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예정인 해외 언론을 위해, 최근 철도를 정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에 “지난주 목요일, 시내 여맹원들과 공장기업소 노동자들이 행정일꾼들의 지휘로 모래를 걸러낼 수 있는 채와 호미, 망치와 빗자루 같은 도구를 들고 철길 주변을 에워싸고 집중적인 노동을 벌였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이틀 전(8일)에 당 조직으로부터 최고영도자 동지(김정은)를 높이 모시기 위한 철길연선과 철길보강사업에 대해 미리 포치 받았고, 개인당 5cm 크기 정도 되는 청자갈(하중을 받치기 위해 철길에 쓰이는 강도가 높은 푸른색 돌)도 한 대야씩 준비할 것을 분담받았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매년 철도절(5월 11일)을 전후로 ‘행사선 철길 꾸리기 사업’이 진행된다. 수령이 사용하는 철도를 잘 정비하자는 취지인데, 작업 강도가 예년과는 다르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12일 북한 외무성은 ‘오는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진행한다며 이를 공개하기 위해 강원도 원산에서 함경북도 풍계리까지 특별열차를 배정해 국제기자단을 이동시킨다’고 밝혔다. 이번 철길 정비 사업이 핵실험장 폐기 행사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소식통은 “여맹은 지구별로, 노동자들은 직장별로 (정비할) 철길 구간을 분담 받았다”면서 “동에 소속된 한 지구장인 여맹원 이모씨는 ‘자기네 지구(3개 인민반, 60세대)는 10미터 구간을 분담 받았는데, 이 구간에 채워야 할 모래와 자갈의 양이 많아서 얼마나 더 고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트렸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자갈은 가장 좋은 돌인 ‘청자갈’만 골라서 받는데 시내 바닥에 돌이 없어서 (주민들은) 큰 가로수들에 받쳐놓은 청돌을 밤중에 몰래 훔쳐 그것을 망치로 깨 바치기도 한다”면서 “잘 먹지도 못하는 몸으로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함경남도 지역에서도 철길 보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철길보강에 도(道)내의 많은 주민이 떨쳐나섰는데 청자갈 확보가 힘들어서 싸움까지 났다”며 “돌(청자갈) 사정이 긴장하다(어렵다) 보니 먼저 작업한 구간의 청자갈을 도적질해 일이 끝나도 지키고 서 있는 단위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북한 청진 철도국에서 근무했던 탈북민 리광명(가명, 2008년 입국)씨는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국제기자단이 열차를 타고 이동할 경우, 강원도와 함경남도, 함경북도에 소재한 철길을 이용한다”며 “이 지역의 철도국과 주민들이 작업에 동원돼 철길 정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