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겨 죽이고도 너털웃음…교화소는 포유류 동물원 같아

강운호. 이 사람은 함경북도 무산에 어머니와 아내를 두고 33살의 나이에 교화소에서 억울하게 죽었다. 강운호는 2과 5반 소속으로 나와는 아무런 인간관계가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죽음에 대해서 상세히 알고 있다.

2003년 6월 말 2과 5반에서 평죄인으로 생활하던 그가 노력반에 배치된 지 8개월 만에 허약 2도에 걸려 본소에 내려오게 되었다. 본소 허약반에서 생활하던 강운호는 한 달 만에 간염으로 병방 2호실에 입원하였는데 여기서 그는 군의(軍醫)의 음모에 걸려 죽음을 당했다.

일요일이었다. 아침 10시부터 시작된 정치강연회는 정오가 다 돼서야 끝났다.

장황하고 긴 사설을 귀 아프게 듣고 난 뒤 감방으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강연회 진행자는 위생원 리학모에 대한 사상투쟁회의*를 선포했다. 강당에 모여 있던 죄인들 모두가 무슨 일로 그러는가 궁금하여 학습시간에 졸던 사람들도 눈을 번쩍 떴다.

보안과 비서와 함께 위생원 리학모가 강당 보안원 출입문을 통해 들어섰다.

“다들 잘 들으라! 이 새끼가 자기 병방에 있던 2과 강운호를 때려죽인 새끼야!”

모든 죄인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리학모 위생원이라면 모든 보안원과 죄인들이 다 인정하는 높은 의술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사람을 때려죽이다니? 나도 상당히 놀라 보안과 비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다들 조용히 하라! 병방 2호실에 입원한 강운호가 밥을 안 먹는다면서 ‘고의병으로 병보석 석방되려고 하지 말라.’면서 이 새끼가 허약에 걸려 운신도 못하는 강운호의 아가리를 마구 벌려 강짜로 밥을 쑤셔 넣다 못해 발로 배때기를 밟았다. 그래서 한 시간 전에 강운호가 죽었다. 이 새끼 때문이야!”

보안과 비서는 리학모의 머리를 툭툭 때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머리를 맞으면서도 리학모는 억울한 기색으로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형기를 받고 힘든 탄광으로 쫓겨 갈 줄 알았던 리학모는 3일 만에 독방에서 풀려나와 다시 위생원으로 복귀하였다. 그제서야 이 사건의 전모가 교화소에 알려지게 되었다.

리학모는 독방에서 나온 다음날 우리 반 휴게실로 찾아와 “준하, 감기약 좀 얻으러 왔소.”라며 내게 말을 건네왔다.

독방에서 풀려난 그의 얼굴에는 아직도 수심이 가득하였고 나는 그를 휴게실 안에 있는 으슥한 창고로 불러 그가 원하는 담배를 건네주었다. 담배 불을 붙인 리학모는 길게 연기를 품으며 입을 열었다.

“준하, 내가 정말 강운호를 때려 죽였다고 생각하오?”
“어떻게 된 일이오?”

리학모는 묻는 말에 대답 없이 연신 담배만 뻐끔거렸다.

“사실은 내가 죽인 게 아니오. 정학 군의가 죽인 것이나 다름없소.”
“정학 선생이 죽이다니?”

“사실은 강운호가 정학 군의하고 사업을 벌여서 병보석으로 나가게 됐단 말이오.

강운호의 형이 장사를 하는데 돈이 좀 많은 것 같아.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정학 군의가 돈을 받아먹고 강운호를 병보석으로 내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는데, 강운호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돌아가면서 말을 다 해버렸으니 정학 군의가 가만히 있을 수 없었겠지.

하루는 정학 군의가 영 안 좋은 인상으로 나를 찾아왔단 말이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학모, 너네 병방에 강운호란 새끼가 있지? 그 새끼 너에게도 내가 자기를 병보석으로 내보내준다고 개 아가리질을 했나?’ 이러지 않소?

그래서 내가 ‘선생님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하고 물으니까 ‘흥, 너에게는 아직 말하지 않은 모양이구나. 개새끼가 어디서, 살려줄 수 없겠군. 어디 제 입놀림 덕을 한번 보라지!’라며 투덜대더군.

그러면서 ‘야, 그 새끼 이제부터 밥은 물론 국물도 먹이지 말라! 그 새끼 아가리에 밥 한술이라도 들어갔다가는 너 이 새끼 죽을 줄 알라! 알았나?’ 이러더란 말이오.”

리학모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어갔다.

“준하도 알다시피 정학 군의가 어떤 사람이오? 누가 그 사람 말을 거역하오? 그래서 나는 정학 군의가 시키는 대로 한 이틀 강운호에게 아무것도 먹이지 않았는데, 아 글쎄 이 머저리 같은 게 밥을 안 주니까 오늘 내일 병보석으로 나가는 것으로 생각했단 말이오.

3일째가 되니까 허약병으로 고생하던 제까짓 게 견딜 수 있나? 그냥 정신을 잃고 말았지. 강운호가 정신을 잃자 나는 급한 마음에 밥을 입에 떠 넣어주며 어떻게 해서든 정신을 차리도록 분주히 움직였는데, 그때 강운호가 기절한 소식을 들은 정학 군의가 나를 자기 방으로 급히 부르더라고.

나를 부른 정학 군의는 자기가 지시할 때까지 강운호에게 밥을 먹이지 말라고 큰소리를 치더란 말이오. 정학 군의에게 불려갔다 다시 병방으로 돌아와 보니 그때는 이미 강운호의 숨이 넘어가고 말았소.

그러고 나니 정학 군의는 내가 자기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강운호를 죽게 했다고 모든 죄를 나에게 덮어씌운 것이오. 먹지 못해 기력이 없는 사람에게 밥을 먹인 것이 무슨 죄가 된단 말이오?”

리학모는 나에게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털어놨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에 대한 싸늘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나중에 보안원들 사이에서 강운호의 죽음에 리학모는 특별한 죄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으나 죄인들은 오랫동안 그를 비난했다.

죄인들은 리학모의 억울한 상황은 모른 채 죄인을 굶겨 죽이고도 별 처벌 없이 계속 위생원질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반년쯤 지나서야 이 사건의 전모가 교화소 내 죄인들에게까지 알려졌고 리학모에 대한 죄인들의 오해도 풀렸다.

정학 군의는 당시 32살로 회령에 가시집*을 두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자기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한 사람을 굶겨 죽였다.

과연 이 사람에게도 인간성이라는 것이 있을까? 물론 있을 것이다. 사람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태어날 때부터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갖고 태어난다.

이 사람도 역시 어릴 때는 착하고 순수했을 것이며 자기 가족과 처자식에게는 따뜻한 가장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어찌하여 사람을 굶겨 죽이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단 말인가?

조선의 교화기관은 사람이 사람을 굶겨 죽이고도 너털웃음을 짓는 포유류 동물원 같은 곳이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자연피해, 노동재해, 질병 등으로 죽는 것조차도 매우 안타까운 일인데, 다른 사람의 모략에 의해 굶어죽은 일은 너무나 원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강운호 스스로 입방정만 떨지 않았으면 뇌물의 힘으로 조용히 집에 돌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교화소 간부들이 부정부패와 죄인들을 짐승처럼 다루는 태도에 있었다.

애초부터 조선의 교화정책이 바로 서 있었다면 강운호처럼 어이없이 죽어나가는 사람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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