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北 인권보고 믿을 수 없어…직접 안가봐서 몰라”

14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에서 북한인권법 제정과 관련해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이날 열린 ‘북한인권 관련법 제정에 관한 공청회’에서 “(북한 노동당 비서를 지낸) 황장엽 선생은 ‘북한 주민은 인권이란 말조차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며 “지구상에서 본인과 죽은 아버지 생일을 두고 민족 명절이라고 하는 나라를 정상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북한인권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반면, 이날 진술인으로 출석한 동국대 김동한 북한학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인권상황을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예스(YES), 노(NO)로 말하기 어렵다”며 “(북한인권개선은) 남북교류협력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해결이 가능할 것이고, 북한인권법은 정치적으로 북한을 겨냥하기 위한 포석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이에 대해 “국제적인 기독교 선교단체 ‘오픈도어즈’는 북한을 7년 연속 최악의 기독교 박해국으로 지정하고, 신자들에 대한 체포와 고문 등 상상할 수 없는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는 사례를 들며 “이래도 북한에 구체적인 인권침해 실태를 알 수 없느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교수는 “(오픈 도어즈라는 단체는) 처음 들어봤고, 그런 곳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믿지 않는다”며 “미국 북한인권대사 레프코위츠와 비공식간담회를 했을 때 ‘너나 잘하세요’라고 얘기를 했었는데, 의원들도 북한인권을 보는 시각을 조정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김 교수는 “지난 좌파 정권 10년간 우리가 퍼줬어도 북한 주민의 인권이 개선되었는가”라는 윤 의원의 추궁에는 “그럼 (북한인권이) 개선 안됐다는 증거는 있느냐”고 맞섰다.

그는 “북한인권실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느냐”는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의 질문에는 “국제기구의 북한인권실태 보고서도 믿을 수 없고, 직접 안 가봐서 모르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치를 잘못해서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인권침해라고 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며 “정치범수용소도 그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그것을 100%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한 “한국의 북한인권법은 북한에 대해 노골적으로 적대감정을 드러내고 이를 국제 정치판에서 대북압박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미국의 북한인권법과 유사하다”며 “남북관계의 디딤돌이 되기보다는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에 폐기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는 북한인권법 제정에 찬반 의견을 가진 전문가 두 명이 각각 출석해, 법안 제정의 필요성과 폐기 의견을 개진했다.

북한인권단체연합회 서경석 공동대표는 “한국의 민주화 세력은 유신독재세력과 싸웠다. 그렇다면 유신체제보다 100배는 더 독재가 심한 북한 수령독재체제에 대해 침묵하면 안 된다”며 “민주당이 스스로 한국 민주화 운동을 계승한 정당이라 자부한다면 마땅히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홍성필 연세대 교수는 “좌(左)건 우(右)건 북한인권문제가 지나치게 정치화 돼서 국내 소비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국제적으로 북한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성숙된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국제적 전개에 발을 맞춘다는 차원에서 법안 제정에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요 업무가 통일부, 외교부, 국가인권위 등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어 업무 주체에 통일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며 “특히 인권위 산하에 설치하기로 되어 있는 인권기록보존소는 사법적 전문성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법무부에서 맡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보혁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인권법안은 북한의 반발이 살 것으로 예상되며 실질적 개선보다는 자기만족적인 우려가 클 것으로 보인다”며 “발의 의원이 특정 정당에 편향되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안으로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기 보다는 남북관계발전법에 의거해 전반적인 대북정책 틀에서 전개하는 것이 입법 취지와 실효성 면에서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이에 대해 “북한인권법안은 헌법상 우리 국민인 북한주민의 보편적인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 국회가 당연히 입법화해야 할 기본 책무”라며 “북한인권법이 마치도 내정간섭인 것처럼 주장하는 일부 진술인들의 견해는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망각한 처사”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