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관계자들 ‘NLL망령’ 속탄다

북한이 최근 서해 해상경계선 설정 문제를 잇달아 제기하자 군 관계자들은 ’NLL(북방한계선)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북측은 이달 16일~18일 제4차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철도.도로 통행에 관한 군사적 보장합의서 체결 등 군사 신뢰구축안을 협의하자는 남측 주장에 대해 해상경계선 설정 문제가 먼저 논의돼야 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지난 25일 진행키로 했던 열차 시험운행을 북측이 전격 취소한 것도 해상경계선 설정 의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26일 남측에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열차 시험운행 취소는 “귀측(남측) 군부가 조선반도의 평화보장에서 급선무로 나서는 현안 해결을 완전히 외면하고 회피한데 근본 문제가 있다”며 “평화보장을 위한 선결 과제는 서해 해상경계선을 바로 확정하는 문제”라고 주장, 이같은 분석을 입증했다.

북측의 이런 주장에 대해 군 관계자들은 북측이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무력화하는데 총공세를 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앞으로 있을 남북 군사회담에서도 북측이 NLL을 대신할 해상경계선 설정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NLL 사수’ 의지를 가다듬고 있는 분위기다.

군이 NLL 문제만 나오면 곤혹스러워 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1999년과 2002년 발생했던 서해교전이다.

특히 월드컵 축구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2002년 6월29일 벌어진 2차 교전에서 우리 해군 고속정 1척이 바다속으로 가라앉고 장병 6명이 장렬히 전사한 것을 군 관계자들은 잊지않고 있다.

두 차례 교전 역시 사실상 북측이 1953년 유엔군사령관에 의해 설정된 NLL을 남북 해상경계선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야기된 것이다.

NLL에 대한 우리 군의 입장은 단호하다.

남북간에 새로운 해상 불가침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NLL을 지상의 군사분계선(MDL)과 같이 확고히 유지하고 북측이 이를 침범할 경우 단호히 대처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군 일각에서는 군이 주최가 되는 장성급 군사회담 또는 국방장관회담에서 NLL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영토와 영해 수호’가 전.평시 군의 최상위급 고유임무인데 자칫 지금까지 관할해온 서해 특정수역이 줄어들 수도 있는 해상경계선 협상을 군이 주도하는 것은 고유 임무와 모순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성우회(예비역장성 모임)와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에서 ’북방한계선은 절대 사수해야할 생명선’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고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으로 영토 및 영해권에 민감한 국민정서 등으로 군은 이래저래 고민이 많아 보인다.

군의 한 관계자는 “남북이 합의한 해상경계선이 필요하다는 점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명기되어 있다”며 “그러나 NLL 사수가 확고한 입장인 군이 해상경계선 협상의 주역으로 나선다면 협상력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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