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北 마약중독 확산’ 위험신호 울리나

▲함북청진 라남제약공장에서 생산하는 아편가루

북한 주민 중 상당수는 필로폰이나 헤로인 같은 마약을 구급약 또는 의약품 대용으로 여기고 있다. 중국산 가짜 의약품이나 효과가 떨어지는 저가 의약품 대신 마취, 진통, 진해에 빠른 효과를 보이는 마약을 치료용으로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현지 주민들은 증언한다.

북한에서 마약 구입은 비교적 쉬운 편이다. 시장이나 주위사람들을 통해 한 두 다리만 건너면 마약을 구할 수 있다. 함경남도 함흥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필로폰 1g이 북한 돈 1만 3천~1만 5천원(약 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쌀 1kg에 1천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싼 가격이 아니다.

양질의 의약품이 태부족한 조건에서 일반주민들이 감기나 설사, 두통 같은 단순 질병에 마약(필로폰, 헤로인)을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다. 영양상태와 위생수준이 낙후해 전염병이 발생 빈도가 매우 높다. 전염병이 창궐하면 일대 주민들 상당수가 긴급 처방용으로 마약에 손을 대기도 한다.

대북인권단체인’좋은벗들’은 지난해 6월 북한 소식지를 통해 “마약을 사용하는 20∼30대 남성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일단 호기심에서 마약을 접촉한 이들이 생활난으로 인한 고통과 마음의 공허감으로 마약을 끊지 못한 채 점점 중독이 되고 있다”며 그 심각성을 고발한 바 있다.

북한에서는 90년대 식량난 이후 마약 생산과 유통이 급속히 증가했다는 것은 북중무역업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주민들 사이에 중독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함경남도 함흥에서는 상류층 열에 하나가 마약을 할 정도라고 현지 주민들은 증언한다. 이러한 상태를 방치할 경우 북한 마약 문제는 그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당국의 주먹구구식 대응방식은 무용지물

북한당국은 이제껏 자국 내 마약관련 사범들에 대해서는 무조건 사형이나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는 ‘포고령’을 발표해왔다. 지난 3월에는 인민보안성이 마약의 거래•제조•수출 등에 연루된 자에 대해 최고 사형으로 다스릴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포고는 엄포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북한 당국이 ‘백도라지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아편을 재배해오고, 각종 선박과 외교 루트를 통해 국제적으로 마약을 유통해왔다. 또 식량난 시기부터 자체 수익금을 마련하기 위해 화학공장에서 마약을 생산해왔기 때문에 단속과 처벌도 쉽지 않다.

2006년 9월경에 실시된 함경남도 함흥시의 마약에 대한 북한당국의 집중검열에서도 이 같은 한계가 잘 드러났다.

전문 마약생산자들과 판매상들은 함경남도와 함흥시의 고위간부들을 등에 없고 수사망을 피하거나 평양에서 내려온 ‘마약그루빠(그룹-검열대)’에 뇌물을 줘 사건을 무마했다. 1∼2회 흡입한 단순 경력자들만 단속 대상이 됐다는 후문이다. 함흥뿐만 아니라 북한 대부분 지역에서 이 같은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북한 당국의 ‘사형이나 엄벌’과 같은 ‘포고’는 마약 생산 유통업자들에게는 종이 호랑이에 불과하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결국 당국이 강력한 마약 소탕 의지를 갖는 것과 세부적인 마약관련자 처벌 규정을 만드는 것이 1차적인 숙제이다.

마약근절을 위한 북한당국의 과제

북한 당국이 마약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먼저 ‘백도라지 사업’을 즉시 폐기해야 한다. 백도라지 사업은 북한 전역에서 아편을 재배하는 사업이다. 여기에는 각종 노동력과 남한 비료가 우선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밝혀졌다.

북한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마약 중 하나인 헤로인의 원료를 차단하면 그만큼 생산량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

현재 북한에서 생산되고 있는 필로폰 같은 각성제 계열의 마약은 화학 관련 연구사 출신들이 제조책임을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이들이 판매 책을 두고 전국에 유통을 하고 있다. 최소한 마약을 사적으로 생산 유통시키는 행위는 강력히 규제 해야 한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마약관련 법규도 필요하다. 이때까지 해왔던 주먹구구 방식이 아닌, 정확한 처벌법규를 제정해야 한다. 1g을 사고파는 자와 1백g을 사고파는 자를 똑 같이 사형에 처하는 방식으로는 마약관련사범들을 제대로 규제하기 어렵다.

남한과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

서울경찰청은 9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북한산 필로폰을 몰래 밀반입해 유통시킨 혐의로 전 대남공작원출신 탈북자 안명진 씨와 안 씨의 동거녀를 구속했다. 안 씨가 들여온 필로폰은 함흥산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북한산 마약이 인근 국가로 확산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이 사건은 북한 마약 문제가 북한만의 문제가 아님을 시사하고 있다.

북중무역상인과 북한 주민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북중 접경지역은 대량의 북한산 마약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다시 해외 마약판매조직과 소규모 보따리상을 통해 남한과 일본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주변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마약문제를 방치할 경우 마약 확산 피해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통일이 되도 북한 마약 문제는 고스란히 남게 된다. 북한 내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 마약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마약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이를 근거로 북한 당국에 마약 문제에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이 의약품 대용으로 마약을 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투명한 의약품 지원도 마약 인구를 줄일 수 있는 수단이다. 각종 항생제와 진통제, 감기약 등 가장 기초적인 질병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 지원이 시급하다. 다만, 의약품 지원이 북한당국과 일부 특권층들의 재산불리기에 남용되지 않도록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그러나 마약을 줄이기 위한 의약품 지원 명분이 약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대북지원단체 (사)좋은벗들 한 관계자는 “국제사회 의약품 지원은 구체적인 발병과 피해상황이 파악됐을 때 가능하지만, 마약 확산을 막기 위한 의약품 지원은 근거가 미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마약중독자들에 대한 치료와 시설지원도 필요하다. 북한에는 마약 치료 전문 병원이나 의료진이 존재하지 않는다. 선진국의 시설과 장비 지원이 절실한 셈이다. 남한과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마약중독자 치료를 위한 치료센터를 만들고 의약품을 공급할 경우 그 폐해를 감소시킬 수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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