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제재 속 ‘내부다지기’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치켜든 선군(先軍)의 기치로 모든 난국을 물리치고 내 나라의 하늘가에 승리의 포성을 울렸다.”

북한관영 조선중앙방송은 2006년 한 해를 이같이 평했다.

핵문제와 금융제재 등을 둘러싼 미국과의 팽팽한 대치와 긴장감 속에서 수십 년만의 대홍수 피해를 당했지만 선군을 기치로 삼아 ‘핵보유국’으로 우뚝 올라섰다는 자부심이 패배보다는 승리에 무게를 두게 한 듯하다.

그러나 핵실험으로 상징되는 올해 북 당국의 강경 행보는 주민들에게는 ‘양날의 칼’로 다가왔다.

북 당국은 핵실험을 통한 핵보유국 건설을 ‘5천년 민족사의 역사적 사변’이라며 주민들에게 체제 자긍심을 심어주었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핵실험 환영대회를 열어 체제 결속력을 다졌다.

그에 따라 주민들 또한 전쟁공포를 일정부분 덜고 최소한의 전쟁 억제력을 갖췄다는 뿌듯함에 휩싸인 분위기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당초 북한 주민들은 지난해 10년만의 대풍에 이어 올해도 농업을 경제건설의 주공전선으로 설정하고 경제 현대화에 주력키로 하는 등 의욕적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7.5 미사일 시험발사’와 연이은 ‘10.9 핵실험’은 유엔 차원의 제재를 초래했고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도 끊기도록 해 주민들의 생활을 곤궁하게 만들었다.

여기에다 예상치 못한 대홍수가 덮쳐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농사도 흉작에 가까울 정도로 수확이 좋지 않아 주민들의 삶은 더욱 고달파진 것이다.

또 야심차게 준비한 아리랑 공연도 홍수로 인해 취소되고 금강산 관광사업도 정세 악화로 된서리를 맞아 전체 경제사정이 빠듯해 졌다.

제2의 ‘고난의 행군(90년대 중.후반 최악의 기아사태)’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올해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은 정신적으로는 만족했을지언정 물질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북 당국은 이에 사상무장을 강조하며 주민들을 다잡았다.

“총대가 약해 망한 나라는 많아도 기근이 들어 망한 나라는 없다”고 역설하며 “사회 전 영역에서 군대의 강화와 국방공업 발전에 필요한 수요를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한다”면서 연일 군대우선.군인우선을 강조했다.

또한 자본주의 문화 유입을 막기 위해 “미제가 썩어빠진 부르주아 문화와 자본주의 생활 양식을 퍼뜨려 새 세대 청년들을 정신적 불구자로 만들려 하고 있다”며 전쟁을 겪지 않은 젊은층을 상대로 사상 단속을 강화했다.

휴대전화 사용과 인터넷 상용화도 여전히 불허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젊은 엘리트 계층에서는 귀뚫기와 이메일 교환, 다이어트 등의 문화가 싹트고, 여성잡지가 부르주아 결혼문화를 경계하는 것은 자유화 바람이 스며들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대형 사건.사고로는 4월말 함경남도 고원군에서 열차사고로 최소 수백명 이상이 사망한 것과 여름철 대홍수로 549명의 사망자와 3천43명의 부상자(조선신보 보도)가 발생한 것이 꼽히고 있다.

한편 국제무대에서 문화.체육 부문의 쾌거는 민생에 찌든 주민들에게 한줄기 기쁨을 안겨줬다.

청소년여자축구팀이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19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이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았으며 여자권투 리정향(48㎏급)과 윤금주(57㎏)가 세계여자권투선수권대회에서 나란히 우승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들에게는 노력영웅 등 각종 칭호가 수여되기도 했다.

문화계에서는 만수대창작사 소속 화가들이 출품한 조선화 ‘통일무지개’와 ‘봉산탈춤’이 제9차 베이징국제예술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평양음악무용학원 학생들이 중국에서 열린 제4차 세계합창경연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크고 작은 성과를 올렸다.

종교계에서는 첫 러시아정교회 교회당인 정백사원이 평양에 들어선 것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밖에 언론계에서는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청년동맹) 기관지인 청년전위청년전위 등이 나란히 창립 60돌을 맞았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올해 북한 주민들의 민생은 어려웠지만 핵실험으로 핵보유국의 지위에 올라섰다는 뿌듯함을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식량사정이 북한사회 분위기를 크게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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