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님들, 농땡이 그만 치시고 일 좀 합시다

레이건 대통령 시기는 미국의 중흥기(中興期)였다. 재임 8년 동안 레이건은 거대한 제국 구소련 공산독재 체제를 전환시켜 버렸다.

구소련 체제의 전환 과정을 되돌아보면, 1956년 2월 소련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촉발된 수령론의 약화(계급주의 약화), 서구의 경제지원을 받아들이는 대신 인권을 접수한 헬싱키 협정(1975년), 그리고 1980년대 미국의 구소련 해체 프로젝트라는 긴 시간을 거쳤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의 ‘수령’ 김정일은 소련 몰락의 원인이 수령론의 약화와 인권 접수였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1978년 중국마저 개혁개방으로 나가자 그 물결이 북한으로 넘어 올까봐 김정일은 중국 5천년 역사상 처음으로 ‘인민의 먹는 문제’를 해결한 덩샤오핑을 ‘X덩어리 수정주의자’라고 비난했다.

김정일은 덩샤오핑을 얼마나 미워했는지 1997년 1월 덩샤오핑의 사망 당시 평양의 중국대사관에 조문조차 가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도 기대하지 말라”는, ‘위대하신 21세기 태양’의 명언(?)을 남겼다. 그래서 김정일 스스로 개혁개방으로 가는 일은 그의 생전에는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김정일이 살아있는 한 ‘인민의 먹는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

레이건 시기 구소련 붕괴전략을 다룬 책 ‘냉전에서 경제전으로: 소련을 붕괴시킨 미국의 비밀전략’(피터 시바이처 저, 한용섭 역)에는 미국이 총 한방 쏘지 않고 소련제국을 무너뜨린 과정이 잘 나와 있다. 미국은 8년간 경제전, 외교전, 군사전(소련 핵무기 무력화 전략;SDI)을 입체적으로 수행한 결과, 레이건이 물러난 지 1~2년만인 1989년 동유럽이 붕괴되었고 1991년 구소련은 해체되었다. 이로써 동서냉전과 전체주의 독재시대도 막을 내렸다.

레이건 시기 구소련 붕괴전략의 총감독은 CIA(중앙정보국) 윌리엄(빌) 케이시 국장이었다. 레이건 행정부는 국가안보기획단을 창설하면서 구성멤버로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 안보보좌관, 그리고 CIA 국장을 포함시켰다. 이때부터 빌 케이시 국장은 세계 핵전쟁 방지와 자유민주주의 확산을 위한 구소련 붕괴전략에 돌입했다.

빌 케이시 국장은 민주주의 체제가 전체주의 체제를 상대로 전쟁을 하는 것은 약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경제전, 외교전, 심리전을 전개했다.

당시 빌 케이시는 그 전 미국의 對소련 정책과는 완전히 다른 전략적 판단을 하게 되는데, 그는 그 전 30년 동안 미국과 서방세계에서의 공산주의 확산을 방어하는 정책만으로는 도저히 한계를 넘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자기 마당’에서 소련과 ‘게임’을 하다보니 항상 이를 막아는내는 데 급급했으며, 그런 방식으론 도저히 소련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게임의 장소를 ‘상대의 마당’(동유럽, 구소련)으로 옮겨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빌 케이시의 이 첫 전략적 판단이 구소련 체제를 전환시키는 출발선이 된다. 이후 빌 케이시는 자신의 전용기 ‘검은 새(black bird)’를 타고 유럽, 중동, 서남아시아 등 전세계를 누비며 구소련 제국 붕괴전략을 직접 수행하게 된다.

지금이 국가정보원 법 개정 중요한 시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 ‘상생·공영정책’이며, 상생·공영으로 가는 경로로서 ‘비핵 개방 3000’이 제시되었다. ‘비핵 개방 3000’은 북한을 국제사회에 편입시키면서 핵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의 개방과 경제발전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과 정상국가화, 개방-경제발전의 수순으로 가겠다는 점에서 ‘비핵개방 3000’은 능동적인 플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상대의 마당’에서 게임을 하겠다는 뜻이 포괄돼 있다. 물론 햇볕정책도 처음 출발할 때는 ‘능동적’이었다고 할 수 있었겠지만, 갈수록 북한에 끌려가면서 피동의 수렁에 빠지게 되었다.

지금 한반도는 매우 중요한 역사적 시기를 지나고 있다.

북한 체제의 내구력은 80년대부터 내부적으로 점차 약화되기 시작하여 90년대 공산권 붕괴로 결정적으로 추락했다. 이후 북한정권은 핵, 미사일로 생존의 출로를 찾으면서 중국, 한국 등의 지원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현재의 북한체제가 그대로 지속될 것으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앞으로 어찌 되건 김정일 정권은 바뀔 것이며, 다만 그 시간이 문제일 뿐이다. 최근에는 5년내 중대변화가 올 수 있으며 그보다 더 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불과 10년이 지나면 지금 우리가 통과하는 이 시기가 얼마나 중요했던지를 식은 땀 흘리며 되돌아보게 될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지금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기관은 어디일까? 그것은 국가정보원이다. 앞으로 국가정보원이 감당해야 할 일은 엄청나게 많아질 것이다.

국가와 개인이 동등하게 중요하다는 것은 원칙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은 국익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정부기관이라면 대개 국익을 추구하지만 그중에서도 최후의 보루는 국가정보원과 국방부다. 이 두 기관에 근무하는 구성원들은 국익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이 두 기관은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기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이익이냐, 손해냐가 판단의 절대기준이 된다. 그런 점에서 자기 목숨을 국익보다 더 앞세우는 사람은 이 두 기관에 근무하면 안된다.

최근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은 “국정원 개혁은 이스라엘 모사드가 최상의 모델”이라고 언급했다. 모사드는 그 구성원들의 애국심, 자기희생성, 능력의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모여있다. 국가정보원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 모사드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스라엘은 중동국가들에 둘러싸여 있다. 한반도는 세계 4강에 둘러싸인 유일한 지역이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는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엄청난 기여를 할 수도 있고, 정반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남한은 지금 세계 평화에 기여하지만 북한은 정반대다. 우리는 앞으로 한반도를 세계의 평화와 번영, 해양과 대륙의 가교로서 충분히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 지역을 정보와 물자, 사람, 문화가 오가는 다인종 다언어 다문화가 융합된 새 문명의 융합지대, 적극적 평화협력지대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그런 꿈을 가지려면 정부가 맨 먼저 착수해야 할 일이 바로 국가정보원을 제대로 육성하는 것이다. 애국심, 자기희생, 능력의 면에서 세계 최강의 국가정보원으로 키우는 것이다.

현재 국가정보원의 직무를 확대하는 내용의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대공(對共), 대테러 등의 ‘보안정보’ 범위에서 재난 및 위기 예방관리, 통신 분야로 직무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주내용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전통적 안보활동에서 그나마 경제, 환경 등 新국가안보 영역의 정보활동이 다소 늘어나게 된다. 이미 독일 캐나다 일본 이탈리아 러시아 스페인 등이 이 분야에까지 확대되어 있다. 독일의 경우는 나치의 경험 때문에 아주 강력하게 되어 있어, BFV(헌법수호청)법은 反자유민주질서 행위자의 경우 정치인, 경제인, 심지어 언론인까지 정보수집과 신원조사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만약 독일의 경우로 하자면 아마 일부 저질 좌파들은 또 한바탕 난리를 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는 정책과 위기 관련 정보활동 및 사이버 정보활동 등의 분야에 국한돼 있다. 비록 제한적이지만 이 분야의 직무가 확대되어야 향후 북한문제(대공분야만이 아니라)에서 위기가 초래될 때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보력의 기초가 마련될 수 있다.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국회 정보위와 법사위 등 상임위에서 논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국회 정보위에서조차 토론이 안되고 있다고 한다. 들리는 소문은 국정원이 또 정치에 관여하려는 게 아니냐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오해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정원법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정치사찰이 더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어 있다. 그리고 한국사회 자체가 더이상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이 그런 오해를 한다는 것이다.

요즘 한나라당, 민주당 할 것 없이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런 경우가 적지 않다. 최재성 의원 같은 단순무식형 의원이 아직 국회에 있다는 것이 한심하기도 하고, 한나라당도 민생과 대한민국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지 꽤 의심스럽다.

그리고 현재 국회의원들 중에서 진정으로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 많이 의심스러운 것이다.

존경하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님들, 제발 농땡이 그만 치고 일 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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