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대북압박’ 본궤도에 올랐다

▲국제사회 대북 압박 본격화로 위기에 처한 김정일. 사진은 영화 팀아메리카에 나오는 김정일 인형 ⓒ파라마운트

15일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 채택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본궤도를 타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이번 결의안은 유엔헌장 7조라는 군사적 제재수단의 근거를 담지는 못했다. 그러나 향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활동을 전면 동결하고, 이러한 경고를 위반할 경우 국제사회는 제재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

안보리 대북결의안 채택이라는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첫 번째 중대국면은 일단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가속화로 결론이 난 셈이다.

특히 안보리 결의 수위를 두고 고민을 거듭해왔던 중국과 러시아가 결의안 채택에 동참한 것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북-중 관계는 일정기간 냉각기를 거칠 전망이다. 결의안 이행의 책임 당사자로 중국이 북한 미사일 관련 기술과 부품의 출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경우 양국간 직접적인 마찰도 예상된다.

중국이 대북결의안 자체를 무산시키지 않고 미•일과 밀착 협상을 통해 조속히 타협안을 만들어낸 것은 신속한 대북경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다웨이 부부장의 방북시 김정일과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으면서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 위기감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경거망동을 지금 제압하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는 파국으로 갈 수 있다는 다급함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의 후원자 역할을 해온 중국이 대북결의안에 동참한 것은 북한 권력층 전반에 매우 큰 충격을 던져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내부 권력관계를 우선시하는 김정일 입장에서는 대중 메시지와 내부 통제 양면을 위해서도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유엔 결의안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미사일 추가발사 위협까지 하고 나섰다. 중국의 대화 촉구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추가발사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은 식량지원이나 석유 송유관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일의 대북 압박이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대북 제재의 합법성을 쟁취한 미국과 일본이 향후 경제제재 및 PSI 등 정치•군사적 압박을 한 층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북한이 벼랑 끝 전략으로 달려가는 이상 한반도 정세는 강렬할 파열음을 낼 수 밖에 없다.

한국 정부는 안보리 결의안을 환영했지만,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발언권을 완전히 상실한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제사회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노무현식 대북인식이 불러온 냉정한 현실이다. 국제사회가 위기라는 데도 위기가 아니라고 강변하면서, 북한을 이해하고 지원하자는 행태를 계속할 경우 남한까지 국제사회의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 진행 과정을 보면 김정일은 1994년 1차 북핵위기 과정을 머리 속에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당시 북한은 IAEA 탈퇴와 같은 초강수를 둔 이후 강력한 무기금수와 경제봉쇄를 담은 안보리 제재결의안 초안이 발표 되자 카터 전 미 대통령을 평양으로 불러 극적인 타결을 시도했다.

현재 부시 행정부 아래서는 그러한 정치적 타결이 불가능하다. 여러 차례 경험을 통해 북한을 학습한 국제사회의 세련된 대응이 김정일을 더욱 수렁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김정일이 벼랑 끝 전술에 매달릴 경우 체제위기까지 불러올 공산이 매우 크다.

신주현 취재부장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