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체질개선 필요…靑정보수석실 둬야”

국가정보원의 직무를 확대하는 내용의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가운데 국정원 쇄신, 국가 정보관리시스템 개편 등과 관련한 전문가들의 제언이 5일 잇따랐다.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선진화시민행동이 주관하고 애국단체총협의회가 주최한 ‘안보관련법 제·개정 관련 세미나’에서 최평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국정원은 해외정보, 해외 과학기술, 에너지, 환경 정보, 북한정보 등을 다루는 대외지향 정보활동 모드로 체질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과거 중앙정보부는 정통성 결여를 극복하려고 국내 정보에 치우친 경향이 있는데, 이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라면서 “이로 인해 고도의 과학적 정보 전문성이 창의적으로 발전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고, 해외정보요원의 경쟁력은 선진국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21세기 국가정보 체계는 국정원·군·검찰·경찰·민원성 지방정보 수집기관·통일·외교통상·환경·과학기술 분야의 정부 정보 담당 기관이 독자적·자율적으로 정보를 수집·분석·생산하고, 생산된 정보를 제공하는 순환 과정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보기관이 수행하는 고유 임무의 독자성과 자율성은 인정하되,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정보 우선순위는 모든 정보기관이 모여 투명성 있게 합의제로 결정하고, 그것을 조정·중재하는 기관을 대통령실에 둘 필요가 있다”며 청와대에 정부정보합동실무위원회 또는 정보수석실을 둘 것을 제안했다.

이어 한성대 국제대학원 조성권 교수는 ‘21세기 정보기관의 새로운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탈냉전 시대 새로운 위협인 마약밀매, 환경오염, 에너지고갈, 불법이민, 사이버 테러 등 비군사적 안보위협은 국가에 대한 직접적인 물리적 공격은 없다 하더라도 간접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며 정보기관의 역할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일본 야쿠자, 러시아 마피아, 중국 삼합회 등 초국가적 범죄조직들이 한반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서 작은 분단국가인 우리가 주권·국민·영토를 존립시키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모사드처럼 우리 정보기관이 현재보다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 개혁은 이스라엘 모사드가 최상의 모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