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량미 확보 ‘총력’…北농촌에 농민보다 군인이 더 많다?

가을곡식 집중 수매에 군인들 대거 농촌 동원…신경전에 공포탄 발사까지

추수
황해북도 사리원시에서 북한 주민들이 추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군부대가 가을철 군량미 징수를 위해 농촌 현지에서 집중수매사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군 후방사업 일꾼들이 전례 없이 장비보다 사람을 더 많이 동원해 농촌에 농민보다 군인이 더 많은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민들은 군인들이 눈에 불을 켜고 곡식을 감시하는 탓에 불안감과 불만을 동시에 내비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30일 데일리NK에 “숙천군 농촌 지역에 지금 농민보다 군대가 더 많다”며 “그 이유는 군량미 계획분 무조건 확보를 위해 군부대 양식참모들이 다수의 병사를 현지에 데려왔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군부대 양식 관계자들은 부대를 떠날 때 사령관과 정치위원으로부터 ‘올해 농사 작황이 안 좋지만 군량미는 무조건 확보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특별 과업을 지시받았다고 한다”며 군인들이 대거 동원된 배경을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동원된 군인들은 현재 농촌의 탈곡장과 창고 등에 배치돼 곡물을 관리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벼를 거둬들이는 현장까지 따라다니며 농민들을 감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농민들은 혹여 꼬투리를 잡혀 화를 당할까 불안해하는 한편, 곡식이 귀하니 별의 별 것이 다 달라붙어 곡식을 축내고 훔쳐간다는 의미의 ‘흉년이 들면 뱀이 조 이삭을 먹는다’는 속담을 꺼내들어 “올해는 (군부대가) 사람도 잡아먹을 기세”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군부대가 어떻게든 신속하게 군량미를 확보하려고 부산을 떠는 통에 농장의 관리자들과 마찰을 빚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평안남도 소식통은 29일 “평성 자산농장에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나온 군부 양식 참모와 농장 관리들 간에 싸움이 벌어져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며 “올해 군부대 관계자들은 예년에 없이 탈곡만 하고 정미는 하지 않고 벼를 그대로 운송하고 있는데, 벼의 수분 문제를 결정하다가 싸움이 일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벼에 수분이 많으니 좀 더 건조시켜 가져가라’는 농장의 작업반장과 기술지도원의 말에 군 양식 참모는 ‘일 없다(괜찮다), 그대로 가져가도 된다’고 맞서면서 다툼으로까지 번졌다는 것이다. 군부대는 하루라도 빨리 군량미 계획분을 확보해가려고, 농장은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벌면서 곡물을 뒤로 빼돌릴 기회를 엿보려고 했던 것인데, 양측의 이런 신경전이 결국 충돌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이 소식통은 “서로 말이 거칠게 오고가다가 양식 참모가 농장 기술지도원을 먼저 치면서 싸움이 시작됐고, 주변에 있던 농민들과 군인들이 합세하면서 싸움이 커졌다”며 “죽거나 피해를 본 사람은 없지만, 군인들이 실탄으로 공포를 쏘고 실탄이 들어 있는 총을 농민들에게 겨눠 문제가 심각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농민들은 ‘인민의 생명재산을 지키라고 열심히 농사를 지어 군인들 배고픔을 모르게 해주었는데 그 총을 인민에게 돌린다’면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런데 군인들은 그렇게 심한 책벌을 받지 않았고 군대 측은 ‘오히려 잘 싸웠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담당 양식 참모는 표창을 받고 승급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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