인은 집 앞마당에서 자전거 수리를 하면서 50, 100원씩 수리비용을 받아 하루벌이를 했다. 화폐개혁 당시 개인당 10만원까지 교환하자 그동안 틈틈히 모았던 나머지 돈은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겨우 수중에 넣은 교환돈은 2천원(2인 20만원 교환)이었다. 당시 1kg에 5,000원이었던 쌀도 50원으로 조정됐지만 쌀 값은 1주일만에 200~300원으로 치솟았다.


주민들도 경제난에 더이상 자전거 수리를 하지 않았던 터라 노인 역시 더 이상 수입이 없게 됐다. 더욱이 당시 청진시에서는 인민군대 지원, 청진시 도로공사용 자갈 수거, 청암구역 김정숙 사적지 건설 등 갖가지 명목의 세부담이 더해졌다. 


결국 한끼 두끼를 굶던 노인은 기력마저 잃자 외부출입을 못하고 집에서 이불자리에 누워 일주일을 보내게 됐다. 며칠이 지나 노인 부부는 누구 먼저라 할 것없이 거의 같은 시점에 사망했다. 발견된 시체는 배가죽과 등가죽이 거의 붙어 있는 상태였다.


이 시기 송편구역 일가족 4명이 굶주림을 이기지 못해 동반자살을 택한 경우도 있었다.


40대 부부와 10대의 어린 자식 2명이었는데, 수성천 다리에서 온 가족이 함께 떨어져 자살했다. 당국에서 신화폐를 한 달이 지나서 받급했던 터라 수중에 돈이 없게 되자, 집에 있던 가산을 모두 팔았지만 쌀 2kg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이들은 절망 상태에 빠져 앞길이 막막하자 가진 돈으로 가족과 이밥이나 실컷 먹어 보자며 마지막 밥상을 같이 하고 집단 자살을 택했다. 당시 주민들은 “자살이 아니라 국가가 죽인 거나 매한가지”라고 평했다.


90년 중반 고난의행군 시기나, 2009년 화폐개혁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 주민들의 아사는 결국 시장통제와 당국의 잘못된 정책에 의한 결과로 발생한 국가적 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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