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박경서 인권대사 ‘인권관’ 검증해야 한다

박경서(朴景緖) 인권대사는 인권의 기초부터 다시 공부해야 할 것 같다.

‘북한인권’ 이야기만 나오면 박 대사는 “인권은 당사자 문제”라고 말해왔다. 2일자 조선일보 기사에도 박 대사의 이 말은 되풀이 되었다.

‘인권은 당사자 문제’라는 말은 세상 어느 인권 전문가도 해본 적이 없는 황당한 말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인권대사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으니, 바깥 사람들이 들을까 부끄럽고 걱정스럽다.

인권이 ‘당사자 문제’라면 성추행 사건도 ‘당사자’인 가해자와 피해자가 해결하여야 할 문제인가. 장애인이나 혼혈인이 부당한 차별을 받았다면 그것도 ‘당사자’가 차별한 사람들과 알아서 해결하여야 하나. 인권이 ‘당사자’ 문제라면, 당사자끼리 해결하면 될진대 국가인권위는 왜 만들었으며, 박경서 씨가 ‘인권대사’라는 감투를 쓰고 있는 이유는 도대체 뭔가.

박 대사는 “북한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게 가장 큰 인권”이라는 말도 했다. 이것 또한 박 대사와 이 정권 사람들이 즐겨 하는 말인데, 이것을 “인권은 당사자 문제”라는 앞의 말과 연결해보면 이 정권의 행태와 논리적으로 어긋난다.

인권이 ‘당사자 문제’라면 “가장 큰 인권”이라는 먹고 사는 문제야말로 당사자인 북한 스스로 해결하도록 내버려둘 것이지 왜 지원을 해준단 말인가. 박 대사의 생각대로라면 ‘당사자 해결 원칙’을 저해하는 대북지원이야말로 북한인권개선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이니 당장 그만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인권의 해결 단위는 ‘국가’ 아니다

혹자는 박 대사가 말하는 ‘당사자’는 ‘국가’를 지칭한다고 변호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인권의 해결단위가 국가라는 발상이야말로 인권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인권이란 말 그대로 ‘인간으로서의 권리’로, 그 해결 주체는 국경과 피부색, 종교, 이념 등을 초월한다. 박 대사가 “인권은 당사자 문제”라고 했는데, 사실 이 말은 맞는 말이기도 하다. 바로 ‘모든 인간’이 인권의 당사자이며, 타인이 당하는 차별과 고통, 탄압을 곧 나의 문제로 여기는 평등과 박애가 인권의 초석이다. 지구상에 벌어지는 모든 ‘너(너희)의 문제’가 곧 ‘나(우리)의 문제’라는 말이다.

북한인권도 마찬가지다. 북한 주민들이 당하는 차별과 고통, 탄압은 곧 ‘인류 가족’인 우리 자신의 문제이며, ‘당사자’인 우리가 적극 개입해 해결하여야 할 문제다. 세계인권선언 전문(前文)도 “인류 가족 모든 구성원의 고유한 존엄성과 평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평화의 기초가 됨을 인정하며……”라고 하여 ‘인류 가족(human family)’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기본적 인권관에 기초해 “북한인권은 곧 우리의 문제”라며 목놓아 외치고 다녀도 부족할 대한민국 인권대사가 “북한의 인권문제는 북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몰상식한 발언(올해 1월 19일 ‘열린평화포럼’ 월례모임에서 발언)이나 하고 있으니 그를 ‘사이비 인권대사’라고 부르는 게 마땅하다.

인권변호사 출신의 대통령이 어쩜 이리 한심한 인권관을 가진 사람을 인권대사로 임명했는지 의심스럽다. 국회에서 청문회를 개최해서라도 자칫 국가적 망신이 될 수 있는 인권대사의 인권관을 세밀히 검증해 볼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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