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NGO, 북한 견제에 당혹

대북 인도주의 원조에 참여하는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들이 북한측의 활동 중단 요구에 당혹해하고 있다.

21일 유엔과 국제기구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세계식량계획(WFP)를 포함한 유엔 산하 국제기구와 NGO들의 지원이 더이상 필요치 않다며 활동 중단을 요구하는 입장을 확실히함에 따라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북한측의 강경한 입장에 가장 당혹해하는 것은 유엔의 대북 식량지원 창구인 WFP로 보인다.

WFP는 지난주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측이 오는 11월 30일까지 식량 지원과 모니터링 활동을 종결할 것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대북 식량지원과 모니터링 활동은 WFP가 북한에서 벌이는 사업의 핵심이다.

이어 리처드 레이건 WFP평양사무소장은 18일 AP통신과의 회견에서 3개월후인 내년 1월부터 핵심 사업인 식량 지원이 중단된다고 말했다. WFP가 지난 1995년 대북 식량지원에 착수한지 10년만에 이를 접게 되는 셈이다.

WFP측은 대북 식량 지원 사업은 마감하지만 원조의 무게 중심을 ‘긴급 구호’에서 ‘개발’로 전환한다는 북한측의 방침에 호응해 향후에도 ‘개발’ 부문에서 활동할 여지는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19일 이타르타스 통신의 평양발 보도에 의하면 WFP는 60명의 인력을 15명선으로 줄이라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WFP가 지금까지 구축한 북한내의 활동 기반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WFP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NGO들이 12월31일까지 모든 활동을 정리할 것을 요구받았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활동하는 국제 NGO들은 ‘세이브 더 칠드런’을 포함해 모두 12개에 이른다.

이와 관련, 북한에서 활동하는 12개 국제 NGO 가운데 하나인 아일랜드의 NGO인 ‘컨선’도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내 활동을 중단하되, 북한인 직원들에게 업무를 인계한다면 활동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컨선은 그러나 업무를 북한인에게 넘기는 것은 기존 정책 및 관행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다만 지금까지 해온 활동이 식수 위생과 산림 보호 지원에 역점을 둔 만큼 협의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엔과 국제기구 소식통들은 WFP가 견제를 받은 이유로 최근 국제사회의 호응이 부진해 지원 역량이 약화된 점과 남한의 대규모 식량 지원과 10년만의 대풍으로 식량 사정이 나아진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WFP는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01년 가장 많은 양인 93만6천994t의 식량을 북한에 전달했다. 그러나 WFP의 지원은 2002년 41만1천754만t, 2003년 29만3천408t, 2004년 29만4천464t으로 줄어들었고 올해 9월 현재는 17만568t을 지원했을 뿐이다.

한 국제기구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양자 방식으로 제공하는 원조에 비해 WFP를 통한 다자 원조는 갈수록 위축되는 대신 WFP의 모니터링 인원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 더 큰 이유일 수도 추측하고 있다.

보안상의 고려가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NGO들의 경우도 마찬가지. 지원 규모는 미미한 수준임에도 NGO요원들이 국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것이 북한측에는 자존심은 물론 보안유지 측면에서 못마땅하게 비춰질 수 있다는 것.

유엔과 국제기구 소식통들은 식량 뿐만 아니라 의약품 등에서도 `양자 방식’이 ‘다자 방식’ 원조를 압도하는 점도 아울러 상기시키면서 유엔아동기금(UNICEF)과 국제적십사자연맹(IFRC)등도 영향을 받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UNICEF와 IFRC등은 북한에 의약품을 지원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각각 어린이. 모성보건 사업과 북한적십자사 활동 지원에 치중할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활동 인원도 축소될지 모른다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IFRC의 경우는 북유럽 국가들로부터 상당량의 의약품을 제공받고 예산에도 사업 비중이 높게 반영돼 있는 것이 문제. IFRC로서는 결국 북한측과의 협의를 통해 기존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소식통들은 세계보건기구(WHO)는 예외적인 케이스라면서 WHO평양사무소는 별다른 동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WHO는 한국 통일부와 향후 3년간 1천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의료지원 사업에 합의한 바 있다. 이는 IFRC가 계획한 5년간 1천100만 달러보다는 다소 규모가 작지만 순수한 한국 정부의 지원금만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뚜렷한 차이점이다.

소식통들은 국제기구와 NGO들이 남은 3개월 동안 북한측과의 후속 협의를 갖겠지만 인원을 철수 혹은 축소시키거나 북한인에 사업을 인계하는 것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제네바=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