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당국자회담 당분간 표류할 듯

16일 종료된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군사 당국자회담 개최 일정에 합의가 이뤄지지 못함에 따라 군사회담은 당분간 표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은 이날 6개항의 공동보도문에서 “남과 북은 군사 당국자회담이 개최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하였다”고 짤막하게 명시했다.

6월에 개최된 15차 장관급회담에서 장성급 군사회담을 백두산에 열기로 합의한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언제 군사회담을 개최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장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냉전의 산물인 군사분계선(MDL) 일대 선전수단 철거와 군사 당국을 연결하는 핫라인인 통신연락소 운영 합의를 계기로 한동안 순풍에 돛단 듯하던 군사분야 교류가 진일보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군사 당국자회담 개최 일정이 좀처럼 확정되지 않고 있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북측의 불편한 심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6자회담의 향배에 따라 전개될 한반도 안보상황을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북측의 자세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북측은 이달 2일 종료된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 등을 지목해 “서해상 우발충돌 방지조치가 취해지고 군사분계선상 선전수단이 모두 제거되는 한편,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 당국자 회담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합동군사연습이 진행되는 것은 중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사회담이 자꾸 지연되고 있는 책임을 일단 남측으로 돌리고 당분간 군사분야에서 냉각기를 갖겠다는 자세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 보장을 위해 노력한다’는데 양측이 의견을 모은 만큼 장성급 회담보다 낮은 수준의 실무대표 회담은 필요할 경우, 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는 “군사 당국자회담을 개최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한 것은 앞으로 한반도 냉전종식과 평화체제로 가야 한다는 우리측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미 3차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에 합의한 바 있어 이번 합의는 고위 군사 당국자회담(국방장관 회담) 개최에 인식을 같이한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2차 국방장관회담은 2000년 11월 북측지역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으나 국방백서의 ’주적’ 표현을 문제삼아 북측이 거부해 열리지 않고 있다.

남측은 일단 장성급 군사회담이 열리면 남북 공동어로수역 설정 등 서해 평화정착 방안을 우선적으로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서해상 우발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남북 함정간에 국제상선통신망을 이용해 매일 ‘시험통화’를 실시하는 방안을 담은 보충합의서 체결도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 함정간 무선통신에 합의한 바 있지만 합의서에는 상대측이 호출할 경우에만 응답하도록 돼있어 교신율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