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실무회담 결렬…대화 분위기 급속 냉각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회담이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차기 회담 일정도 잡지 못했다. 대화 분위기가 급속 냉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추후 양측의 대응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회담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10시50분에 정회됐다가 오후 2시20분에 속개됐으나 성과 없이 10여분 만에 종료됐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언론브리핑에서 “북한 대표단이 자리를 박차고 (회담장을) 나가버렸다”며 “오후 2시 50분쯤 일방적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가 다음 회담 일정을 정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회담)결렬”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9시간에 걸친 줄다리기 회담에 이어 이틀째 회담이 이어질 때만 해도 본회담 성사 가능성은 높게 점쳐졌다. 실제 이날 회담에 앞서 우리 측 수석대표인 문상균 국방부 북한정책과장(대령)은 “어제 회담 본위기는 좋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남북은 회담 의제와 급을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날 남측은 고위급 회담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와 추가 도발 방지를 약속해야만 남북관계가 진전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의제로 다룰 것을 제안했다.


반면 북측은 ‘천안호 사건, 연평도 포격전, 쌍방 군부사이의 상호 도발로 간주될 수 있는 군사적 행동을 중지할 데 대하여’를 의제로 제시하면서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만을 다루고자 하는 것은 고위급 군사회담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북측은 천안함과 연평도 등에 대해선 적당히 화답하면서 대북 심리전을 하지 말라는 등 자신들이 원하는 의제를 다루려는 의도로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우리 정부의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는 입장과 이에 ‘물타기’ 전술을 펴고 나온 북한의 입장이 대립한 것이다.


또 고위급 회담 수석대표의 ‘급’ 문제를 놓고도 충돌했다.


우리 측은 천안함 등의 해명을 위해선 국방부 장관과 인민무력부장 혹은 합참의장(대장)과 총참모장(차수) 급이 만나야 한다고 했지만, 북측은 차관급인 인민무력부 부부장(대장 및 상장) 혹은 총참모부 부총참모장(대장 및 상장)으로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북한의 이후 반응도 주목되고 있다. 당장 관영매체 등을 동원해 회담 결렬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씌울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선 일시적이나마 대화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했던 남북관계가 다시 냉각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으론 남측으로부터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과 중국으로부터 남북관계 개선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대화 분위기 자체를 져버리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결렬보다는 교착상태로 여지를 남긴 것 같다. 장기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대화의 불씨가 완전히 소진된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대북소식통도 “실무회담에서 남북간 적십자회담 합의 가능성이 있다”며 “남북 양측 모두 군사회담 합의 도출 실패 가능성을 예상, 남북간 완전히 대화가 차단되는 상황을 피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적십자회담 개최에 동의한다는 통지문을 북측에 보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실무회담에서 북한의 진전성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적십자회담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적십자회담 수용 통지문에서 “구체적인 일자와 장소는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 이후에 쌍방이 협의하자”고 밝힌 대목은 고위급 군사회담 상정을 예상했던 것으로 실무회담 결렬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


최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 입장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우선사업인 만큼 매몰차게 차단하기 보다는 끌고나가면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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