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여론 의식해 보낸 北답변서 거짓 가능성 커

북한 당국이 지난달 27일 신 씨 모녀에 대한 생사확인을 묻는 ‘UN 임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에 신 씨는 사망했고, 두 딸 혜원과 규원은 아버지 오길남씨와의 만남을 거부했다는 답변서를 보내왔다.


1969년 KAL기 납치 피해자 가족들도 지난 2010년 실무그룹을 통해 북한에 서한을 보낸 사례는 있지만 이번처럼 북한의 공식 답변이 온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서 이슈화된 신숙자씨 모녀 구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이번과 같은 답변서를 보내온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사회가 신 씨 사망 원인과 두 모녀의 상봉 의사를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이 노린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답변서를 실무그룹에 보내는 것은 유엔 회원국으로서 의무에 해당하는 만큼 이후 신 씨 가족들과 NGO들이 추가 확인을 요청할 경우, 답변서를 근거로 ‘국제적 의무를 다했다’며 거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북한이 그동안 보여온 납치자 문제 관련 행보는 거짓 술수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번 답변서 내용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북한은 1969년 KAL YS-11납치했을 당시, 국제적인 압력에 못 이겨 승객과 승무원 전원을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들해 11명을 억류시킨 채 39명의 승객만 남한으로 돌려보냈다. 이때 북한 당국은 11명은 자발적으로 북한체류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돌아온 39명에 의해 이들 11인은 강제 억류됐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한 1970년대 말 고등학생 신분으로 납북된 김영남 씨는 2006년 7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 중 기자회견을 통해 본인은 납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건 역시 북한 남파 간첩인 김광현에 의해 납치사건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이 2004년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의 유해를 일본에 송환했지만 유전자 감식 결과 가짜라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신숙자씨 모녀 구출 대장정을 벌인 바 있는 최홍재 단장은 “북한이 납치 피해자에 대해 그동안 거짓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답변서는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혜원, 규원이 오길남 씨와의 만남을 거부했다는 것도 북한의 강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은 “북한이 답변서를 보냈다는 것은 UN의 인권 문제 제기에 대해 일정 정도 수용한 것”이라면서 “신숙자 씨의 사망 일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북한에 보다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두 딸의 의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만큼 제3국에서의 상봉을 북한에 지속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면서 “과거 선례가 있고, 인도주의적 사안이기 때문에 강하게 요구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과거 김영남 씨 사례로 볼 때 혜원, 규원은 북한당국에 철저하게 교육을 받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