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KAL기 폭파사건 청문회

지난 1987년 공중폭발한 KAL 858편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가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임종인(林鍾仁) 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이날 청문회에선 폭발물 전문가 등이 참석해 당시 KAL기 폭파테러용 폭약에 대한 감정 결과와 항공기 사고조사 절차에 대한 의문점 등을 발표했다.

폭파전문가인 심동수 동아대 겸임교수는 “김현희가 폭파에 사용했다고 주장한 PLX(Picatini Liquid Explosive) 액체폭탄은 명칭부터 인위적인 설정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피카티니’는 미국 뉴저지주의 ‘피카티니 연구소’에서 인용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북한에서 제조된 폭약의 명칭으로 사용될 리가 없다는 것.

심 교수는 또 “함께 사용한 ‘C(컴포지션)4’ 폭약은 제조소에서 만든 표준제품인 반면 PLX 액체폭약은 사제폭약으로, 국가간 폭파 테러에 표준제품과 비표준제품을 혼용해 사용하는 것은 기술상 상상할 수 없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제품의 특질이 서로 다르면 폭발 안정성을 해치기 때문에 산업계에서도 타사 제품의 혼용을 안전상 금지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외에도 ▲C-4를 북한에서는 러시아어인 ’싸스답페’로 부르고 있는데, 김현희가 C-4란 용어를 사용한 점 ▲액체폭약은 고체형 폭약에 비해 안정성이 취약하고 취급이 불편해 국가적 테러에 등장한 사례가 없다는 점 등을 의문점으로 들었다.

그는 “이런 점들에 비춰볼 때 당시 KAL858기 폭파테러에 사용된 폭약에 관한 발표는 시나리오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최흥옥 전 건교부 항공조사국 국장은 “항공기 사고가 발생하면 일정 기간 증거의 보호와 당해 항공기 및 그 내용물의 안전한 보관을 위해 모든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는 게 국제사고 조사의 표준 절차”라며 당시 증거물 보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안기부는 사고 발생 2년 6개월 뒤인 1990년 3월 5일 사고해역인 안다만 해역에서 동체의 파편 60여점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안기부는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했으나 감정 결과 폭약류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증거물들을 석연치않은 이유로 폐기 처분했다고 유족들은 주장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